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김영애 법사의 안심뜰] 염불정진으로 ‘佛恩’ 잊지 않겠습니다 

안심뜰24 은혜 갚는 삶

마음 다한 염불로 위기 극복해
부처님 가피 보답하는 삶 발원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우리 부부는 법회 커플이다. 법회에서 만나 공부하며 눈이 맞아,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하고신혼여행을 떠난 첫날밤 두 가지 약속을 했다. 공양, 정진, 회향하는 삶을 살자고. 그리고 방방곡곡에 전법원을 개설하자고. 이 약속의 공통점은 모두 ‘은혜를 잊지 않는 삶’이다. 문사수법회를 만난지 올해로 30년. 일산신도시 조성현장의 업무로 법회가 우선이 되지 못했던 몇 년간의 삶에서 법회가 최우선 순위가 된 계기가 있었다. 1998년 어느 날 여행길에서, 해남 대흥사 방사에 짐을 풀고 저녁예불 전에 돌아올 요량으로 두륜산에 올랐다. 그러다 산악회의 커다란 리본을 잘못 보고 내려간 절벽에서 죽음의 위기를 만났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 “누구 안 계세요?” 소리를 쳐도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오고, 밑은 낭떠러지에다 저 멀리 강진 앞바다가 지는 해에 부서졌다. 가슴 높이까지의 땅 위로 도저히 올라갈 방도가 없었다. 운동신경은 왜 그리 좋았는지, 내려가지 말라고 일부러 커다란 리본을 달아놓은 것을 모르고 아래로 폴짝 뛰어 내려간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마른 흙벽 위로 1미터도 채 안 되는 관목이 딱 한 그루 서 있었으니 말이다. 작고 가느다란 줄기를 잡아당기면 흙은 곧장 무너져 내리고 뿌리는 뽑힐 것이며 나는 곧바로 뒤로 자빠져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느다란 그 줄기를 잡고 올라가는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부처님,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평생 부처님의 법을 전하며 은혜를 갚겠습니다”라고 발원하고 “나무아미타불!”을 크게 외쳤다. 눈을 떠보니 나는 절벽 위로 순간이동해 있었다. 나무줄기를 잡아당긴 기억도, 위로 올라온 기억도 없었다. 나무아미타불 한번 불렀을 뿐인데 나는 위로 올라와 있었다. 임업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노량진 생활도 잠시나마 했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전법의 길을 가고 싶었다. 석사논문을 위해 유럽수목원에도 몇 주간 다녀왔지만, 주제에 대해 회의가 들고 쓰고 싶다는 간절함이 없어졌다. 진로를 결정해야 시점에서 내 마음은 부처님께로 향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당시엔 마음을 잡아줄 사건을 스스로가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두륜산에서 입은 부처님의 가피 덕분에 평생 부처님의 은혜를 갚겠노라는 약속을 지금껏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인도성지순례 중 남편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영축산에서 사진을 찍다가 20여 미터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저 시신을 어떻게 한국으로 옮길까?’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는 분도 계셨다. 구르다가 멈춘 육신을 보며 ‘죽었거나, 살았어도 평생 불구가 되겠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얼른 염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른네 명의 일행과 한마음으로 간절히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모셨다. “부처님, 00법우를 살려주세요! 수 억겁을 지내는 동안 알게 모르게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모든 업장을 참회합니다. 부디 다시금 기회를 주셔서 부처님 은혜 갚는 삶을 이어가게 해주세요. 참회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하며 기도하고 염불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그 순간에 염불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인연이 가장 큰 복이고, 은혜이고, 가피라 여겨진다. 처음 몇 초간만 부정적인 생각이 스쳤을 뿐, 이후에는 의심하지 않아서인지 염불할 때 전혀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안 좋은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참회와 감사 기도만 올리면서 발원했다. 나무아미타불 법문만 계속 들었다. 남편도 염불 소리를 아래에서 다 들었다고 했다. 법문 덕분에 살려진 것이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설하신 염피관음력 법문이 그대로 펼쳐진 현장이었다. “어떤 고통과 액난 속에서도 관세음의 위신력을 염한다면, 불에서도 물에서도 산봉우리에서도 무사하리라”는 안심법문을 주신 부처님! 온 마음을 다해 염불했으니 어찌 불보살님의 감응과 가피가 함께 하시지 않았겠는가. 두륜산과 영축산에서의 살려주심은 우리의 신심을 증장시키고 원력을 공고히 하게 하신 부처님의 가피였음을 믿는다. 살려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보은하며 살아갈 것이다.

올 한해를 돌아보니 감사한 일이 참 많다. 현대불교신문이 서른 돌을 맞은 해에 일 년 간 ‘안심뜰’을 연재하며 법공양을 올릴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온라인전법으로 인연 맺은 도반들이 지난달에 다 함께 수계를 받고 문사수인으로 탄생함에도 감사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진학하여 새로운 인연 속에서 보은의 기회가 이어짐에도, 여름에 뉴욕을 방문하고 올란도 요가센터에서 한국불교를 알리고 법문을 나누며 글로벌 전법의 원력을 다졌음에 감사한 해였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인사에 “바쁘죠!”라는 대답이 일반적이다. 우리는 진정 바빠야 할 일에 바쁜 것일까? 종교를 믿는다는 건 궁극의 의지처를 찾아가는 것이고, 그 의지처인 나의 참생명을 찾아가는 일이 이 세상에 가장 바쁜 일이라고 배웠다. 죽은 다음이 아닌 ‘지금’, 내 마음 밖이 아닌 ‘여기’에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정진하며 복을 짓고 덕을 닦아 울타리 없는 절대세계, 불이[不二]로 살려지길 발원한다. 나의 참생명이 무량광 무량수 아미타생명 부처님생명임을 믿기에, 모든 생명이 괴로움 없이 즐거움만 있는 극락정토에 가서 나시기를 축원한다. 한 해 동안 귀한 지면을 내주시어 부처님과 법회와 법사님들, 법우들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게 해주신 모든 인연에 다시금 깊은 감사의 합장을 올린다. 나무아미타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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