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김영애 법사의 안심뜰] 본래 생명인 부처님생명을 드러낼 뿐

21 무언가 되려고 하면 한정된다

내가 사는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
염불로 나를 앞세우는 습 지워야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오늘 새로이 태어난 생명이다. 지금 이 순간도 새롭게 태어나지고 있다. 고정된 실체로서의 내가 있고 네가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새롭게 만나고 너를 새롭게 만나는 시간. 그때가 바로 ‘태어나는 순간’이 아닐까! 내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고 살려주시는 은혜 속에 있다는 걸 ‘숨’을 통해 가장 먼저 느낀다. 지금 이 순간, 코를 통해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보다 더한 기적이 있을까? 숨이 막히지 않고 몸을 돌고 나가고, 햇빛을 받고 땅을 디디며 이렇게 존재하는 자체가 수많은 공급이 이뤄진 인연화합의 결과다. 그 살려짐의 결과를 이름해서 ‘나’라고 부를 뿐이지, 내가 따로 없다고 법문에서 늘 배운다. 

한탑 스님의 <금강경법문> 윤독 시즌5가 118일간의 여정을 회향하고, 수계법회를 기다리며 시즌6 시작 전까지 며칠간 방학을 맞고 있다. 방학임에도 매일 아침 온라인에서 모여 복습을 하고 있다. ‘내가’ 있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도반들이 함께 법문을 목숨처럼 모시고 서로를 살려온 공덕이 아닐까 한다. 

시즌1 첫날부터 함께 해온 보영 님께서 “오늘은 울컥하네요. 문득 개경게가 생각났습니다. ‘위 없이 높고 깊은 미묘하신 가르침, 영원토록 만나 뵙기 참으로 어려운데, 제가 이제 보고 듣고 받아 지니어, 부처님의 참되신 뜻 알아지이다’라는 말씀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다섯 번째 공부를 하면서는 맨 앞에 크게 ‘행할 행(行)’자를 썼었는데, 참여하면서 행이 닦아졌기를 바래봅니다.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이 263쪽, ‘이렇게 참는 것이 당장은 잘 안됩니다. 나를 앞세우는 습이 여간 강한 게 아닙니다. 그때 나무아미타불을 불러야 합니다. 내가 부르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너는 부처님이야 하면서 날 불러 주시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기 이름을 부를 때, 그 한마디 속에 몸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염원이 다 들어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 나를 나무아미타불로 부르실 적에 그 속에 온갖 것이 다 들어 있습니다. 저를 부처님으로 불러 주고 계신 부처님! 참 고맙습니다’에요. 부처님 가르침대로 행하면서 살고 싶습니다”라며 법담을 열어주셨다.

그러자 현석(가명) 님께서 “저는 481페이지, ‘우리 본래 생명인 부처님생명을 드러내기만 하면 됩니다. 아니 드러내려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것밖에는 없기 때문에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그뿐입니다.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만약 나무아미타불을 불러서 무엇인가 된다고 한다면 한정되는 것입니다. 한정되지 않는 것이 절대무한이지요. 다만 나무아미타불입니다’ 하는 법문을 새겨봅니다. 제가 1979년도에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때부터 대학교를 거쳐 지금까지 뭐가 되려고 살아왔던 거 같아요. 시험 봐서 합격해야 되고, 직장도 얻어야 되고, 가정도 일궈야 되고, 돈도 벌어야 되고, 법회도 가야 되고, 뭐도 해야 되고요. 그렇게 살았더니 남는 건 항상 부족함이었고 결핍감이었어요. 이루어야 할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또 다른 목표가 있던 것이 물론 발전의 과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누리면서 편안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모자람 속에서 뭔가를 더 구하고 허덕였어요. 심지어 법회를 참석하고 수련회를 가고 법문 들으며 염불하면서도 항상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남는 게 있었어요. 아마도 ‘내가 한다’라는 미세한 아상이었던 거 같아요. 신해행증(信解行證), 이 말을 내가 믿어서 이해하고 행해서 그 결과를 내가 확인한다, 즉 내가 깨닫는다, 식으로 오해를 했던 거죠. 그래서 둘 사이에서 많이 헷갈렸던 거 같아요. 미세하게 남는 ‘나’라는 아상. 법회 와서 법문 듣고 함께 금강경을 공부하다 보니 ‘내가 사는 게 아니고 살려지는 것이라고, 부처님의 원력에 의해서 산다’고 알려주시네요.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내가 아니구나, 내가 한다고 하는 내 의지가 내 의지가 아니구나’하는 걸 조금 더 느끼게 되면서 안정이 되어가요. 물론 그것도 아상을 강화하는 일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새삼 ‘무엇인가 되려고 한다면 한정된다’는 말씀에 마음이 닿네요. 공부한다 하면서 사실은 공부를 거꾸로 했던 거죠. 다 분별상이죠. 분별 이전으로 돌아갈 때 다같이 만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이름만 부처님생명일 뿐 다 같은 생명자리인데, 날카롭게 대했던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저 자신에 대한 참회의 마음이 많이 드네요. 미세한 내가 마음 깊숙이 똬리 틀고 있었던 오류가 뼈 아프게 다가와서 이렇게 <금강경법문>을 공부하는 법연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라고 긴 소회를 나눠주셨다. 

좋은 도반을 만났다는 것은 공부의 모든 것을 이룬 것과 같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증명되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나를 그대로 비추어주는 너를 통해 닦이는 공부시간, 유불여불, 부처와 부처끼리! 함께 법문 듣고 스스로를 비추어보아 염불로 수행하는, ‘문사수(聞思修)하는 법회’에서 도반님들과의 새인연을 기대하며 시즌6를 맞이하고자 한다. 나무아미타불!
(금강경법문 온라인윤독 문의 bowon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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