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24교구본사를 가다] “능동적 참여가 쌓은 신뢰…봉선사를 ‘젊은 사찰’로!”

3.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법회 등 청년들 주도적 참여 주도
장학금응원상 등으로 노력 격려
2년간 10·20대 출가자 9명 배출 
‘멈춤’ 체험 선명상센터 올해 완공
수행·포교 조화 이룬 도량이 목표
“하루 중 5분이라도 느리게 가기”

조계종은 24곳의 교구본사를 통해 교구 자치를 실현 중이다. 지역 불교에서 전법 포교를 책임지는 교구본사와 말사들. 한국불교 유지 계승 발전을 위해 지역에서 포교, 복지,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군분투 활동하고 있는 교구본사 주지 스님을 만나 각 교구의 활약과 미래를 생생히 조명한다. <편집자 주>

호산 스님은…종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0년 수계했다.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문경 봉암사와 합천 해인사, 김천 수도암 등에서 안거 수행했다. 양평 상원사·용문사·서울 수국사 주지, 제16·17대 중앙종회의원, 중앙종회 사무처장, 총무원 총무부장, 동국대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봉선사 주지와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 사단법인 상월결사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표창(2010)과 문화체육관광부 템플스테이 공로 표창(2014)을 받았다. 

“얘들아, 불교는 좋아. 그러니 믿어.”

이제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권유는 아이들이 사찰과 불교에 흥미를 잃고 멀리하게 했다.

봉선사는 방법을 바꿨다. 아이들이 직접 법회를 집전하고, 한글 칠정례를 익히며, 문화공연과 지역 행사를 주도하게 했다. 스스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불교와 스님에게 신뢰와 애정을 쌓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작은 실천에도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서로에게 감동과 동기를 주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그렇게 봉선사는 매일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문턱 낮은’ 도량으로 거듭났다.

호산 스님이 한명우 현대불교신문 대표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호산 스님이 한명우 현대불교신문 대표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2023년 10월 8일 주지로 취임한 호산 스님이 있다. 한국불교 미래를 위해 청소년·청년 포교가 필수적이라는 확신으로 호산 스님은 2년 만에 봉선사를 지역과 세대를 잇는 열린 사찰로 바꿔 놓았다.

청소년·청년 포교에서부터 문화공연, 반려견 선명상 축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연꽃축제와 음악회까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9월 31일, 봉선사에서 호산 스님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주요 사업, 향후 계획 등을 물었다. 스님은 청소년청년 포교의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지는 동시에 봉선사가 수행과 명상, 기도와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내실 있는 도량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2023년 10월 25일 봉선사에서 봉행된 제17대 교구장 진산식 모습.
2023년 10월 25일 봉선사에서 봉행된 제17대 교구장 진산식 모습.

-임기 반환점을 맞은 소회는 어떠신지요?

10월 9일로 주지 소임 2년입니다. 본사 교구장 소임과 상월결사 3대 이사장으로서 전법 사업을 병행하며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전반기 2년 동안 교구 내에서는 100년 만에 3여래 2조사 사리가 제자리를 찾아 회암사로 환지본처되는 뜻깊은 불사를 원만 회향했고, 반려견 선명상 축제와 지역사회 행사 등 봉선사를 알리는 외부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상월결사 차원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불교 동아리 창단을 지원하고, ‘잠시 멈춤-쉼, 포즈’ 문화공연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포교에 힘썼습니다.

남은 2년은 내실을 다지는 시기입니다. 올해 동안거 정진과 스리랑카 성지 순례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선명상센터 건립과 안정적인 운영으로 수행과 포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봉선사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특히 청소년·청년 포교에 힘쓰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청소년·청년 포교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너무 바쁘기에 절에 오는 것 자체가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봉선사는 중고등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고, 이는 대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봉선사 청소년 법회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집전하고 우리말 칠정례를 봉독합니다. 스님보다 학생이 주도하는 법회가 대학생들에게도 자연스레 동기부여가 됐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마음을 일깨웠습니다. 대학생과 청년들은 복지관 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역할을 찾아 솔선수범하고 있습니다.

문화도 포교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그 바탕에는 반드시 불교적 사상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댄스 경연대회, 교리 경시대회, 독립선언 재현행사 등 모든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면서 높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부처님 말씀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담겨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큽니다.

봉선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지역 만세운동의 시발지였는데, 그 역사적 맥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사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입니다.

