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불국토 경주 남산에 오르다] 24 칠불암과 신선암마애보살반가상

남산 구름 타고 계시는 관세음보살 아름다워라 

칠불암 오른쪽 길 따라오르면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만나
마애보살상, 칠불암 직선 위치
칠불암·신선암 불상 상호 연관

​보물로 지정된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경주 남산 중턱에 있는 마애불로 남산 유일 반가상이다. 
​보물로 지정된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경주 남산 중턱에 있는 마애불로 남산 유일 반가상이다. 

칠불암의 불상을 설명하기 전에 칠불암의 아쉬움 두 가지를 이야기해야겠다. 먼저 할 말은 참배 기도할 공간의 배려다. 마애불상 앞 밑에는 나무 데크로 기도할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절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마애불상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놓고 있다. 한국의 화강암 불상은 쓰다듬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칠불암 불상은 누가 건든다고 무너지거나 상할 불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칠불암 마애불상은 신라 시대 조성할 때부터 본존불을 향해 사방불을 돌면서 기도하도록 해 놓은 모습이다. 지금의 참배 불자들이 본존불을 참배하며 사방불 주위를 돌면서 정근을 하거나 반야심경 봉독을 하며 기도한다면 신심이 얼마나 충만해질까. 이렇게 멋지고 특별하게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 조성된 마애불상에 왜 접근을 금지하는 것일까. 불상에 해가 없다면 참배하는 불자를 위하여 신심이 충만 되고 무한한 가피의 공덕을 얻도록 공간을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남산을 불국정토로 가꾸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나는 신도들과 남산의 성지순례를 갈 때 언제나 불상 가까이에 다가서서 다 함께 기도를 올린다. 주위를 돌 수 있는 불상이나 석탑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면서 <반야심경>과 ‘천수다라니’를 독송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보다는 가까이에서 불상이나 석탑의 기운을 느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뵙기 위한 순례를 온 것인데 멀리서 바라보는 것보다 더 좋은 것 아닐까. 보존을 앞서 말한다면 이것을 생각하면 된다. 성지순례 온 사람들은 불상과 불탑을 그 누구보다 더 경건하게 받든다는 것을. 

나머지 아쉬움은 복원의 아쉬움이다. 막새는 기와집 기와 추녀의 끝을 장식하는 무늬가 있는 기와를 말한다. 칠불암 주변에서 수습된 길이 10.2cm의 당초무늬 암막새는 7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막새는 안압지에서 발견된 679년을 뜻하는 ‘의봉4년(儀鳳四年)’이라는 명문이 있는 당초무늬 암막새와 흡사하다. 그래서 마애불상의 연대를 679년경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정도면 칠불암은 한국불교 초기의 문화유산을 간직한 사찰이 된다. 그런데 칠불암 경내에 있는 아무렇게나 쌓여있거나 석탑과 흩어져 있는 석등 하대석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마당에 있는 석탑은 기단석이 지붕돌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 위에 몸돌이 있는데 또 그 위에 네모난 기단석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기단석 위에는 몸돌과 지붕돌을 올려놓았는데 이게 뭔가 싶다. 북편 계곡에는 흙에 묻힌 탑재가 있는데 마당 석탑 기단으로 사용되는 지붕돌과 같은 탑재로 보인다. 그래서 마당의 석탑은 최소 2개의 석탑을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것이다. 이 석탑을 볼 때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주지스님께 묻고 싶다. ‘왜 복원을 안 하십니까’.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칠불암의 이름은 마애삼존불상과 앞 사방불을 합한 숫자 때문에 붙여진 것 같다. 언제부터 칠불암이라 이름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오불암이나 오방암이 맞는 거 아닐까 싶다. 아미타불의 좌우는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기 때문이다. 두 보살을 빼면 부처님은 다섯 분이다. 또한 아미타불을 중앙에 모시고 주위에 사방불이 있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조성하면서 어쩔 수 없이 아미타삼존불상 앞에 사방불을 조각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오불암이나 오방암이 칠불암보다는 맞는 명칭 아닐까 싶다.

반으로 자른 듯한 바위의 한 면에 부조가 높은 마애삼존불상은 8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면을 향해 앉아 있는 본존불의 높이는 2.6m이며, 본존불을 향해 서 있는 두 협시보살의 높이는 2.1m이다. 본존불상은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하고 있다. 매우 사실적으로 조각한 뛰어난 솜씨를 뽐내고 있다. 앙련과 복련의 연화대좌에 앉아 계신 본존불상은 상투를 튼 육계의 모습이며, 네모난 얼굴은 근엄함을 부각시킨다. 어깨는 힘있게 딱 벌어져 있어 당당하며, 우단편견의 오른쪽 어깨를 내놓은 옷주름은 석굴암 본존불상을 생각나게 한다. 본존불과 협시불의 물방울을 생각나게 하는 두광은 부드럽고 소박하다. 본존불상의 우뚝 솟은 코는 시멘트로 보수했지만 그렇게 이질적이지 않다.

