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설과 우파니샤드
오장설, 생존 원리 통해 자아탐구
인간 인식과 쾌락의 원리로 귀결
사물 질서, 현대인 오만함 비판해
우리는 우주 질서 내에서 존재한다
석가모니 부처님 재세 시, 인간은 어떻게 이해됐을까? 부처님 당시는 중기 우파니샤드 시대에 속한다. 우파니샤드 시대에는 오묘(奧)한 뜻(義)을 교시하는 오의서(奧義書)와 아란야(森林) 수행과 연관된 삼림서(森林書)를 통하여 인간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이들 문헌들은 지고한 절대에 대한 인식을 밝힘으로써 무지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파니샤드는 인간의 본질을 다섯 가지 층으로 이루어졌다고 이해하였다.
피상적 속성으로부터 시작하여 내밀한 본질에 이르는 다섯 겹의 인간의 실체는 어떠한가? 이는 오장설(五藏說)로 회자된다. 다섯 덮개(paca koa)는 〈타잇티리야 우파니샤드〉와 〈파잉갈라 우파니샤드〉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후 14-15세기 불이일원론 학자인 비드야란야의 〈판차다쉬〉에서, 그리고 16세기의 수행자인 사다난다의 〈베단타사라〉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 오장설이 시대를 거듭하며 정론으로 제시되는 것은 그만큼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장설의 첫째는 ‘음식의 정수인 유미죽으로 이루어진 덮개’(anna maya koa)이다. 지수화풍의 물질적 요소로 이루어진 신체는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둘째 덮개는 ‘호흡으로 이루어진 몸’(pra maya koa)이다. 우주의 기운을 받아 살아가는 인간은 우주와 자연의 도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세 번째는 ‘감각적 마음으로 이루어진 몸’(mano maya koa)이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마음의 기능을 작동하여 외부대상을 파악하고 인식하는 주체적 존재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넷째는 ‘지성으로 이루어진 몸’(vijna maya koa)이다. 인식의 본질적 기능은 외부대상을 파악하는 것에서 벗어나 내면을 관조하여야 하며, 지성은 불꽃처럼 인간의 내면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환희로 이루어진 몸’(nanda maya koa)이다. 인간의 내면에 깃든 본성이 우주적 본체와 다르지 않음에 도달할 때 인간은 자기의 목표를 성취하여 환희를 향유하는 자리에 있게 된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우파니샤드(Upaniad)는 가까이를 뜻하는 ‘upa’와 아래를 뜻하는 ‘ni’, 앉다를 의미하는 ‘ad’의 세 가지 낱말이 결합된 합성어이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가까이 아래에 앉다’이며 ‘가르침을 받기 위해 스승의 가까이에 앉는다’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스승이 제자에게 지고한 가르침을 비밀스럽게 전수하는 이미지는 나아가 사물들 간의 질서 있는 배열로 이어진다. 이 배열 관계가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에 적용된 것이다. 가시적인 물질성의 존재로부터 미묘한 인식주체의 희열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계차적 배열로 분석하도록 설정된 것이다.
음식과 관련한 생존의 원리에서 출발한 자아탐구의 길인 오장설은 인식과 쾌락의 원리로 귀결된다. 고대의 지혜라 할 수 있는 우파니샤드의 가르침은 우리 시대의 첨단기술 분야에도 일정한 빛을 줄 수 있다. 사물들 사이의 질서라는 관점은 환경과 생태 그리고 우주와 생명에 대한 현대인의 태도가 오만한 것은 아닌지 자문하도록 한다. 현대인은 고도의 기술을 구사하는 존재이기에 앞서 우주와 생태 안에서 하나의 사물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