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진관사 콩국수에 눈물…사찰음식 매료된 세계 석학들

사찰음식 국제 심포지엄 ​​참석 석학 3인에게 듣다

토마스 두보이스 교수
“좋은 재료에 성심 깊은 조리
고급 레스토랑서 만날 수 없어”

파올로 코르보 교수
“사찰음식, 인생의 전환점
이탈리아 가서 비교 연구”

양종집 교수
“사찰음식 철학 등에 감동
지속적 교육으로 확장돼야”

토마스 두보이스 교수
“좋은 재료에 성심 깊은 조리
고급 레스토랑서 만날 수 없어”

“가끔 음식이 너무 압도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어요. 진관사에서 만난 콩국수가 그랬죠. 이는 단순한 먹거리 넘어 삶의 궤적처럼 느껴지죠. 제 어머니가 마지막 해주신 음식처럼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주최 사찰음식 국제학술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토마스 두보이스(Thomas David DuBois)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8월 18일 서울 진관사에 맛본 콩국수를 먹고 감격에 눈물이 흘렸던 이유에 대해 “내 영혼 깊숙이 와 닿았다”고 밝히며 이 같이 밝혔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그는 중국 종교학·음식학 전공자로 불교적 채식주의에 관심이 많다. 두보이스 교수는 중국 사천성 성도의 요리학교에서 수학했으며, 문수원에서 운영하는 중국 사찰요리 단기 과정에도 관심을 가졌다. 다만, 중국 사찰요리 강좌를 이수하지 않은 것은 ‘맛’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진관사 콩국수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는 ‘순수함’이다. 두보이스 교수는 “처음 콩을 맷돌에 갈 때부터 인상적이었다.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모든 것이 감각적으로 다가왔다”며 “순수하고 완벽한 유기농 재료에 스님의 성심 깊은 조리는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정말 희귀한 경험이었고 정말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요리’임이 느껴졌다. 이는 세계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파올로 코르보 교수
“사찰음식, 인생의 전환점
이탈리아 가서 비교 연구”

지속가능한 음식문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파올로 코르보(Paolo Corvo) 이탈리아 미식과학대 교수는 사찰음식을 통해 “‘삶의 질’에 대한 완전히 다른 관점을 발견했다”고 술회했다.

예로 든 것이 8월 19일 서울 종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지도법사 하경 스님과 함께한 다도 명상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아침에 차를 1분 만에 마셔버린다. 하지만 스님과 함께 다도 명상을 해보니 저의 습관들 부끄러워졌다”며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음식과 차를 즐기는 것은 ‘슬로우 푸드’ 운동과도 닮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찰음식을 접하며 음식이 농업, 역사 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사찰음식과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이다. 사찰음식이 보여준 정신과 철학을 이탈리아 대학에 가서도 비교 연구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자신의 연구분야인 ‘지속가능한 식문화’와 사찰음식의 접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코르보 교수는 “지역에서 각자가 재배한 음식을 조리하는 사찰음식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삶, 후속 세대가 삶의 질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지속가능성의 본질이며 진정한 생태적 전환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좋은 음식’을 선택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사찰음식은 이런 책임의식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식 전환을 통해 개인의 변화를, 이를 바탕으로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코르보 교수는 “초등학교부터 ‘지속가능한 음식 교육’을 도입해 어릴 때부터 좋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교육이야말로 지속가능성이 이뤄질 수 있는 근본”이라고 밝혔다.

양종집 교수
“사찰음식 철학 등에 감동
지속적 교육으로 확장돼야”

세계 양대 조리교육기관 중 하나인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유일 한국인 교수인 양종집 아시아음식학부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사찰음식 지속가능성과 세계화를 위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감동’이었다. 이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사찰음식에 내재된 철학과 음식과 재료를 바라보는 태도 등은 서구인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찰음식 철학과 사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일회성 이벤트보다 지속적인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며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관련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CIA에도 사찰음식 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사찰음식을 체험하고 관련된 연구를 공유했던 오늘의 경험을 미국 CIA 학생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교육을 통해 한국의 사찰음식을 배우는 학생들이 늘어나면 사찰음식 홍보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고 세계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사찰음식 국제학술심포지엄 참가자들은 8월 16~17일 장성 백양사에서 템플스테이와 백양사 천진암에서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 시연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18일 서울 진관사에서는 사찰음식 명장 계호 스님과 직접 맷돌을 갈아가며 콩국수를 만들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19일 사찰음식 교육관인 종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을 찾아 전시 관람과 강좌 참관 등을 통해 사찰음식 교육 현장을 확인했다.

8월 19일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사찰음식 국제학술심포지엄 참가자들이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있다.
8월 19일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사찰음식 국제학술심포지엄 참가자들이 전시물들을 관람하고 있다.
사찰음식 국제학술심포지엄 참가자들이 사찰음식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지도법사 하경 스님에게 차에 대해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지도법사 하경 스님에게 차에 대해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하경 스님의 지도로 다도 명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경 스님의 지도로 다도 명상이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