좌우의 협시보살은 복련의 대좌에 서 있는데, 어깨가 한쪽이 올라가게 강조하면서 본존불상을 향하고 있다. 본존불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의 보살은 오른손에 정병을 든 관세음보살이다. 정병에는 영원한 생명의 물인 감로수가 담겨 있다. 인도어로는 소마라고도 한다. 왼쪽 보살은 오른손에 연꽃을 든 대세지보살로 추정된다. 두 보살 모두 발을 좌우로 벌리고 있는데 귀엽다는 생각이 볼 때마다 든다.

칠불암 사방불은 높이는 2.23m 내외로 동서남북의 네 면에 불상을 새긴 독창성이 뛰어나다. 네 불상의 명칭은 확실하지 않다. 문명대는 8세기 초 당나라에서 번역된 <불공견삭신변진언경(不空索神變眞言經)>에 따라 동방 약사불, 남방 보생불, 서방 아미타불, 북방 세간왕불로 추정하였다. 그런데 정면에 아미타삼존불상을 조성하고 또 서방의 아미타불을 조각한 이유가 의문이다. 다른 명칭의 불상이 아닐까 싶다. 약함을 든 동방의 약사불만이 분명할 뿐 다른 불상의 명칭은 알 수 없는 비밀의 사방불상이다. 네 불상 모두 오른손을 들고 엄지와 검지를 붙인 수인과 통견의와 옷 주름 등이 거의 같다. 사방불 또한 풍만하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보아 8세기 중엽 불교의 최전성기에 조성된 불상으로 추정된다. 

칠불암 본존불과 사방불의 참배를 마치고 나면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남산 최고의 관세음보살님을 참배하러 가야 한다. 칠불암 오르느라 힘들었던 분들도 충분히 쉬고 무조건 신선암 관세음보살님을 참배해야 한다. 남산에서 구름을 타고 날아올라 계신 지상 최고의 관세음보살상을 참배할 더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무섭지만 참아가며 바위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멋진 경치가 보이는 바위 능선에 오르게 된다. 이 큰 바위를 돌아서면 마애보살반가상이 정말 멋지게 나타난다.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은 바위 한 면의 중앙을 주형(舟形)으로 파고, 그만큼을 양각으로 보살상을 조성하였다. 어찌 보면 감실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광배 같기도 하다. 전체 높이가 1.9m의 크기로 새겨져 있다. 주변에는 건물을 바위벽에 붙여 세운 흔적이 있으며, 주위에 기와 편들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살상 앞의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앞은 절벽이라서 어떤 모습이었을지 감이 안 온다. 비를 막는 지붕 형식의 전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보살상 바로 위에는 가로로 직사각의 홈이 파여 있다. 가로 154cm, 세로 10.5cm, 깊이 6cm인데 천개를 부착했던 흔적 같다. 관세음보살님 위로 천개가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저 멀리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기가 막혔을 것 같다.

보살의 머리에는 삼면보관(三面寶冠)을 쓰고 있다. 선명하게 보이는 눈과 코와 입술은 부드러우면서 살짝 미소를 짓고 있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전반적으로 풍만한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얼굴이 좀 큰 편이고 옷 주름의 장식성이 풍부하다. 목걸이와 팔찌를 하고 있으며 옷의 주름은 화려하게 늘어져 있다. 양손은 가슴으로 가져다 대고 있는데 오른손은 가슴 중앙에서 꽃가지를 들고 있다. 왼손은 오른손 위쪽에서 엄지와 검지를 맞대며 손바닥을 보이는 설법인을 취하고 있다. 

오른발은 대좌에서 내려놓았는데 이는 신라시대 불보살상으로는 유일한 모습이다. 또한 우리나라 마애불에서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한 송이 연꽃이 오른 발바닥을 받치고 있고 왼발은 가부좌를 취하고 있다. 옷주름이 대좌를 덮고 있는데 용장사곡 삼륜좌불을 생각나게 한다. 또한 구름이 좌대를 받치고 있는데 하늘 높은 저 어딘가에 있을 불보살의 세상을 상징하는 것 같다. 화려한 관음보살상을 돋보이게 하려고 신광과 두광을 둥근 선으로 단순하게 조각한 것으로 보인다. 조성 시기는 8세기 중엽이라 판단된다.

마애보살반가상은 칠불암을 직선으로 바라다보고 있다. 그렇기에 칠불암 마애불상군과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은 연관된 불상으로 보인다. 마애삼존불상의 본존불은 아미타불상이다. 그렇기에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은 관세음보살님이 칠불암 아미타부처님의 명을 받아 중생들을 극락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구름을 타고 중생을 살피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상으로 경주 남산 불국토 안내의 글을 마친다. 소개하지 못한 석탑과 박물관에 모셔진 불상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를 꿈을 꾸며 글을 마무리한다.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남산의 불상이 원래의 자리에 모셔지고, 경주 남산이 한국불교의 불국토 성지순례 일번지가 되는 날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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