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스토리텔링 경전에세이] 14. 니까야 ②

'안단테 안단테'로 만나는 초기경전

아함경과 니까야는 ‘佛說 컬렉션들’
길이 등으로 4아함·5니까야 나눠
“무작정 다 읽어겠다고 덤비지 말고
입문자 위한 발췌본 먼저 만나보세요”

나는 아함경으로 불교 만났다
수많은 경전 가운데 나는 〈아함경〉으로 불교를 만났습니다. 내가 불교공부를 시작하던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아함경〉을 읽습니다”라고 하면 “그런 경전도 있어요”라거나 “그건 아주 초보자들이 가볍게 읽는 경이니 다른 경을 읽어야 합니다”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 은사께서는 초기경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셨고, 그 분을 따라서 종교적 사색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으니 내가 〈아함경〉을 소중하게 여기며 읽어가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습니다.(아함경과 니까야는 같은 초기경전이고, 아함경을 먼저 만났기 때문에 아함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그러나 차츰 니까야를 언급하게 될 것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아함경〉이 대체 뭘 말하는 경이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대답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유는, 불교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컬렉션(collection)’이라고도 말합니다. 이 말도 틀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함경의 ‘아함(阿含)’은 ‘아가마(gama)’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것으로, ‘아가마’는 ‘전해져 내려옴(전승)’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니까야(Nikya)에는 수집, 집합, 그룹, 모음집, 부집(部集)이란 뜻이 있습니다.(전재성, 〈빠알리-한글사전〉 424쪽) 

〈아함경〉과 니까야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생전에 제자들에게 들려준 모든 가르침을 모은 것이니 이 경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하지만 모든 가르침을 모았다고 해서 중구난방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모은 건 아닙니다. 그 제자들 가운데 수행을 완성했다고 인정받는 이들이 모여서 함께 외운 것을 합송해내고 부처님 가르침이 맞다고 인정한 내용들을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완성한 제자(아라한)들이 모여서 합송한 당시의 정황을 경전에서 직접 만나고 싶은 분들은, 각묵 스님의 〈디가 니까야3〉 마지막 부분에 ‘디가 니까야 주석서 서문’이라는 제목으로 고스란히 실려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함경은 4종류, 니까야는 5종류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 〈천수경〉 등등 경전들은 저마다 소중한 붓다 가르침을 담고 있지만 그 모든 경전의 바탕에는 초기경전이 놓여 있습니다. 이런 제 말을 듣고 곧바로 검색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치지요. 그냥 ‘니까야’, 그냥 ‘아함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니까야, □아함경이라고 경전 이름 앞에 무슨 글자들이 붙어 있어서 헷갈립니다. 〈금강경〉 〈법화경〉처럼 한 권의 초기경전을 생각했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현기증을 느끼고 만만하지 않음을 절감합니다. 

먼저 아함경부터 그 분류를 소개하자면, 네 종류가 있습니다. 그래서 ‘4아함’이라고 부릅니다.

부처님 법문 가운데 내용이 긴 30개의 경을 모은 것이 〈장(長)아함경〉, 중간 길이의 경 222개를 모은 것이 〈중(中)아함경〉, 주제별로 모은 1362개의 경은 〈잡(雜)아함경〉, 그리고 숫자별로 모은 472개의 경은 〈증일(增一)아함경〉이라 합니다. 이 모든 숫자를 합쳐서 2086가지 경이 ‘아함경’이란 이름 아래 모여 있으니 어떤가요? 어마어마하지요?

