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삼매의 현상들(2)_여의주
사마타 수행 중에 만나게 되는 ‘강렬한 빛’. 그것은 집중의 강도에 따라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또 밀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깊어진다. 이때는 의식이 대상에 밀착해서 붙어있기에, (내 몸으로부터 의식이 분리되어) ‘내 몸이 없다’고 느낀다. 결국, 집중 대상만 남고 나는 없다.
‘펄럭’ 사라지는 몸
사마타 수행 중에 몸이 없어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처음에 집중점(선종에서는 율극봉 또는 금강권 등으로 일컫는다)으로 잡았던 가슴 차크라 자리가 뻥 뚫려 버린다. 몸통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주먹을 쥐고 팔을 그 구멍으로 넣었다 뺐다 관통해본다. 또 삼매에서 떨어져 나올 때, 순간 몸이 없어서 깜짝 놀라 몸을 이리저리 더듬어 보기도 한다. 이때(집중 대상과 하나가 되었다가 의식이 몸으로 돌아오는 순간), 몸이 튕겨 나뒹구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집중하는 의식’은 대상을 강렬하게 거머쥐고 머물려 하지만, 실제로 몸이 있기에 자석처럼 의식이 제집(몸)으로 돌아와 들러붙는다. 장시간 동안 오롯이 추구했던 대상으로부터 (의식이) 갑작스레 분리되니, 순간 몸도 착각을 일으켜 분리되듯 튕겨 나와 뒤로 자빠지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 중,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마치 종잇장 접히듯 몸의 중심이 반으로 접히면서 ‘펄럭’하더니 몸이 사라져버린 경우였다. 그리고 그렇게 몸이 사라진 자리에 거대한 여의주가 나타났다! 지구보다도 크고 태양보다도 크게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여의주. 얇은 깃발처럼 한순간 펄럭이며 사라져버린 내 몸, 그것은 참으로 가볍고도 허망했다. 그리고 초대형 여의주만 남았다.
초대형 ‘여의주’의 출현
아! 모든 존재의 이면에는 여의주가 있구나! “우차여의주 정획무등등(遇此如意珠 定獲無等等: 이 여의주를 만난 이는 반드시 가장 높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라는 〈천수경〉의 구절에서 왜 ‘여의주’가 등장하는지 이해가 간다. 그러고 보니, 대표적 대승경전(〈화엄경〉 〈법화경〉 〈정토3부경〉 등)에는 여의주에 대한 언급이 수없이 많다. 영주(靈珠: 신령한 구슬)·보주(寶珠: 보배 구슬)·마니·주(珠)·마니주·여의주·여의보주·마니보주·무가주·명월마니주·반야영주·염주(念珠)·금강주 등, 그것을 가리키는 이름이 너무 많아 모두 나열할 수가 없다. 무수한 보주 중에 으뜸이 이 있는데, 이를 마니보주라고 한다.
참으로 거대한 구슬이 있는 반면, 모래알만큼 작은 구슬도 있다. 갠지스강 모래알 같은 깨알 같은 구슬 입자들이 변화무쌍하게 파도친다. 내 몸 안팎의 허공에 가득한 구슬 입자들이 추는 군무(群舞)는 너무나 빨라서, 그것을 인식하려는 순간 도망가 버린다. 그 무상(無常)함을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다.
고려시대 나옹 스님(혜근, 1320-1376)이 지은 ‘완주가(翫珠歌)’는 일명 ‘영주가(靈珠歌)’로도 불리는데, 오묘한 구슬에 대한 총 60구의 찬송이다. “신령한 구슬은 지극히 영롱하여/ 본체는 항하사를 둘러싸 안팎이 비었도다/ 사람마다 푸대 속에 당당히 간직해/ 매만지며 가고 오니, 아무리 놀아도 끝이 없네/ 혹자는 ‘마니’라 하고 혹자는 ‘영주’라고 하니/ 이름과 모양은 비록 많으나, 본체는 하나이네/ 세계마다 티끌마다에 분명하여, 마치 밝은 달(명월)이 가을 강마다 가득한 듯하여라.(이하 생략)” ‘완주’는 ‘구슬이 희롱한다, 유리알이 유희한다’라는 뜻으로, 헤르만 헤세(독일 소설가)의 〈유리알 유희(1943년 간행, 노벨 문학상 수상작품)〉를 떠올리게 한다.
卍자의 소용돌이
강렬한 빛과 초대형 여의주, 그 외에도 사마타 수행을 할 때 만나게 되는 현상들 중에 만자(卍字)의 소용돌이가 있다. 아랫배의 단전에 집중을 하니, 캄캄한 심연을 바탕으로 찬란한 빛의 바람개비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은 회전하기 시작한다. 빛줄기가 처음에는 사방(四方)이다가 팔방(八方) 또는 시방(十方)으로 분화한다. 빛의 바람개비는 처음에는 2차원의 평면에서 좌우로 돌아간다. 그러다가 에너지가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앞뒤 좌우로 돌아가 3차원의 공간을 채운다. 형성된 조건에 따라, 작게 돌기도 하고 우주의 블랙홀처럼 크게 돌기도 한다. 빠르게 돌기도 하고 천천히 돌기도 한다. 그 움직임과 형상이 변화무쌍하지만, ‘방사와 회전’이라는 공통의 특징을 갖는다. 이 빛의 바람개비를 문자화한 것이 ‘만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