[특집]한국불교 포교합시다- 포교, 사부대중의 의무

불교, 신자 소속감 최하 수준
재가자 ‘포교 시도’ 응답 0.8%
불교 인구 정체… 가톨릭 상승

한국불교 포교, 일부 원력 의존
재가불자는 ‘스님 할 일’로 치부
스님은 ‘수직적 관계 맺기’ 일관
사부대중 나서야 포교 미래 밝아

“조선불교가 유린된 원인은 세력이 부진한 탓이며, 세력의 부진은 가르침이 포교되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 <중략> 조선불교 중에 소위 설법이라는 것이 약간 포교의 성질을 띠고 있다 할 수 있으나, 그 설법하는 바가 절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취지가 천박하고 잡박하여 하나도 사람을 감동시킬 만한 가치가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이 외에는 따로 포교라는 것이 존재치 않는다. <중략> 교리가 불교의 1만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종교도 악착스레 활약하여 그 뜻을 펴고 있는데, 현묘광대(玄妙廣大)한 불교 같은 종교로서 어깨가 처지고 머리가 움츠러져 기를 펴지 못하고 있으니 누구 탓인가.”

이상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명논저 <조선불교유신론> 중 당시 불교 포교 상황을 비판하는 부분이다. 100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오늘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다. 어느 때보다 재화가 풍부하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지만 한국불교의 포교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토로도 적지않다.

현재 한국불교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신도 현황이다. 정부가 10년 주기로 조사하는 종교부문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1985~1995년 종교 인구가 8.1% 증가한 상황에서 불교, 가톨릭, 개신교 모두 고르게 신도를 늘렸다.

하지만 1995~2005년에는 종교 인구가 2.6%가 느는데 그쳤으며, 가톨릭만이 신도 수와 비율이 증가했다. 개신교는 인구 대비 비율과 신도가 모두 감소했고, 불교는 신도 수는 증가했지만, 비율 소폭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불교는 정체, 개신교는 침체, 가톨릭은 증가 추세인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실제 가톨릭은 2003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3년 자체 통계로 544만여 명이 신자로 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1.5%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부실한 불교 내부 ‘결속력’
꾸준한 신도 유입은 종교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위의 통계를 감안했을 때 불교의 상황은 ‘청신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외부 상황보다 문제인 것은 내부 환경이다. 불자들의 가지는 소속감과 신앙적 만족도가 저조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1년 발표한 ‘한국의 사회문화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앙생활의 만족도를 질문에 불자의 38.5%만이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가톨릭은 53.5%, 개신교는 58.1%가 만족함을 나타냈다.

자기 종교의 소속감에 대해서는 개신교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했다. 개신교는 57%, 가톨릭은 37.2%가 “소속감이 강하다”고 밝혔으나 불교는 16.3%만이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소속감이 약하다”는 답변은 불교(25.8%), 가톨릭(18.6%), 개신교(11.4%) 순으로 높게 나왔다.

신앙생활의 만족도가 낮고, 자기 종교에 대한 소속감이 낮다보니 포교 활동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평소 전법활동을 묻는 질문에 개신교는 21.5%, 가톨릭은 4.7%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불교는 0.8%만이 포교를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통계에 대해 박수호 덕성여대 지식문화연구소 교수는 “종교생활에 대한 낮은 몰입도는 신앙심이나 불교에 대한 소속감, 신앙생활에 대한 만족도 등을 낮추는 데도 깊이 연관된다”면서 “종교생활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불교의 주관적 종교 경험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지부재·안일함, 포교 걸림돌
신도 수는 정체이고, 내부 결속력도 낮은 불교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포교 시스템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불교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것 바로 ‘포교’다. 이는 20세기 초 만해 스님 당시에도 지적돼 온 것들이다.

적지 않는 전문가들은 한국불교 포교의 문제점은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적 환경에 기인하다고 지적한다. 아직도 일부 스님의 원력으로 한국불교 포교가 운영되고 있고, 사찰만 세우면 저절로 포교가 될 것이라는 안일함도 팽배해 있다.

▲ 그림= 박구원
이에 대해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전법학 연구>에 기고한 논문에서 “열심히 수행하다보면 포교는 원하지 않아도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아직도 적지 않다”면서 “다수의 스님들은 적극적인 포교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포교 인력과 전문가들을 길러내지 못했고, 포교 의지는 낮아졌다. 재가불자들 역시 포교는 “스님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기에 재가불자들과 스님들의 관계 설정이 상하 수직적 관계로 유지되는 것도 간극을 벌이지게 하는 요인이다. 재가불자들의 포교 경험에 대한 응답률이 0.8%에 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활동가는 “한국불교의 포교 상황과 문제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알면서도 해결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교 의지가 부재한 것이 한국불교의 최대 난제”라고 비판했다.

불교 포교의 근본 ‘전도 선언’
불교 포교의 당위성과 방법, 방향을 총체적으로 집약한 것이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도 선언’이다. “비구들아, 전도를 떠나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전도선언은 전법의 주체, 목적, 이념과 대상, 포교사의 자세, 단계까지 자세히 이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포교의 주체는 비구이고, 궁극적 목적은 ‘많은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며,  그 정신은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데’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서 불교의 전법의 목적은 단순히 신도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상구보리를 통해 하화중생을 하는 것이며, 타인을 고통에서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깨달음의 법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법의 주체가 누구냐가 가장 중요하다. 부처님은 45년간 인도 전역 걸으며 전법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그 전법활동에는 아라한 경지에 오른 부처님 제자인 ‘비구’가 함께 있었다.

여기서 ‘비구’를 지칭함은 ‘사부대중’을 대표하는 것으로 비구만이 전법의 주체로 보는 것은 아니다. 교단을 이끈 중요한 주체로 비구 승가가 중요한 것은 두루 사실이나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포교의 의무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며, 중생교화라는 불교의 목적은 사부대중에게 부촉된 것이라는 것이다.

백도수 능인선원 불교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법의 이념과 현대적 전개’ 제하의 논문에서 “부처님의 전법과 역사적 과정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출가자를 위한 전법”이라며 “이와 함께 재가자에는 불교수행과 실천을 통해 진정한 전법에 이를 수 있도록 질 높은 전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응철 교수는 “전도 선언의 내용 속에는 현대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교육, 조직, 복지, 문화, 수행 포교 등의 원리가 함축돼 있다”면서 “매우 짧은 내용이지만 과거, 현재, 미래의 포교 이념과 방법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의지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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