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바이오테크놀로지, 불교로 읽다] 11. 생명에 대한 단상

다르마의 핵심은 ‘생명’

절집선 강물도 멈추기에 번뇌도 쉰다
생명이 ‘본체’라면 테크놀로지는 ‘삶’
잎 따거나 가지 찾지 말아야 할 이유

봉은사 포교국장 공일 스님
봉은사 포교국장 공일 스님

늘 연말이 되면 한해를 마감한다는 정서가 애처로웠으나, 이번 겨울은 특별하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여 아주 유난스럽다. 이 별스런 정서는 석존에 대한 마음조차 흔든다. 석존 그분과 우리 사이를 이어주는 다르마의 핵심은 생명이다. 진즉에 나는 생명이란 삶의 명령, 즉 살아감에 대한 명령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단지 이 한 송이 꽃이 어디에 피어날 것인지 알 수 있을까?
그 꽃이 떨어지는 곳을 알 수 있다면, 뿌리의 본질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잎을 따거나 가지를 찾으려 하지 말라. 
(只如此一株花 向什處着 若知落處 便能直截根源 其或未然 切忌摘葉尋枝, H76, 213a2-4)

새로운 그러나 새로울 것도 없는 붓다의 면목은 이러하다. 감은 듯 뜬 듯한 눈길을 하고 얼굴에는 금빛의 평안한 미소가 감돈다. 결가부좌로견고하게 앉아 있다. 절집 법당에서 마주치는 불상의 특징이다. 붓다의 저 오래된침묵은 묵언으로 알려진다. 침묵의 언어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 어떤 것들에 대해서도서두름이없다.

떠나는 자의 발길에 아쉬움도 없다. 또한 다가서는 그 누구도 막아서지 아니한다. 양다리를 꽈배기 틀어 미세한 움직임조차 막는 결가부좌의 앉음새는 우주가 무너진다 해도요동이 없다. 
묵언과 결가부좌, 그리고 비밀스런 미소는 천사의 날개조차 굳어버리게할 듯한기세다.

그러므로 절집에서는 흐르던 강물조차 멈추기에 번뇌가 쉬는 법이다. 하늘의 구름조차마음 내려놓고쉬는것이다.밤하늘의별들조차깨어나지않으려박제된다. 그 고요함 속에서 누구나 꿈꾸는 듯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잠도 아니고 꿈도 아니다.

모든 것이 허용되는사랑은결코꽃피지않을것이다.오직대상도없이인식자체만홀로깨어있다. 적막과 고독의 불꽃이다. 그래서 숱한 사연들이 드나들어도 붓다의 가느다란 실눈은 단 한번도떠지지않았다. 붓다의 뒤편으로는 후불탱화의 기묘한 평면성의 공간만 나부끼고 있다.

그러니 그대 지금 등 뒤쪽이 가려워도 돌아보지 말라. 이때까지 끌고 온 삶의 무게가 흐트러지면중생인 그대의 정체성이 사그라진다. 그저 그대의 등 뒤로 무한한 하늘이 펼쳐져 있음을믿으라.이것이시방그대와나사이의사랑법이라고 붓다는 말없는 말을 건네고 있다. 누군가 천연덕스럽게 <사랑법>을 노래하고 있다.

떠나고싶은자떠나게하고,잠들고싶은자잠들게하고 그리고도남은시간은침묵할것<중략>
그러므로실눈으로볼것! 
떠나고싶은자홀로떠나는모습을,잠들고싶은자홀로잠드는모습을
가장큰하늘은언제나그대등뒤에있다.

생명이 본체라면 테크놀로지는 삶과 살아감이라는 본체에 대한 기교들이라는 점에서 체와 용의 관계로 풀어진다. 감히 잎을 따거나 가지를 찾으려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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