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전법일기] AI로 담은 법음  상담 등 전법에 활용

요즘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 사례를 자주 듣는다. 특히 작년부터는 AI 작곡 프로그램을 통해 찬불가를 만드는 불자들이 부쩍 늘었다. 나도 〈반야심경〉과 〈자애경〉을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낸 찬불가를 만들어 보았는데, “마음에 와닿는다”, “계속 듣고 싶다”는 반응을 들으며 1시간 버전으로도 제작하게 되었다.

법을 전하는 방식은 시대와 인연에 따라 참으로 다양하다. 말과 글, 몸짓, 그림, 음악, 건축 등 여러 방편으로 법은 펼쳐질 수 있다. 어느 날 ‘긍정의 에너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작사는 내가 맡고, 작곡은 ‘SUNO AI’의 도움을 받아 12곡을 완성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지금은 ‘상글방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노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통영에서는 매년 어린이날이면 통영 룸비니회 주최로 초등학생 백일장이 열린다. 올해 백일장에 참여한 한 어린이 법우의 동시에서 ‘상글방글’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게 되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눈과 입을 귀엽게 움직이며 소리 없이 정답고 환하게 웃는 모양”을 뜻하는 우리말이었다. 그 따뜻한 느낌이 마음에 남아 프로젝트 이름으로 삼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나를 사랑해’, ‘그냥 이대로’라는 노래를 온라인 법당 ‘친절’에 공개했다.

얼마 전에는 상담을 요청받는 일이 있었다. 마음공부를 통해 삶이 달라졌다는 신도의 이야기를 듣고, 지인이 자신도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며 상담을 청한 것이다. 마주 앉은 그녀는 40대 어머니였고, 두 시간 넘게 자신이 살아온 삶을 쉼 없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늘 남을 먼저 챙기며 착하게만 살아왔던 그녀는 이제는 자신을 좀 더 돌보며 새로운 모습의 아내, 딸,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였다. 답은 이미 그녀 안에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생각 속에서 스스로 그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질문을 통해 생각의 실타래에서 빠져나오자 그녀는 자신의 진짜 바람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스스로 답을 찾게 되었다. 얼굴빛이 한층 밝아진 그녀에게 어깨와 가슴을 활짝 펴고 당당하게 살라는 응원과 함께, 내가 만든 긍정의 노래도 들어보라고 권하며 상담을 마쳤다.

그날 오후, 그녀는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처음으로 남편에게 자신의 바람을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남편은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오랜 고민이 한순간에 해결되어 본인도 놀란 눈치였다. 참나를 찾아가는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녀는 앞으로 스님과 마음공부 스터디를 함께하자고 제안해왔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상대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온전히 공감해 주는 일이라 여겨진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마음을 듣는 일이야말로 언제나 소중한 전법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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