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잘 이겨내야 건강한 봄 맞는다
봄은 오행 중 ‘木’에 해당돼
‘간’의 기운이 왕성한 시기
간혈부족 등에 수면 불균형
매실 등 신맛 나는 음식으로
간의 기운 증장하면 도움 돼
많은 눈과 잦은 추위로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다. 최근 들어 오랜만에 느껴지는 따스함에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는 춘곤증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눈꺼풀이 평소보다 더욱 무거워지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 몸소 느낀다. 기온이 오르고 환경이 변하면서 겨우내 쌓인 체내의 불균형으로 수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피로감은 단순히 계절 탓이라기보다 몸의 기운이 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졸음, 무기력, 집중력 저하로 볼 수 있다. 춘곤증이 지속되면 밤에 잠을 못 이루게 되고, 반대로 이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 부족이 춘곤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수면 불균형을 어떻게 진단할까?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이 자연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하다고 본다. 춘곤증을 찾아오게 하는 봄을 살펴보자. 봄은 오행 이론에서 목(木)에 포함된다. 바야흐로 생명의 탄생과 성장의 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따라서, 겨울 동안 저장한 기운을 더 소모하며 기운이 충만하기에 영양공급이 필요하다. 봄은 또한 간(肝)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시기이다. 간은 기혈의 저장과 순환을 조절하는 핵심 장부이다.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혈이 부족하거나(肝血不足), 기운이 막히거나(肝氣鬱結), 열이 치솟아(肝火上炎)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간혈부족이면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잠에서 깨고 꿈을 많이 꾸어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또는 피부가 창백하며 어지럽거나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자주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간기울결은 간의 기운이 정체되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생각이 많아져 잠들기에 어렵다. 여러모로 생활이 힘든 요즘,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 과로, 근심으로 불면을 호소한다. 간화상염은 간의 기운이 막힌 것에 더하여 화(火)로 변하여 열이 위로 치솟아 얼굴이 붉어지거나 입이 마르는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을 회복하는 데 효과 있는 방법을 권한다면, 가정에서는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저녁에 족욕이나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면 좋다. 간의 기운을 북돋우고 조절해 주는 신맛이 나는 매실, 레몬 등을 매일 섭취해 주고 실내에만 머물기보다는 가벼운 산책과 운동으로 체내 순환을 조절해 본다. 봄에 나는 제철 과일이나 나물을 충분히 섭취하여 기운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리 춘곤증이 몰려와도 낮잠을 심하게 자지 않도록 한다. 게다가, 밤늦도록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잠에 들곤 하는데, 잠드는 공간, 침대에서는 오직 수면에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혹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느라 수면 시간이 모자라도 아침에는 규칙적으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도록 한다.
밤에 잠들지 못할까 봐 너무 걱정하는 것도 수면에 방해가 될 뿐이다. 짧은 시간 동안 겪는 불면은 요즘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증상이어서 가볍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불면 증상이 지속되다 보면 우울, 불안, 두통 등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이 동반될 가능성이 커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전문가의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 치료는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한방에서는 백회, 신문 등에 침 치료, 가감소합향원과 같이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는 한약을 활용하며 뜸 치료로 혈액 순환을 돕고 상담 치료 역시 병행하고 있다.
춘곤증은 병이 아니라 몸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지나친 걱정보다는 ‘아, 또 봄이 왔구나’하며 받아들이고 자연 치유를 통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며 보다 안정된 생활을 유지한다면 한결 마음이 편해져 기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