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왔다고요? 이젠 놓아줄 때입니다
사춘기 왔다면 부모는 ‘언행일치’ 보이길
배우자 험담, 아이 통한 대리만족은 ‘엄금’
부모는 성장 인정하고 ‘따뜻한 난로’ 돼야
사춘기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는 아이들의 발달과 특징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의 ‘짜증, 적대시, 욕설, 친구 중요시, 과한 타인의식’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알면,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알면 사라지는 것이다. 영화 <실미도>를 보면 납치되는 버스에서 아이가 떼를 쓰며 울자 엄마가 막 다그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한 납치범이 엄마를 쏘아붙이며 말한다. “아줌마, 애들은 원래 우는 거예요!” 그렇다. 애들은 원래 우는 건데, 안 그러길 바라는 엄마만 자꾸 부아가 치민다.
뇌과학적으로도 사춘기는 뇌의 전면 개보수가 이뤄지는 시기다. ‘감정, 정서, 충동, 동기’를 담당하는 변연계가 전두엽보다 먼저 완공되고, ‘자기인식, 정보통합, 계획판단,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뉴런·시냅스 가지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뇌발달의 ‘우선순위’와 ‘과도기’로 위 같은 사춘기의 특징들이 나타난다.
다른 한편으로 사춘기는 가장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유 없는 반항’ ‘질풍노도’의 원인인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소화하지 못한 혼란스러운 무의식적 내용들이 새로운 자아 이미지와 함께 재구성되고 통합되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들은 이 과업의 본보기가 될 만한 새로운 롤모델을 찾아 나선다.
이때 부모가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언행일치’다. 아이들은 뭔가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부모로서의 권위가 살아난다. 본인은 틈날 때마다 휴대폰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휴대폰 그만 보고 공부하라는 것은 자신을 무시해달라고 애원하는 일이다.
둘째, ‘배우자 욕하지 않기’이다.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두 개의 하늘이다. 부부야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아이에게는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싸우고 험담하는 자체로 아이는 큰 상처를 받는다.
셋째, ‘아이를 자신의 대리만족으로 삼지 않기’이다.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아이를 통해 대신 하려는 부모가 많다. 부모의 욕망으로 살아가는 아이는 하나도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삶이 짐짝처럼 느껴질 뿐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아이를 품에서 놓아줄 때가 온 것이다. 이제 부모는 아이의 성장과 독립을 인정하고 ‘따뜻한 난로’가 되어야 한다. 따뜻한 난로란 아이를 향한 믿음과 사랑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사랑과 집착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요, ‘집착’은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는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한다. 정작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한 괴로움, 부모의 소중한 것을 거절한 데서 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따뜻한 난로는 억지로 아이를 쫓아다니며 간섭하지 않고, 불 꺼진 난로처럼 방임하지도 않는다. 언제든 아이들이 원할 때 따뜻한 온기를 쬘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또 그 온기의 힘으로 든든하게 자신만의 먼 길을 떠날 수 있다.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는 부모의 수행이 필요한 이유다. 곧 아이들은 더 건강한 모습으로 환하게 되돌아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