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작은 부처’가 됩시다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우울증
가족 등 주위사람 관심도 중요
주위 기분 좋게하는 부처님 되자
우울증은 두 명 중 한 명이 일생동안 한 번 정도는 겪는 흔한 질병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원인도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과 심리·육체적 복합적 형태로 다양하다. ‘우울’이라는 말은 침체된 마음(憂)과 막힌 상태(鬱)를 의미한다. 정신과 정서적 원인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과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람의 삶에서 사춘기, 출산 후, 갱년기 등 인체 주기에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에도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 경험하는 우울증의 공통점은 신체 내부에 있는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감정 기복이 심하게 나타난다.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나 슬픈 일에 눈물을 자주 흘리거나 흥미와 즐거움을 상실할 때, 피로감이나 무력감이 심한 경우, 빈번한 불면이나 과수면을 겪고, 매번 폭식하거나 아예 입맛을 잃어 식음을 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우울증을 우울감이나 고독감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음의 감기와 같이 쉽게 걸리고 수월하게 치료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회복이 어렵고 위험할 수도 있으니 전문가의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과 우울감과 고독감을 대비해 보며 그 차이점을 명확히 알아보자. 우울증은 감정이나 사고뿐만 아니라 이에 수반되는 신체적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우울감은 직접적인 원인이 분명히 인지되어 상황이 전환되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감정이다. 이들과 달리 고독감은 자기 의지와 선택에 의해 홀로 있는 상태라 구분할 수 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표현에 의하면 깊은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아주 기분 나쁜 느낌을 호소하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때 주위 분들 특히, 가족들의 따뜻함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울은 만병의 원인이 되고 불면증, 노화, 치매를 촉진시키도 한다. 따라서, 평소에 우울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울은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귀여운 손자, 손녀뿐만이 아니라 소중한 주위 사람에게 우울을 전염시키면 안 되니까, 항상 본인의 건강한 정신을 위해 감정을 잘 관리하고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적 관점인 음양적 사고로 살펴보면, 매사는 항상 양면을 지니는데, 절대적인 양이나 음은 존재할 수가 없다. 지금 힘들고 눈앞이 컴컴할 정도로 막막하더라도 또다시 그 어둠을 밀고 해가 뜨고, 반대로 아무리 젊고 강하고 잘나가도 멀지 않아 쇠퇴의 길이 온다는 것이다. 음양적인 유연한 사고를 가지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고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환자에게 음양의 이치와 사고의 유연함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오히려 사람에 따라서는 우울증을 잘 다스려서 자기의 삶에 더 큰 성장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체질에 따라 우울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다. 외부에서 오는 강한 충격이나 만성적인 스트레스에도 음적인 체질은 풀이 바람이 지나가듯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양적인 체질은 강건하여 웬만하면 잘 스러지지 않지만 한 번 크게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기가 어렵다. 물론 사람의 체질에 대해 단순히 양단으로 명확히 가를 순 없다. 음과 양이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의해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우리의 인체는 음양의 편차에 의해서, 기와 혈이 끊임없이 순환되고, 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질병이 오는 것이다. 임상적으로 우울은 허증(虛症)이라는 신체적 증상으로 볼 수 있는데, 최근에 연구 실험을 통해 우울증 모델의 운동 시간 증가, 혈액과 뇌 단백질에 미치는 영향 등에서 동국경옥고가 항우울 효과가 있음을 ‘Ethnopharmacology’이라는 국제 의학술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동국 경옥고는 홍삼, 생지황, 복령, 꿀을 함께 넣어 72시간 동안 중탕하여 끓인 후 하루 동안 식히고 그 다음에 24시간 중탕을 하는 과정을 거쳐 제조했다. 이번 논문을 통해 경옥고가 항우울 효과뿐만 아니라 신경보호, 항산화 및 항염증에도 효능이 있음을 밝혔다.
주위에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우울이라는 것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이나 사회의 문제로 커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늘 경계해야 한다.
우울은 불교의 삼독(三毒)에서 살펴보면, 화내는 마음의 일부인 질투하는 마음과 나태하고 산만한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사무량심(四無量心) 즉, 자애와 사랑하는 마음(慈), 연민과 보살피는 마음(悲), 기쁨을 더불어 하는 마음(喜), 수용과 평정의 마음(捨)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 번에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며 꾸준히 실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매 순간 자기를 스스로 살펴서 인생의 방향을 점검하고 수시로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보듬는 것을 두고 우리 선인들은 ‘돌이켜 살핌(반성:反省)’이라 일컬었다.
예전에 양산 통도사에서 연수를 받을 때 스님이 ‘작은 부처’에 대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부처님같이 위대한 존재는 아니더라도 부처님 닮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작은 부처이며,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따뜻하게 기꺼이 그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우리가 작은 부처라고 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주위에 기분을 좋게 하는 작은 부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