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불교 포교합시다-포교제언 6題(下)

도·농 양극화 해소하고 지역 발전 중심으로 발돋움
④ 도-농 사찰 상생해야 한국불교가 산다

지방 사찰, 지역주민 역할해야
친환경 농산물 생산 협약 맺고
도시 사찰이 소비 ‘윈-윈 전략’

▲ 2006년 도선사에 진행된 친환경 공양미 협약식. 도농 간의 상생을 도모하는 좋은 방안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도-농 사찰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지방사찰은 도심사찰과 접근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 숲을 활용한 체험교육, 전통문화체험 등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전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찰은 직접 농어촌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주민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하고, 그러한 역할 속에서 사찰 주지 스님이 마을 주민들의 리더가 돼 지역주민과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촌 포교활성화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사찰로는 오대산 월정사, 공주 영평사, 당진 정토사, 봉화 관음사, 강화 선원사, 구례 화엄사, 지리산 실상사, 남원 귀정사 등을 들 수 있다.

각 사찰들의 역할 유형으로 보면, 일반적인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사업 외에 도농교류형으로는 친환경공양미운동, 불교생협운동, 귀농운동 등에 동참하는 사찰이 있고, 대중적인 명상ㆍ수행 프로그램과 마을활동가 양성 등 교육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하는 사찰도 있다.

당진 정토사는 도농교류와 함께 사회적 약자 보호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찰이다. 기독교ㆍ천주교 성지인 당진에서 10여 년간 지역 어르신을 위한 효도잔치를 열어 사찰 인지도를 쌓은 정토사는 당진시립요양원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보수적인 사상이 강한 충청도 시골마을에서 요양원 개원 1년 만에 입소자 정원 100명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정토사가 10여 년간 노인포교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토사 주지 선오 스님은 “타종교의 세가 강한 당진에서 지역민들의 조소와 외면 등으로 많은 서글픔이 있었지만 10년간 효도잔치를 해온 덕분에 주위 많은 어르신들이 정토사와 불교에 대해 좋게 생각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토사는 사찰 인근의 땅에 백련(白蓮)을 심고 연구를 시작해 백련냉면, 연근가루, 연씨, 연잎차 등 백련을 이용한 음식을 개발해 지역특산물로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한 일거리 창출도 발생해 종사자 30명 중 절반이 불교로 개종하는 성과도 얻었다.

지리산 실상사도 농촌 포교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실상사 스님들의 결사운동으로 출발한 ‘선우도량’은 출재가를 아우르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로 발전해 실상사귀농학교, 실상사작은학교, (사)한생명 등의 활동을 전개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담당하는 한생명은 초기 생태농업센터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친환경농업교육을 하면서 친환경 농업을 보급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사찰과 친환경 농장을 연결시켜주는 ‘친환경 공양미 올리기’ 운동을 2004년부터 펼치고 있다. 친환경 공양미 운동은 사찰 신자들이 비료나 농약,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은 무농약 또는 유기농 쌀을 공양미로 부처님 전에 올리면 사찰은 이를 대중공양이나 복지시설, 저소득층 지원 등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밖에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농·어촌 포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농촌사랑 운동을 펼치는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순례단은 도시와 농·어촌 간 사랑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지역으로 순례를 갈 때마다 지역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설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다문화 가정 108인연 맺기를 실천해 다문화 포교에도 전념할 뿐 아니라 농어촌 자녀들에게 108효행상을 시상하고 108선묵장학금 등을 통해 청소년 포교에도 힘쓰고 있다. 이나은 기자
 

포교 종책 이해 부족… 홍보에 주력해야
⑤ 포교 부서를 지원·개발 조직으로

다양한 포교콘텐츠 개발하고도
인식 미비… 일선 보급 방안 필요
포교원, ‘내실 다지기’ 추진 중

▲ 조계종 포교원에서 지난해 개발한 포교 교재들. 상당한 양을 자랑한다. 이제는 종책 홍보에도 신경써야 할 시점이다.

한국불교의 대표 종단인 조계종의 포교 종책을 담당하는 곳은 바로 포교원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소속된 종단 중 포교를 별원 조직으로 운영하는 종단은 조계종이 유일하다. 사실상 조계종 포교원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포교 종책 행정 기구이자 바로미터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포교원을 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이는 지난해 11월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 정무보고에서 중앙종회의원들의 지적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중앙종회의원 법안 스님은 ”포교원은 팔다리가 없고 머리만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벤트성 행사와 법회도 많다”면서 “위에서 종책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등 아무리해도 안되는 것은 교구를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들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충고했다.

