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위, 7월 5일 SPC본사 앞서 49재
허영인 회장 책임 물으며 퇴진 촉구도
“기억하고 추모해야 현장도 바뀐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고인이 된지 49일째 되는 7월 5일, 서울 양재동 대로에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울려 퍼졌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 이하 사노위)는 7월 5일 서울 SPC본사 앞에서 ‘SPC삼립 산재 사망사고 49재 추도재’를 봉행했다. 이날 49재는 조계종 사회노동위,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 사회위원회의 3대 종교계와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들이 함께했다.
앞서 5월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일하던 한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던 중 기계에 몸이 끼며 숨졌다. 2022년 10월에는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3살 여성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숨졌고, 23년 8월에는 SPC그룹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졌다.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3명이 숨졌고, 손가락 절단 등 5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SPC는 실질적 책임자인 회장은 뒤로 빠진 형식적인 사과문만 발표한 상황이다.
이날 추도재에 함께한 이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피해자를 추모하고 안전한 세상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또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만을 추구하며 3년 사이 3명의 노동자를 숨지게 만든 SPC그룹 경영진의 법적 책임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고인이 평안하고 안전한 세상에 태어나길 염원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고금 스님은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온 국민들이 먹고 있는 제빵회사에서 이런 끔찍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고 통탄했다. 이어 허영인 SPC 회장에게 “회사의 이윤만 보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더 이상 국민의 건강도, 노동자의 안전도 맡길 수 없으니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트지회장은 반복되는 산재에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한편 대책마련도 나서지 않는 SPC 측의 대응을 비판했다.
임 지회장은 “같은 일을 하던 동료가 근무 중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지만 바로 다른 인원으로 대체됐고 동료들은 추모는 커녕 그 죽음조차 소문으로만 들어야 하는 상황이 바로 SPC의 현실”이라며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그 무엇도 아닌 바른 목소리를 내는 노동조합을 협오, 탄압하고 착취 대상으로만 보는 허영인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라 개탄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막지 말고,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충분히 슬퍼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먼저 간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해야 현장이 바뀌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기도는 추모사, 천도기도, 추모발언, 위패소지 순으로 진행됐다. 기도와 발언 후 동참자들은 고인의 위패를 들고 SPC 본사 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 정문 앞에 모두 모인 동참자들은 노래 ‘다시 만난 세계’를 열창 한 후 위패를 소지하며 추모재를 마무리 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SPC그룹 경영진의 법적 책임과 함께 정부 당국의 정확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3대 종교계는 5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과 허영인 회장 사퇴 △고용노동부의 수사진행 및 송치 상황 공개·최고책임자 엄정 처벌 △SPC삼립의 실효성 있는 대책 제시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입법 계획 제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