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강소연의 수행 다이어리] 수행의 핵심은 ‘지속’에 있다

의식이 작은 ‘나’로부터 분리되고,  크나큰 바탕 자리(허공)로의 전환이 일어난다. ⓒ강소연
의식이 작은 ‘나’로부터 분리되고, 크나큰 바탕 자리(허공)로의 전환이 일어난다. ⓒ강소연

7. 삼매의 현상들(3)_소용돌이와 연꽃

우리는 수행을 하다가 종종 길을 잃는다. 어떤 특별한 방법이나 요령을 찾는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지만 별 진보가 없어 애만 탄다. 나는 왜 안 되지? 여기저기 선지식을 찾아 헤매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지도는 없고 답답한 마음은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몸부림의 시간을 지나고 보니, 수행의 핵심은 간단했다. ‘지속’이다.

수행, 끊기지 않고 계속 집중
사마타 수행이건 위빠사나 수행이건 수행의 성공은 ‘지속함’에 달려있다. 본 연재의 시작에서 화두를 타파하는 방법은 ‘오롯한 (지속적인) 집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화두를 들다가 말다가 하면 백날을 들어 봐야 소용이 없다. 끊기지 않게 계속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의 온도는 100°C가 되어야 비로소 끓어서 (액체에서) 기체로 변한다. 즉, 놓침 없는 지속성으로 꾸준히 온도를 올려야 비등점을 치게 된다. 물이 낮은 온도로 데워지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는 지지부진한 상태로는, 액체가 기체로 전환하는 질적인 변화를 볼 수 없다. 

사마타의 경우에는 (하나의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집중’이고, 위빠사나의 경우에는 (오온에 대한) ‘지속적인 알아차림’이다. 어느 수행이건 ‘지속적’으로 하면, 그다음 단계들이 스스로 문을 열어, 감춰졌던 이면의 세상을 드러낸다. 올바른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고찰이 성공의 관건인데, 수행 초보자는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스승은 (초보자가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기를 때까지) 함께 수행해 주는 사람이다. 특정 시간에 특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좌선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마련해주고 이끌어주어 스승을 찾아라. 즉, 말(이론)보다는 몸(실천)으로 직접 보여주는 스승이 실질적으로 가장 도움이 된다.

무의식적 안착의 요령
그럼, 언제까지 어떻게 ‘지속’하느냐.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좌선 시간은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 또는 저녁 6시에서 9시 사이가 정신을 맑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한번 시작하면 ‘7일’ 단위로 해서 총 49일은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이유는 무언가 새롭게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에너지의 주기가 7일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7일로 구성되어 있고, 몸의 세포가 전체적으로 갱신되는 기간이 7년이며, 중음 기간도 7일이 7회 반복된 49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49일의 수행을 (필자의 경우, 매일 3시간 반씩) 1년에 2회만 하여도 수행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느낀다. 1년에 2번 있는 동안거와 하안거 기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우리는 ‘수행’이라는, 내 삶에 있어서 전례 없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는 수행을 통해서만 업장을 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행은 복잡하게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꾸준함’으로 해야 한다. 이 새로운 습관이 계속적인 반복을 통해 무의식에 정착할 때까지 한다. 그러면 무의식이 알아서 ‘수행이라는 업력과 업행’을 ‘저절로’ 실행해 준다. 수행의 습관이 무의식에 얼마만큼 깊고 넓게 안착되느냐에 따라, 불안과 고통은 줄어들고 평화가 찾아온다. 붓다께서 말씀하신 수행에는 신(神)도 없고 리더도 없으며, 그저 실천적인 ‘Daily Practice(일상적인 연습)’만이 있을 뿐이다. 실천하지 않는 불교는 껍데기 불교일 뿐이다.

그 외, 사마타의 현상들
지난 연재에 사마타 수행 중에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어마무시한 빛과 초대형 여의주, 그리고 만자(卍字)의 소용돌이 등을 언급하였다. 그 외에도 만나게 된 몇 가지 현상을 이어서 소개한다. ‘회전하는 에너지’, ‘알갱이 입자들이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허공에 춤추는 무수한 빛의 입자들’, ‘만개한 연꽃‘ 등이다. ‘회전하는 에너지(소용돌이 문양)’는 삼라만상이 태동하는 ‘연기(緣起)하는 모습’이다. 이것과 저것이 만나면 원심력으로 인해 빙빙 돌아가는 에너지 패턴이 생기고, 빙빙 돌아가다가 덩어리지고, 덩어리지면서 만물이 생겨난다. 우리가 태어난 ‘바탕의 문양’이다. 소용돌이의 회전 문양은, 가장 쉽게는 부처님 형상 중 머리에 한가득 표현된 ‘나발’로 확인된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경험은 뒤통수에서 ‘연꽃(또는 연화)이 핀다’는 것이다. 단층의 꽃잎은 투명했고 잎사귀는 이집트 연꽃처럼 폭이 좁고 끝이 뾰족했다. 서양의 가톨릭과 철학의 전통에서는 이를 솔방울이 열린 모양 같다고 해서 송과체(Pineal Gland)라고 한다. 어떤 이는 머리에 해바라기가 폈다하고 또 어떤 이는 장미꽃이 폈다고 한다. 다양하게 표현하지만, 겹겹의 잎사귀가 열리는 모양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화엄경〉과 〈범망경〉에서 “법신불이 천 잎의 연화 위에 앉았는데…”라며 ‘천 잎 연화’의 만개를 누차 언급하고 있다. 〈관무량수경〉에는 “근기(根機)가 높을수록 연화의 크기가 크고, 꽃잎의 수는 중층으로 무수하게 늘어나며, 또 연화가 피어있는 기간은 길어진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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