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분노의 화살을 멈추게 한 부처님, 분노시리즈 (7)
‘버림받지 않으려는 두려움’ 집착 원인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아야 안정 얻어
지난해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최소 181명의 여성이 살해되었고, 374명이 살인미수의 피해를 입었다. 이는 ‘한국여성의전화’가 2024년 한 해 동안 언론 보도를 분석해 발표한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친밀한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평균 이틀에 한 명꼴로 발생했으며, 피해여성의 자녀, 부모, 친구 등 주변인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최소 650여 명에 달한다. 특히 피해자의 17.5%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보호조치를 받은 상태였음에도 극단적인 폭력을 피하지 못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범죄 통계를 넘어,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가 폭력으로 표출될 가능성과 잔혹함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혼 요구, 재결합 거부, 의심 등 관계의 균열이 가해자들에게는 ‘버려진다’는 불안으로 작용하며,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분노로 변해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가해자들은 ‘나는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존재인가?’, ‘나는 버려지는가?’라는 생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그 두려움이 극단적 분노로 전환된다. 이는 단순한 순간적 감정 폭발이 아니라, 피해자를 통제하려는 과정에서 축적된 감정이 폭발한 것이며, 관계를 소유하려는 집착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심리학의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에 따르면, 어린 시절 형성된 내적작동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은 개인이 타인과 맺는 관계 방식과 감정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안전감을 느끼지만,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거절과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며, 극단적인 감정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애착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순간적 감정 폭발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내적작동모델이 성인이 된 후에도 반복되는 과정이다.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를 가진 사람들은 특정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과거의 상처가 떠오를 때마다 강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지나치게 신중해지거나 타인에 대한 의심이 깊어진다. 이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거나 소외감을 경험할 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며,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확신하면 강박적으로 증거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을 떠난 사람이나 배신한 상대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며, 복수하고 싶은 충동을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반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과도한 애정을 쏟고 헌신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그 배신감을 분노로 표출하기도 한다.
이들의 분노는 단순한 화가 아니라, 깊은 심리적 상처에서 비롯된다. ‘나는 소중한 존재인가?’, ‘나는 버려질 존재인가?’라고 시작된 생각은 곧 두려움이 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그 두려움은 분노로 변한다. 내면에 자리 잡은 버림받음의 기억이 순간적으로 활성화되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최근 연구에서 내적작동모델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경험과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수정될 수 있으며, 이는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분노는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먼저, 그들의 특정한 분노 대상을 정리해보자.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는 깊이 의지했던 사람들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나 연인, 부모, 형제자매, 자녀, 친한 친구, 직장 동료 등 가까운 관계일수록 분노가 쉽게 촉발된다. 그들에게 이들은 삶에서 중요한 존재이며, 그들의 인정과 애정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는 특정 성별이나 연령층에 집중되거나, 과거의 상처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상에게 더욱 강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감정은 질투다. 질투에서 비롯된 의심은 비난으로 변하고, 결국 분노로 치닫는다. 결국 관계는 파탄난다. 질투로 인해 상대방을 미행하고 따져 묻고, 터무니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며 협박까지 하기도 한다. 자신의 상황이 이에 해당 된다면, 즉시 멈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것이다. 질투와 불신이 떠오를 때 대체할 문장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되새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오늘 그 사람을 믿겠다’, ‘그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다’와 같은 문구를 활용해 불안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 믿었던 사람을 떠올리며 안전감을 되새기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이 사랑받았고 안전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관계의 안정감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과 말도 변해야 한다. 불신과 의심의 언어를 버리고, 상대에게 믿음을 요구하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불필요한 질문과 집착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울 뿐이므로, 상대를 시험하려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필요한 존재라고 믿는 것이다.
지난 연재에서 똥을 나르는 일을 하던 니이다이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니이다이는 부처님을 피해 급히 도망치려다 넘어져 똥물을 뒤집어썼고, 부처님의 가사에도 똥물을 튀게 했다. 하지만 불가촉천민 가운데 더욱 심한 차별을 받은 그를 부처님은 제자로 삼았다. 깨달음의 길을 갈 부처의 사람으로 믿고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였다. 자신이 스스로를 불가촉천민으로 여기고 있을 뿐, 부처님께서는 그를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셨다. 이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믿고 ‘버림과 버림받음’이란 생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자신이 이미 온전한 존재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