이제는 봉은사 주지로 임명된 원학 스님도 “일선 사찰 스님들의 포교 마인드가 변화할 수 있도록 포교원 스스로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종법 장치를 종회에 올려야 한다. 현재 포교원은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봉합되기는 했지만 신도단체 등록을 놓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일부 포교단체와 마찰을 빚었고, 신도 조직화 부문에서는 중앙신도회 현 집행부와도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사실 포교는 당장 성과가 나는 부분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포교원도 지난해에만 전법단 2곳을 늘렸고, ‘사찰의 지역친화 포교방안 수립 연구보고서, 한글의례의식집(CD)을 완료해 보급했다. ‘응답하라 아바로’ 어린이 유아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포교원 M-Library’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여기에 방대한 일상 포교 행정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불만이 표출되는 것은 종단 포교 종책에 대한 이해와 홍보가 부족하고 현장에 대한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수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교위원이기도 한 중앙승가대 교수 본각 스님은 “포교원의 매뉴얼이나 포교 콘텐츠가 일선 사찰에 적용되기가 어렵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파악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변화의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 당장 올해 조계종 포교원은 ‘지역전법 중심토대 구축’을 기치로 포교 종책을 차분히 운영 중이다.

포교원은 올해 6가지 전략과제로 ‘지역별 포교역랑 네트워크 구축 강화’, ‘지역의 분야별 전법자원 발굴과 전문성 강화’, ‘사회변화와 수요자 중심의 전법프로그램 개발·보급’, ‘신도교육 내용 개선과 신도수행프로그램 개발’, ‘신도품계별 신행활동 체계 개선과 품계제도 정착을 위한 정책개발’, ‘사찰·교구신도회 활성화를 통한 신도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대형 사업 대신 포교 내실화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실제 포교원장 지원 스님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교는 사회적으로 갈등해소와 국민화합의 조정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대변화에 맞춰 새로운 방향의 전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가장 우선적인 사업으로 지역중심 전법토대 구축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리보다는 종책 개발·지원 조직으로 내실을 다지는 포교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성민 기자 motp79@hyunbul.com
 

 신도 교육·조직화 통해 불교 소속감 확대 필요
⑥ 한국불교 ‘열성 신도’를 늘리자

3대 종교 중 불교 소속감 최하
제대로 교육해 포교 인력 양성

▲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경산도량에서 공부 중인 불자들. 교육된 신도들을 포교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불교의 포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처님 법을 통해 중생을 교화하고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종교로 신도 수를 유지·증가시키는 것도 중요한 포교 목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필요한 것은 기존 신도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려될 문제다.

앞서 지적한대로 재가불자들의 소속감은 매우 미약하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의 2011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에 대한 소속감을 묻는 질문에 불자들은 16.3%만이 소속감이 있음을 밝혔다. 개신교의 57%, 가톨릭의 37%가 강한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도들이 사찰에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불사에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만드는 것은 소속감을 높이는 것이고, 이는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표적인 대형 도심 사찰들은 활발한 교육과 이를 통한 신도 조직화를 이루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찰은 소수가 참여하는 신도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관태 경영컨설팅 산림(山林)대표는 ‘한국불교 신도교육의 역사와 지향’ 제하의 논문에서 신도 교육의 첫 단추는 ‘불교학’이 아닌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한 ‘행복학’을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각 사찰의 불교대학은 대학 스타일의 교육을 벤치마킹해 운영하다 보니 불교학자를 양성하는 것인지, 바람직한 불자를 양성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됐다”면서 “교육은 특정한 인간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며, 특정한 조직과 구성원으로 ‘소속’해 그 조직에서 부여하는 사명을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도 교육은 한국불교와 종단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신도 교육과정이 성공하려면 ‘포교-교육-조직-실천’이라는 선순환구조 안에서 신도교육이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교육된 신도들이 포교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해 불교계와 사찰의 ‘일꾼’으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사찰과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보살행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 포교하는 선순환 구조 역시 선행될 과제로 꼽았다.

조계종 포교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신도 품계 제도는 교육된 신도들에게 일정 수준의 책임을 부여하고 있어 의미가 있지만, 이에 대한 성패도 이 같은 순환구조가 선행될 때 가능하다.
김 대표는 “교육과정을 마친 신도들에게 사찰과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상장례 봉사나 청소년 지도 등 ‘일과 역할’을 부여하도록 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조직으로 묶어 실천 활동에 나서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게 성공적인 신도교육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도 교육된 신도와 재가 포교사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강 스님은 2010년 발표한 ‘21세기 한국불교유신론을 제창한다’는 제하의 글에서 “고령의 출가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승려만이 포교를 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이 같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일선에서 포교하고 있는 재가 포교사 양성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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