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사생(四生)이 태어나는 연유
〈원문〉
“아난아, 세계에서 허망하게 윤회하는 동전도(動顚倒)를 원인으로 한 까닭에 기(氣)와 화합하여 8만4천 어지러운 생각을 이루나니, 이렇기 때문에 난생(卵生)의 갈라남(哲邏藍)이 국토에 유전하느니라. 물고기(魚), 새(鳥), 거북이(龜), 뱀(蛇)의 종류가 가득해서 세계에서 뒤섞여 오염된 채 윤회하는 욕전도(欲顚倒)를 말미암는 까닭에 자양(滋養)과 화합하여 8만4천 횡수(橫?)의 어지러운 생각을 이루나니, 이렇기 때문에 태생(胎生)의 갈라람(哲邏藍)이 국토에 유전하여 사람이나 축생, 용, 신선의 종류들이 가득하니라. 세계에서 집착으로 윤회하는 취전도(趣顚倒)를 말미암는 까닭에 따뜻함(煖)에 화합하여 8만4천의 번복(飜覆)하는 어지러운 생각을 이루나니, 이렇기 때문에 습기 상태의 폐시(廢尸)가 국토에 유전하여 함준(含蠢), 연동(?動)의 종류가 가득하니라. 세계에서 변역하여 윤회하는 가전도(假顚倒)를 말미암는 까닭에 촉(觸)과 화합하여 8만4천의 신고(新故)의 어지러운 생각을 이루나니, 이렇기 때문에 변화하여 태어나는 갈남(哲南)이 국토에 유전하여 허물을 벗고 날아다니는 종류가 가득하느니라.”
〈강설〉
중생이 태어나는 최초의 실마리가 어지러운 생각(亂想)에서 비롯된다고 〈능엄경〉에서는 밝히고 있다. 12류생 가운데 사생이 태어나는 인유(因由)를 밝히는 대목이다. 사생이 모두 전도를 원인으로 시작되는데 난생은 동전도(動顚倒)이다. ‘허망하게 윤회하는’의 허망은 업이 시작되는 최초의 생각 곧 망상(妄想)으로, 이것이 더욱 어지러워져 난상(亂想)이 된다고 하였다. 기(氣)란 움직이는 기운이다. 바람이 일어나는 기운과 같은 것이다. 8만4천은 인도에서 즐겨 쓰던 만수(滿數)의 의미를 가지는 수치다. 갈라람이란 처음 태(胎)에 들어간 7일 동안의 기간에 엉켜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응활(凝滑)이라고 번역하는 인도말이다. 난생은 정분(情分)보다 상분(想分)이 많은 상태로 태어나는 종류다. 그래서 새들처럼 몸이 가벼워 날아다니는 종류가 많다. 상(想)은 가볍고 정(情)은 무겁다. 태생(胎生)은 정으로 생기니까 잡염(雜染)으로 윤회한다 하였다. 정(情) 자체가 잡염이다. 또한 음욕(딫欲)이 강하기 때문에 욕전도(欲顚倒)다. 횡수(橫?)라는 것은 몸집의 모양이 사람처럼 서 있는 수직 자세인 것은 수(竪)이고 짐승들처럼 가로로 되어 있는 것은 횡(橫)이다. 알포담(락蒲曇)이란 태중 오위(五位) 가운데 두 번째 주 기간의 응활(凝滑)에서 겁데기가 생기는 상태라 포(컪)라고 번역한다. 태생에 포함되는 중생류를 사람, 축생, 용, 신선(神仙)이라 예를 들었는데 〈능엄경〉에서는 육취(六趣)에 신선취(神仙趣)를 더하여 칠취설(七趣說)을 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도교적인 색채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능엄경〉이 인도에 비장(秘藏)되어 있던 경이라 하나 범어 원전이 발견되지 않고, 만날밀제(般剌密帝)라는 역자(譯者)까지 밝혀져 있으나 중국에서 찬술된 경으로 보는 것이 근대에 와서 통설이 되었다. 습생(濕生)은 습기에 의지해 생기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습생은 습기 있는 곳을 좋아하므로 이를 집착이라 표현하고 습기 있는 곳으로 가니까 잘못 나아간다 하여 취전도(趣顚倒)라 하였다. 습생도 온기를 의지해야 생기므로 따뜻한 것과 화합한다고 하였다. 번복이란 뒤집어지고 자빠져 있는 모습을 말한다. 폐시(蔽尸)는 태중 세 번째 주일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연육(軟肉)이라 번역한다. 부드러운 살이 생기는 단계이다. 습생은 대부분 꿈틀거리는 벌레 종류다. 그런데 습생으로 생긴 벌레들이 화생(化生)으로 몸을 바꾸는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슬기라는 벌레는 나중에 잠자리가 되고 굼벵이는 매미가 되는데 이런 경우 몸을 바꾸기 위해 허물을 벗는다고 하여 전세화생(轉?化生)이라고 한다. 화생을 변역 윤회라고 했는데 몸이 완전히 바꿔져 달리지는 것을 말한다. 폐시에서 1주일을 더 지난 갈남(哲南) 상태가 살이 단단해진 경육(硬肉)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