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복지재단, ‘청년밥心’…대학생 입맛 잡은 든든한 한 끼 쐈다

6월 12일 연화사서 본격 실시
3일 만에 선착순 20명 마감돼
영양소 골고루 담은 식단 제공
“자연스레 불교에 다가갈 계기”

“뭘 좋아할지 몰라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많이 먹고 공부 열심히 하세요.”

점심시간이 되자 쭈볏쭈볏 연화사 공양간에 들어선 대학생들에게 스님이 다정히 말을 건넸다. 스님의 한마디에 어색한 공기는 금세 따스해졌고, 학생들의 얼굴에도 자그마한 미소가 피어났다. “더 먹으라”는 스님의 재촉(?)에 학생들은 맛있는 반찬을 마음껏 접시에 쌓아 모처럼 ‘집밥’다운 식사를 즐겼다.

고물가와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밥을 거르는 대학생에게 양질의 점심밥을 제공하는 나눔 활동이 펼쳐졌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묘장 스님, 복지재단)이 6월 12일 서울 연화사에서 진행한 ‘청년밥心-마음을 키우고 마음을 찌우다’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청년밥심’은 꿈을 향해 노력하는 대학생들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고,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사찰음식을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다.

이 사업은 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의 원력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경희대에서 ‘불교행복혼’ 초청 강의를 진행하던 스님은 학생들이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방법을 고민하던 스님은 연화사 공양간을 개방, 사찰음식 한 끼를 대접했다. 학생들은 단순히 “맛있다”는 말보다 “집밥 같아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스님은 든든한 밥 한 끼가 식사의 개념을 넘어, 학생들의 마음에 편안함을 심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활동이라 확신했다. 스님은 곧장 이웃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돌며 사전 조사를 시작했고, 학생들과 간담회를 열어 사업의 방향성을 잡아갔다. 6월 5일엔 연화사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메뉴 구성과 사업 확대 방향을 논의했다.

의견을 모은 끝에 이날 점심 메뉴는 토마토소스 푸실리 파스타, 단호박·감자 튀김, 야채 부침개, 야채 샐러드, 감자국, 청포묵무침, 가지각색 나물 반찬이 선정됐다. 후식으로 연화사 신도회가 후원한 수박과 요거트도 덤이다. 음식을 집접 조리한 손영숙 연화사 신도회장은 “학생들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메뉴를 골라봤다. 학생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뿌듯하다”며 “대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서 학생들이 사찰을 자연스럽게 오가고, 불교와도 친근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성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건 단 20명. 복지재단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으로 사전 예약한 학생들이다. 예약 시작과 함께 3일 만에 조기 종료될 정도로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백수정 경희대 불교동아리 부회장(한의학과 2학년, 24)은 “오늘 같이 온 친구 중엔 불자가 아닌 친구도 있다. 이 친구들이 불교문화와 사찰음식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기쁘다”며 “간이 세지 않고, 입맛에 맞춘 메뉴가 많아 맛있게 잘 먹었다. 경제적 부담까지 줄여주는 이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되면 기대한다”고 밝혔다.

친구의 소개로 동참해 사찰음식을 처음 접한다는 강민지(한의학과 2학년, 23) 학생도 “학교 정문에서 걸어서 5분이면 연화사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며 “다양한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은 “불교는 항상 의지처가 되는 종교이다. 사찰이 집처럼 맛있는 것을 먹고 따뜻한 곳으로 여겨지길 원한다”며 “학생들이 밥 맛있게 먹고 평안한 마음을 얻어 우리사회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재단은 학기 중 매주 수요일 연화사에서 경희대를 비롯한 인근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청년밥심’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 연화사를 시작으로 대학과 밀접한 곳에 있는 사찰과 연계해 ‘청년밥심’ 사업을 확대·진행할 계획이다. 신청을 원하는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 업로드되는 재단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jabinanum) ‘청년밥心’ 피드에 선착순으로 댓글을 남기면 된다.

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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