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하성미의 심심톡톡] 마음은 뇌를 바꾼다 

50 마음의 힘, 일체유심조(1) 

반복과 경험, 뇌 회로 강화하는 동력
뇌는 다시 연결되고 새 회로 만든다

“야! 가만히 있어!” 소희(가명) 씨는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았고, 아이는 주춤하다 엄마의 얼굴을 흘긋 올려다봤다. 

태균(10살·가명)이는 엄마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주먹을 쥐고서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이와 엄마를 간신히 분리하고 다른 방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잠시 쉬고 있어”란 말에 아이는 씩씩거리며 의자와 책상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아이의 진단명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ADHD)’. ADHD는 한마디로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전전두엽과 주의 실행기능 네트워크가 일반적인 처리 흐름과 다른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집중을 오래 하거나 순서를 계획하고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기복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라는 점이다.

지쳐 있는 소희 씨에게 “ADHD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스위치가 불안정한 상태”라며 “‘집중을 시작하는 힘’과 ‘멈추는 힘’을 가지도록 적절한 훈련과 환경 조절, 필요 시 약물로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아이가 크면 좀 나아질까요?”라고 묻는 소희 씨에게 확답했다. 

“물론이지요!”  

어릴 때 ADHD 진단을 받았지만 성인이 되어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뇌가 성장하면서 연결망이 더 정교해지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배워 온 작은 기술들, 과제 쪼개기, 짧은 지시, 시각적 힌트, 멈추는 연습 등이 실제 삶에서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변화는 가능하다. 아이의 뇌는 자라는 동안 성숙을 향해 계속 이동한다.

뇌는 정교한 공장과 같다. 수많은 부품이 부딪히고 조율되며 끊임없이 작동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신경학계는 오랫동안 뇌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나이가 들수록 기능은 마모되는 방향으로만 간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현대 뇌과학은 이 전제를 뒤집었다. 뇌는 고정된 기관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연결하고 다시 조합하는 능력을 가진 살아 있는 네트워크다. 즉 뇌는 ‘망가지는 것’보다 ‘바뀌는 것’에 더 가까운 기관이다.

뇌 가소성(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은 그 변화의 이름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차원이 아니라, 뉴런 간의 소통 방식이 바뀌고 기존 회로가 줄어들거나, 경우에 따라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며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원리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재 뇌과학 연구에서 축적된 핵심 토대다. 그리고 이 변화는 생각만 한다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자극과 반복된 행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발생한다.

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가장 쉬운 비유는 도로망이다. 자주 이용되는 길은 점점 단단해지고 넓어진다. 반대로 통행이 드문 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길의 형태를 잃는다. 

뇌의 회로도 똑같다. 많이 사용된 기능일수록 강화되고 사용량이 적은 기능은 약해진다. 만약 뇌졸중처럼 특정 영역이 갑자기 손상되는 사건이 생기면 그 길은 즉시 막히지만 뇌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우회로를 만든다. 처음엔 미약하지만 반복되면 그 길은 다시 하나의 튼튼한 고속도로가 된다. 뇌가 ‘우회로를 만들 줄 아는 기관’이란 점에서 이미 희망이 시작된다.

그래서 반복은 핵심적이다. 악기 연습에 능숙함을 만드는 것은 ‘타고난 음악 감각’보다 ‘실제 손을 얹고 소리를 내 본 시간’이다. 글쓰기를 처음 배울 때 삐뚤빼뚤했던 글씨가 감탄할 만큼 매끄러워지는 과정도 뇌가 회로를 다져 온 시간의 결과다. 이는 단순히 기술 습득이 아니라 뇌의 물리적 변화다. “연습은 기술을 만든다”란 말은 사실 “연습은 뇌 회로를 만든다”란 말과 같다.

약물치료에서도 가소성은 중요한 토대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약물은 몇 시간 안에 뇌에 도달하지만, 기분이나 행동이 변하는 데는 몇 주가 걸린다. 약이 효과를 ‘켜는’ 것이 아니라 뇌가 변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도구이고, 변화 자체는 시간이 걸린다. 약물로 문을 열고 반복된 행동과 경험으로 길을 깐다. 그래서 치료는 ‘약을 먹느냐’와 ‘안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뇌에 새 길을 낼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꾸준하게 쌓느냐’의 문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덧붙일 수 있다.

“마음이 뇌를 바꾼다.”

달라이라마는 오래전부터 “수행으로 마음 자체가 달라진다”는 불교적 통찰을 말해 왔다. 과학은 오랫동안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다. 마음은 뇌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 ‘생각이나 수행’이 뇌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의 뇌 영상 연구들은 명상과 마음훈련이 실제로 신경회로의 연결 강도와 기능적 활성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마음 수행이 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마음을 통한 뇌의 변화, ‘마음 혁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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