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내 힘으로 내가 산다는 착각
가벼운 말에 쉽게 상처 받던 지난날
금강경 공부로 비뚤어진 마음 바라봐
4월 18일 아침에는 온라인으로 한탑 스님의 〈금강경법문〉 225쪽 ‘반야의 광명’을 함께 낭독하며 법담을 나누었는데, 현주(가명)님이 법문 들은 소회를 이렇게 나누어 주었다.
“‘업장은 나 스스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상과 같은 말이기 때문에, 금강경을 읽어서 아상이 없어지면 업장은 당연히 소멸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법문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어요. 금강경을 만나기 이전에 저는 저와 연결된 거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많이 불편하고, 불안하고, 두려움이 컸어요. 사람들이 다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아주 얕잡아보는 것 같았죠. 그래서 조그만 일에도 마음을 다치고, 그냥 지나가는 가벼운 말에도 자주 걸려 넘어지며 며칠 동안 끙끙 앓곤 했어요. 그런 가운데서 또 저를 짓누르는 건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어요. 그래야만 좋은 엄마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정작 어른인 저 자신도 ‘자존감’이라는 말 앞에서는 작아질 대로 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말 한마디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보고, 하고 나서도 괜히 말했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점점 더 위축되어갔죠. 나는 잘하려고 노력했고, 또 실제로 잘했는데 상대방이 그걸 몰라준다는 생각이 들어 항상 불만이 많았어요. 힘든 가운데 나름 애를 썼지만, ‘상황이 또 나를 이렇게 만드니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잘못이 아니야. 난 할 만큼 했어’라는 생각에 늘 남 탓을 하고 환경을 탓하고 상대를 원망했지요.
그런데 〈금강경법문〉으로 함께 공부하면서 그것 또한 나를 앞세웠기 때문이라는 걸 새삼 느껴요. 살면서 겪어왔던 많은 장애와 어려움들의 시작이 결국은 ‘내 힘으로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상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편도 시댁도 모두가 나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는 존재들로 잘못 받아들이고 힘겹게 살아왔는데, 매일 아침 108배와 함께 금강경법문을 공부하면서 저의 비뚤어진 마음을 보게 됐어요.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너 때문이야. 그러니 내 탓 아니야’라고 우기며 아상으로 가득했던 지난날을 참회하며 지내고 있는 중인데요. 내가 원인을 짓고 그 결과를 받는다는 걸 인정하니 더 감사하게 되었어요.
‘나와 따로인 남이 없다’는 법문을 새기며 나를 비추는 거울을 보듯 남을 보려 하고, 수시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해요. 염불을 하다보면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쁨까지 느끼게 되요. 오늘 말씀해주신 ‘빛을 나누어 줘도 줄어들지 않는 무진등’이 마음에 와닿고, 스스로 밝아져 그 빛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밝아졌다고 얘기하는데요, 저는 요즘 금강경으로 회복의 길을 걷는 기분이 들어요.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태양을 비추면 밝아지듯이, 금강경을 읽어서 반야의 광명이 비치면 모든 어두움은 사라진다는 오늘의 법문에 의지해 나무아미타불 해봅니다. 그저 무조건 감사합니다. 먼저 감사합니다. 그리고 참회합니다. 찬탄합니다. 모두가 덕분입니다. 나무아미타불!”
화면을 뚫고 법우님들의 찬탄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난생 처음 금강경 공부를 시작하고 40여 일 만에 이렇게 큰 삶의 변화를 맞이하고 나눠주시는 도반을 바라보며, 부처님의 가피와 따스한 자비의 마음이 느껴졌다. 오늘 함께 공부한 한탑 스님의 〈금강경법문〉을 소리 내 읽어본다.
“번뇌망상을 다 없애고 중생세계를 완전히 소멸시켜버리는 것이 바로 금강반야입니다. 중생세계를 완전히 부정하면 절대무한인 부처님생명만이 남을 뿐입니다. 바라밀은 지혜의 광명을 비추어서 본래부터 절대의 세계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금강반야를 다른 말로 하면 나무(南無)이고, 바라밀은 아미타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렇게 ‘나무’에 의해서 중생세계가 부정되면, 아미타(阿彌陀)세계 즉 절대무한의 세계가 드러납니다.
결국 금강반야바라밀은 ‘나무아미타’라는 뜻이 됩니다. 우리가 이 뜻을 알고 경을 읽으면 본래 어둠이 없고, 병이 없고, 괴로움이 없는 것이 밝혀지므로 본래의 밝은 생명이 드러납니다. 또한 내가 밝아지면 우리의 주변이 밝아집니다. 내가 밝아졌는데도 주위가 어둡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태양이 비추면 밝아지듯이, 금강경을 읽어서 반야의 광명이 비치면 모든 어두움은 사라집니다.
이렇게 금강경을 자꾸 읽으면 업장이 소멸됩니다. 업장은 나 스스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상(我相)과 같은 말이기 때문에, 금강경을 읽어서 아상이 없어지면 업장은 당연히 소멸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