-봉선사는 ‘지역과 함께하는 사찰’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달집태우기, 연꽃축제, 음악회 등 봉선사의 전통문화 행사는 지역민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늘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습니다. 직접 부스를 열어 불교를 소개하고, 행사 운영과 봉사로 현장을 이끌어 갑니다. 한 해 동안 꾸준히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과 ‘응원상’ 등으로 노력과 참여를 격려합니다. 그래서 포교 기금이 꼭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지난해 회암사 사리 다례재에는 700명이 함께 108배를 했고, 무안 여객기 사고 희생자 추모 108배에는 예상보다 두 배 많은 200명이 모였습니다. 특히 진로를 고민하던 중학생들이 갑자기 공부에 몰두하고 ‘동국대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불교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며 쌓아 온 경험 덕분에 최근 2년간 10대, 20대 출가자가 9명이나 나오는 성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봉선사가 2023년 11월 19일 경내 청풍루에서 ‘봉선사청년연합법회’를 처음 열고 청년 전법 의지를 다졌다.
봉선사가 2023년 11월 19일 경내 청풍루에서 ‘봉선사청년연합법회’를 처음 열고 청년 전법 의지를 다졌다.

-‘출가 절벽’ 시대에 청년 출가자 배출이라는 뜻깊은 성과입니다.

출가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야 합니다. 스님이 된다는 것, 머리를 깎고 절제된 생활을 하는 데 대한 두려움은 강요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대신 스님의 삶이 얼마나 의미 있고 멋진 일인지 보여 줄 때, 한순간 출가에 마음을 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법회나 대학교 불교동아리 등에서 출가를 결심하는 이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발심은 자율에 맡기되, 사찰이 두렵지 않고 스님이 존경받는 존재로 보이는 것입니다. 엄격함보다는 이해와 배려로 청년들이 출가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청소년·청년 전법이 지속되기 위한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청소년과 청년들이 전법에 참여하려면 먼저 스님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제가 스노우보드 꿈나무들을 위한 ‘달마배’ 대회를 20년 넘게 지원해 온 것도 그런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전법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꾸준히 관심을 두고 함께해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사부대중이 똘똘 뭉쳐 전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것입니다. 포교가 차선이 되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또 제가 가진 역량만큼 꾸준히 쏟아부으면 예상치 못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뭐든 억지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차근차근 쌓아가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4년 봉선사는 시대 흐름에 맞춘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24년 봉선사는 시대 흐름에 맞춘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도 화제였습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을 헤아립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견과 반려묘가 가족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혼돈의 시대에 반려동물은 주인에게 행복과 위안을 줍니다. 봉선사는 대웅전을 제외한 경내에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고, 보호자들이 배설물을 치우는 등 기본 규칙만 지키면 자유롭게 함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참여하는 선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산책과 포행을 명상과 결합해, 반려견과 함께 걸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경험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해 10월 25일에도 반려견 선명상 축제를 개최합니다.

봉선사는 나아가 반려영옥 같은 위패를 계획 중이고, 올해 준공 예정인 경내 전법회관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법당과 장례, 추모가 가능한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교구본사 최초의 선명상센터 건립 불사가 한창입니다.

혼돈과 불안이 만연하고 환경 문제와 재해, 전쟁 등으로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를 극복할 대안이 바로 ‘선’과 ‘명상’입니다. 조계종의 정체성인 간화선을 사부대중에게 쉽게 전하고, 수행과 체험을 통해 ‘잠시 멈춤’과 자기 정체성을 돌아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선명상의 목표입니다.

누구나 선 수행으로 분별심을 끊고 자아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자연 속에서 쉬고, 자극 없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종교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채우도록 돕는 것이 선명상센터의 역할입니다. 10월 토목 공사 마무리, 11월 콘크리트 타설을 거쳐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19일 양주 회암사지 일원에서 봉행된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
2024년 5월 19일 양주 회암사지 일원에서 봉행된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

-교구 활성화를 위해선 말사와의 유기적 관계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봉선사는 90여 개 말사를 두고 있습니다. 말사마다 사정과 규모는 다르지만, 스님들 모두 열심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본사는 말사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행정적 어려움을 지원하는 한편,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말사와 본사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전체 교구와 종단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불자와 국민에게 당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잠시라도 느리게 가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단 5분, 10분이라도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장소와 상황에 상관없이 잠시 멈춰 보길 바랍니다. 사실 시간은 충분합니다. 번뇌가 많아 방하착(放下着)을 잊을 뿐입니다. 스스로 분별심을 끊기 위해 기도든 주력이든, 자기만의 방법으로 하루를 돌아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아 있을 때 작은 행복에서 큰 행복을 찾아간다면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고, 진정한 ‘열반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대담=한명우 대표·정리=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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