하지만 개중에는 아주 길이가 짧은 것도 하나의 경으로 치고, 또는 단행본으로 엮어도 좋을 정도의 긴 길이의 경도 하나로 치니 이 숫자에 주눅이 들 일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니까야입니다. 다섯 부분으로 이뤄져 있어서 ‘5부 니까야’라고 하는데, 일단 이 분류 기준은 아함경과 같습니다. 길이가 긴 부처님 법문 33개를 모은 것이 〈디가 니까야〉, 중간 길이의 법문 152개의 경을 모은 것은 〈맛지마 니까야〉, 주제별로 법문을 모은 2875개의 경은 〈쌍윳따 니까야〉, 역시 숫자별로 모은 2198개의 경은 〈앙굿따라 니까야〉, 그리고 독립적인 경으로 이뤄진 것 15개를 모은 것은 〈쿳다까 니까야〉입니다. 경전 숫자를 기계적으로 합치면 5천이 넘습니다. 아함경보다 숫자가 더 많지요? 오죽하면 내가 ‘컬렉션’이라는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불교가 다 담겨 있는 초기경전
이 수많은 경전 컬렉션에는 그야말로 불교라는 종교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수행을 했고, 왜 붓다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돌아가실 때의 모습은 어땠는지, 마지막 법문은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살아계시던 당시 인도에는 어떤 수행자들, 성직자들이 있었는지, 그들은 무얼 주장했는지, 그리고 부처님은 그들의 사상과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나와 세상은 어떤 법칙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세세하게 일러주는 내용도 있습니다.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참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선업과 악업이란 무엇이고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따르던 제자들과 일반 신자들도 등장합니다. 그들이 어떤 계기로 부처님을 만났고, 어떻게 수행했고, 이후에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는지를 알 수 있지요. 

불제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다툼, 시기와 질투, 양보와 포용 등등의 일화도 있습니다. 제자의 잘못된 생각을 부처님이 꾸짖는 모습도 보이고, 스승이신 부처님이 간곡하게 일러주는 말을 굳이 싫다며 따르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는 제자도 있지요. 하늘의 신들, 악마도 등장합니다.

이만하면 아함경과 니까야에는 불교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 알 수 있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서 어떤 사람들은 용감하게 거금을 주고 다 구입합니다. 그런데 경전을 읽다가 이내 책장을 덮어 버립니다. 

“한글인 건 분명한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같은 내용이 자꾸 반복되는데 그걸 다 읽어야 하는가?”
“현대인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피드백을 나는 현장에서 정말 많이 듣습니다. 너무나 힘들게 번역해 낸 역경가들의 고충을 잘 아는 나로서는 사람들이 이런 불만을 쏟아낼 때마다 괜히 송구하고 안타깝습니다. 

초기경전을 맛볼 수 있는 책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무작정 다 읽어가겠다고 덤비기 보다는 입문자를 위한 발췌본들을 먼저 만나보세요. 그래서 충분히 워밍업을 하신 뒤에 천천히 그리고 차분히 전체 읽기에 도전하세요.”

먼저, 아함경을 읽고 싶은 분에게는 가장 먼저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홍사성 편저, 장승출판사)와 〈마음으로 듣는 부처님 말씀〉(同)이란 책을 권합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는 4아함 가운데 〈잡아함경〉에 들어 있는 흥미로운 경들을 뽑아서 경전 내용을 그대로 싣고 이 경이 안고 있는 메시지를 저자가 읽어주고 있으며, 〈마음으로 듣는 부처님 말씀〉은 4아함 가운데 〈중아함경〉과 〈장아함경〉에서 엄선한 경을 저자의 해설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두 권은 교리를 치밀하게 공부하려는 사람보다 초기경전을 처음으로 맛보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 좋습니다. 

니까야를 읽고 싶은 분이라면 가장 먼저 일아 스님의 책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민족사)을 권합니다. 방대한 5부 니까야에서 입문자들이 읽어서 이해하기 쉽고 감동적이며 공감할 수 있는 구절들을 모은 책입니다. ‘빠알리(Pli)’란 니까야에 쓰인 인도고전어 이름입니다. 같은 저자의 〈행복과 평화를 주는 가르침〉은 5부 니까야에서 감명 깊은 구절들을 모은 것으로, 독송집의 형식을 띠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몇 해 전에 낸 〈붓다 한 말씀〉은 5부 니까야 중에서 재가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주제인 사랑, 인간관계, 돈 등과 관련한 디가 니까야 경전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석서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을 달아두었기 때문에 초기경전에서 재가자에게 들려주는 대표적인 경들을 경전 그대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빨리 불교를 알고 싶다는 마음에 닥치는 대로 읽기 보다는 천천히 초기경전과 친해지기를 권합니다. 스웨덴 출신의 그룹 아바가 ‘안단테 안단테’에서 이렇게 노래하듯 말이지요. “…take your time, make it slow, andante andante, just let the feeling grow…(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천천히 느낌이 커지도록 해두세요)” 초기경전이 여러분에게 천천히 다가오도록 기다려주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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