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여학생이 다가와 휴대폰을 내밀었습니다. 화면에는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번역기를 통해 그는 한국에 유학 온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학생은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기숙사 환경이 집중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살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두려움과 불안이 밀려들었다고 하더군요. 지인의 도움으로 적당한 집을 소개했지만, 학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망설였고, 며칠 후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며 다시 연락을 해 왔습니다. 계약서를 보니 그 집은 학생이 원하던 조건을 대부분 충족하는 곳이었고, 적절한 가격도 지불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편에서 서운함과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나를 시험한 건가?’, ‘이용당한 건가?’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곧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법구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남도 이기지 못한다.”(〈법구경〉 160절) “자기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진정한 보호를 얻는다.”
제 감정이 요동친 것은 상대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단속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처음부터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알아차렸다면, 불편함도 원망도 화도 없었을 텐데.’ 문제는 결국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학생이 또 찾아와 자취방 현관 앞에 CCTV를 달고 싶다며 불안해했습니다. 그제야 저는 단호히 말했습니다.
“나는 사실, 당신이 더 무섭습니다. 당신이 보여주는 이중적인 모습, 당신 안의 두려움과 불신이 오히려 더 위험해 보입니다. 당신이 진짜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밖에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당신 안에 있는 불안, 집착, 의심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친구들과 선을 잘 지키고, 자신을 잘 단속했더라면 이런 불안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타인을 의심하고 두려워하다 보면, 오히려 타인을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제야 학생은 스스로를 돌아보았고,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되새기게 됐습니다.
“자기를 이기는 것이 가장 위대한 승리이다.” “자신을 잘 지키는 이는 어디서든 두려움이 없다.”(〈법구경〉)
우리는 ‘자기중심적 시선과 욕망(탐), 분노(진), 어리석음(치)’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나를 보호하고 행복을 지키는 방법은 외부를 통제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탐욕과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데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 여섯 감각의 문을 잘 지키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첫 걸음입니다. 외부를 탓하기 전 내 안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다스릴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더 평화롭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오늘도 자신을 단속하며, 스스로를 지키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진정한 안전과 행복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