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와 질문, 잠재력 깨우는 소리
화제-이유-문답-해결 모색 과정서
학생들은 새로운 관점 접하고 느껴
교사와 학생 동반성장하는 프로그램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난 지 20년이 되어간다. 그 20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았다. 그중 아이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수업유형과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던 수업유형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교육혁명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인 ‘트라스(TRAS)’는 스페인어로 ‘꽝꽝 두드려 깨우는 소리’를 뜻한다. 우리 아이들의 잠재력을 꽝꽝 두드려 깨우고 싶다는 의미로 그렇게 정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아이들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을까? 바로 ‘동기부여’와 ‘질문’이다. 수업을 통해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어떻게 그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 궁리하는 것이 ‘TRAS’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4가지 요소와 단계를 구성했다.
T(Topic, 화제 구성): 교사는 수업을 시작하면서 개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가 수업 주제와 연결이 되도록 ‘화제’를 먼저 제시한다. 시의적절하고 흥미있는 이슈를 선택해 가르칠 내용과 연결해 수업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 ‘화제’다. 그러기에 그 수업은 교사가 새롭게 재해석한 교과서가 된다.
R(Reason, 배움 이유 찾기): 자기주도적 학습은 아이들이 스스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 이 내용을 왜 배워야 하는지, 배우면 나에게 어떤 유익한 점이 있는지를 스스로 찾도록 한다. 교사의 전문성은 아이들이 이걸 왜 배워야 하는지 꼼짝 못 하게 설득할 만한 비유를 갖고 있는 것이다.
A(Ask & Answer, 질문하고 대답하며 깊이 이해하기): 수업에 많은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게 하는 좋은 방법은 퀴즈를 내는 것이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퀴즈를 내서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과 바로 개념을 설명해 주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질문은 잠들어 있는 정신을 번쩍 깨우는 쇠파리다. 이 수업모형에서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든다는 점이다. 9칸으로 된 정사각형 그림 활동지 가운데에 주제를 적고, 스스로 그 주제와 관련된 질문 8개를 만들어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질문을 선택해 거기에 대답하는 것이다. 팀별 활동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 아이들의 갖가지 창의적인 질문과 대답을 경험할 것이다.
S(Solution, 최선의 해결책 모색): 수업 중에 아이들이 발표한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교사가 최종적으로 요약하고 정리해 준다. 그리고 수업 주제와 관련해 교사도 자기가 만들어 온 핵심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은 후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정답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선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이렇게 ‘T(화제)-R(배움의 이유)-A(질문과 대답)-S(최선의 해결책)’의 프로세스를 따라가며 학생과 교사는 자연스럽게 수업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질문을 만들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익힐 수 있으며, 교사 또한 아이들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