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19. AI 시대 창의성 교육의 본질

AI도 못하는 ‘공감’이 창작의 뿌리

동화책 수십 권 쉽게 만드는 시대
무기가 지식이면 사용 능력은 지혜
지식 내 것 만들 때 창의성 피어나

최근 나의 화두는 AI 시대에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다. 우연히 학교 연수에서 배운 동화책 만들기 수업을 듣고 더욱 그렇다. 네 살배기 아들을 위해 ‘뽀뽀 귀신’이라는 동화책을 만들어 주려 단 몇 줄의 프롬프트를 넣었을 뿐인데, 장대한 이야기가 단 몇 초 만에 뚝딱 생성되는 게 아닌가. 더구나 내가 머릿속에 그려 보았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놀랐다. 거기서 생성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뽑아내고, 그걸 다시 PDF로 만들어 출판사에 보내면 내 이름이 저자로 붙은 정식 동화책이 완성되는 거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수십 권의 동화책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을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나의 의도가 반영된 아이디어이므로 창작이라고 우긴다면, 뭐가 잘못된 걸까. 이마와 관자놀이의 경계처럼 과연 어디까지가 창작이고, 어디까지가 생성인가. 

마음만 먹으면 수십, 수백 권의 별 의미도 없는 책을 너무나 쉽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못내 찜찜할 뿐이다. 무의미한 정보의 무한 생식이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영혼 없는 좀비처럼 두렵기까지 하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AI는 과연 지능일까?”라고 물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멋진 영어 발음으로 “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말하며 “지능”이라고 답했다. 
“그럼 과연 지능이 뭘까?”라는 이어진 물음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이 혼자 경비행기 여행 중 밀림에 추락해 조난을 당했습니다. 밀림 생활이 처음이라 며칠을 굶다 주변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는 방식을 유심히 관찰하고 배웠습니다. 그러다 얼마 안 돼서는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더 많은 먹이를 더 손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먹이를 구하는 능력을 ‘기술’이라고 한다면, 이런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은 ‘지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몇 번만 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개와 고양이를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런 AI를 과연 지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도 뭐든지 척척 대답해 주는 이 AI는 참으로 지혜롭게 보입니다. 그럼 AI는 지혜 기계일까요, 지식 기계일까요?

밀림에서 조난 당한 사람이 원주민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근데 기껏 준비해 둔 창과 단도를, 멀리 있는 적은 단도로 대항하고 가까이 있는 적은 긴 창으로 대항합니다. 어떻습니까? 너무 어리석어 보이지 않습니까? 이때 사용하는 무기들을 ‘지식’이라고 한다면, 이 무기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은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식 없이는 절대로 지혜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며, 그런 지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만 저절로 체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가 성취한 지식의 축적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기술 혁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AI가 아무리 음악과 소설과 영화를 잘 만들어도, AI는 그것을 감상하며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없습니다. 눈물은 공감이며, 이 공감이야말로 마음을 일으키는 모든 창작의 본질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지식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취입니다. 그것을 열심히 배우고 익혀 내 것으로 만들 때, 분명 그 위로 황홀한 무지개처럼 창의성이 피어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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