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식욕부진, 원인 알아야 치료됩니다
외래에서 진료하다 보면 걱정이 가득한 얼굴의 부모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우리 아이가 너무 안 먹어요”입니다. 하지만 막상 키와 체중을 측정해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궁핍한 시절을 지내왔고, 아이가 통통하게 살이 올라야지만 ‘내가 아이를 잘 키워냈다’는 자랑이 되기에 일어나는 해프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없어서 못 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병원을 찾는 아이의 대부분은 속이 불편하거나 편식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식욕부진에 대한 부모님들의 걱정은 과거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한의학적 치료법은 매우 자세하고 다양하게 전해지고 효과도 좋은 편입니다. 다만,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이 매우 많기에 진료할 때 환자나 보호자에게 이러한 것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식욕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첫 번째로 우리 아이의 키와 체중을 면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성장곡선을 통해서 아이가 50 백분위수에 비해 큰지 작은지를 판단하고, 키에 따른 체중이 50 백분위수보다 더 나가는지 덜 나가는지를 판단해서 또래보다 말랐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저를 포함한 부모님들 대부분이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더 잘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평균적인 성장과 체중을 보이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형제자매 중에 잘 먹는 아이가 있으면 더욱 비교되기도 합니다. 만일 정상적인 성장과 체중을 보이는데 단지 먹는 것이 부모의 마음에 들지 못해서라면, 아이 탓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고 부모와 자식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키에 대한 체중이 현저히 적다면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잘 먹는데 살이 찌지 않는 경우라면 부모가 그 아이와 같은 나이 때에 말랐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도 없으니까요. 임상적으로 보면 마른 부모 밑에 비만인 아이가 나오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마른 것은 인정하되 평균 체중에 비해 지나치게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키에 따른 50 백분위수 체중보다 5kg 이상 적게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진료 경험상 이보다 체중이 적어지면 피로감, 무기력,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자주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편식입니다. 단언컨대 편식을 고치는 약은 없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요즘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먹지 못하는 경우는 보기 힘듭니다. 단지, 여러 가지 이유로 먹고 싶거나 먹고 싶지 않은 종류의 음식이 있을 뿐이죠. 이 부분에서 부모 자식 사이에 많은 갈등이 발생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식감이나 맛이 별로인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은 딱딱해서, 물컹해서, 질겨서, 맛이 없어서 먹기를 거부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제게 아이들이 생 채소를 안 먹는다며 하소연하시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음식들을 잘 먹는 아이에게는 ‘부모님께서 아이에게 매우 고마워하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20여 년 동안 한방소아과 진료를 하다 보니 특정 음식에 대한 편식이 성장 과정 중에 잠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아이의 편식으로 체중이 늘지 않아서 걱정하시는 부모님들께는 ‘영양소가 편중되지 않는 선에서 그냥 잘 먹는 것을 잘 먹이세요’라고 안심시켜 드립니다. 아이에게는 식사 시간이 불편한 시간이 되지 않도록 응원해 줍니다.
예를 들어, 우유를 싫어하면 육류를 잘 먹으면 되고, 채소를 안 좋아하면 과일을 먹이면 됩니다. 편식이 너무 심해 영양소 불균형을 걱정하신다면 여러 가지 안전한 건강기능식품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싫어하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아이들의 행복한 식사 시간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유를 너무 싫어하는 아이가 언젠가는 맛있다며 먹을 시기가 올 테니까요.
그래도 잘 안 먹는 아이라면 불편함으로 못 먹는 아이이기 때문에 여기서 한의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화가 안 되는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지, 울렁거리는지, 아픈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처방을 사용해 원인을 치료해 주면, 그동안 아이와 부모님을 힘들게 했던 식욕부진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잘 먹고 잘 크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부모의 가장 큰 기쁨일 것입니다. 대단히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부모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식욕부진. 한의학에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해결책이 있으니, 이제는 고민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