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바이오테크놀로지, 불교로 읽다]  5. 의료기술에 대하여

질병의 인연에 대해 고찰하라

생명 다루는 의학기술 빠르게 변화 중
사람 살리는 의료, 종교 가르침과 유사
기술에 매몰되면 生의 이치 놓치게 돼

현대과학에서 생명을 다루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위 바이오테크놀로지(BT)는 최첨단 분야에 해당하며 제행무상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이 기술의 최종 적용은 욕망과 연결되며 의술과 진료의 합성어인 의료와 직결된다. 그만큼 의료현장은 생명을 중심에 두고 질병의 문제를 대면하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는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를 질병으로 규정한다. 해부생리학은 의학의 기초로서, 해부학은 정상적 형태를 학습하는 분야이며, 생리학은 해부학적 형태가 지니는 올바른 기능을 탐구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상이 발생한 것은 병리학 과목에서 다루게 된다. 생명(生) 현상의 이치(理)를 검토하는 생리학(生理學)에서 벗어날 경우, 질병(病)에 대한 이론(理)이라는 측면은 병리학(病理學)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질병’을 뜻하는 ‘disease’는 쉽지(ease) 않다(dis)는 뜻이다. 즉 정상에서 벗어나 있기에 쉽지 않음이라는 상태는 질병으로 규정된다. 또 질서(order)에서 이탈된(dis) 상태인 ‘disorder’ 역시 질환을 뜻한다. 

한자에서는 질병으로 기대어 누워 있는 상태()를 기본으로 한다. 질(疾)은 화살(矢)처럼 그 병세의 진행이 빠른 것을, 또는 화살 같은 뾰족한 것에 의한 상처로 통증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병(病)은 질병의 진행에 따른 발열(丙)의 증상을 지시하는 말이다. 환(患)이란 꿰뚫리는(串) 통증으로 마음(心)이 아픈 상태와 관련이 있다. 

이처럼 질환병(疾患病)은 통증, 발열, 감염 등으로 인한 신체적 장애를 말한다. 이는 현대 병리학에서 질병의 일차적 증상인 염증을 설명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생명 존중의 정신은 불살생으로 이어진다. 이는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의료현장의 정신이 살생을 금지하는 종교적 가르침과 연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되는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는 종교는 상호 교섭의 접점을 지닌다. 물론 의료와 종교에서 그 대상이 사람으로 국한되는가 여부의 차이는 있다. 

<불설불의경(佛說佛醫經)>에서는 모든 인간들이 질병을 겪게 되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오래 앉았기만 하고 밥을 먹지 않는 것, 둘째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는 것, 셋째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 넷째 피로가 극도에 달하는 것, 다섯째 마음껏 음탕하게 노는 것, 여섯째 성을 내는 것, 일곱째 대변을 참는 것, 여덟째 소변을 참는 것, 아홉째 상풍(上風)을 제지하는 것, 열째 하풍(下風)을 제지하는 것이다. 이 열 가지 인연으로 병이 생기는 것이다.
(T17, p.737b14-18)
 

불전(佛典)이 알려주는 질병의 인연을 생각해 본다. 불교적 입장은 일상생활에서의 기본을 지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기검진과 규칙적 운동,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 등도 중요하겠지만, 일상의 기본을 벗어나게 되면 비정상적 상태로 이어진다. 그래서 고통을 받게 되며 질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생명의 연기적 흐름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므로 의료적 기술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행위는 생명의 이치(生理)를 온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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