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8.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3)

좋은 이별은 성장을 가져온다

상실을 잘 승화해 자기 확장 기회로
‘모든 것이 변한다’ 위력을 체험하면
사랑의 슬픔은 삶의 안목으로 전환

김권태 동국대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사
김권태 동국대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사

오늘은 ‘상실’과 ‘애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얻은 23개월 된 아들이 있습니다. 요즘 말도 잘하고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기저귀를 갈 때도 알아서 척척 기저귀를 가져오고, 콧물을 닦아줄라 치면 어느새 달려가 티슈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그렇게 예쁜 아기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3시간 넘게 발악을 합니다. 요구르트를 더 달라고 허리를 거꾸로 활처럼 휘고 온몸을 꼬아대며 바닥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쉬지 않고 떼쓰며 울어대는 통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땀범벅이 됩니다. 더 서글프고 간절하게 보이려고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물러서지 않고 아이를 달래며 먹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아기는 결국 저와 타협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슬며시 손을 잡고 거실로 나옵니다. 이런 과정을 일주일에 몇 번이고 반복합니다.

강렬한 본능만 가진 아기는 자신의 욕구가 좌절됐을 때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노여워하고 또 슬퍼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에 압도된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양육자가 아기의 감정을 안아주고 견뎌주며, 아기의 극렬한 공격성에 보복하지 않고 사랑으로 돌려주기를 반복하면, 아기는 ‘사랑의 마법’을 배우게 됩니다. 분노가 분노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잘 소화된 사랑으로 돌아오는 마법을 통해 자신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내재화합니다. 또 살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다가와도 그게 잘 해결돼 곧 좋은 일이 찾아올 거라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됩니다. 모든 동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신데렐라 동화를 보면, 신데렐라는 어려서 엄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구박을 받으며 자랍니다. 동화는 대부분 계모가 등장하고, 주인공은 늘 셋째 딸, 셋째 아들로 언니와 형들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런데 동화는 왜 그렇게 늘 계모와 못된 언니, 형들만 있는 걸까요? 동화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전해줍니다. 자기의 욕구에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던 양육자들이 서서히 사회의 규칙을 알려주고 욕구를 통제할 때 아기는 큰 ‘상실’을 경험합니다. 이때 ‘엄마, 아빠, 나’의 삼자관계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나는 셋째 딸, 셋째 아들로 대변되며, 내 욕구를 들어주지 않는 엄마는 꼭 계모처럼 느껴집니다. 늘 즉각적인 만족을 주던 좋은 엄마는 죽어서 나무가 되었고,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피해 나무를 찾아가 하소연을 하며 좋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유입니다. 상실에 대한 ‘애도’의 과정입니다. 

그리고 나무에 깃든 흰 새가 모래흙에 섞인 콩을 골라내는 것처럼 분별력으로 어려움을 풀어가고, 호박과 쥐와 헌 신발을 마차와 마부, 유리구두로 변하게 하는 마법처럼 아이들은 날것의 욕망을 세상에 수용할 만한 더 좋은 것으로 승화시켜 나갑니다. 애도 이후에 얻게 된 성장의 힘입니다. 이러한 마음 구조와 작동원리를 알게 되면, 우리는 대상 상실의 경험에서 분노와 슬픔의 매몰이 아닌 더 넓은 자기의 확장으로 애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 고통을 담아내고 견뎌내며 성숙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됩니다. 세상 모든 것이 고정된 것 없이 변해갈 뿐이라는 위력을 체험합니다. 마법처럼 사랑의 슬픔을 삶의 안목으로 전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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