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지안 스님의 능엄경 강해] 35. 번뇌 없는 데서 번뇌 생겨

35. 중생전도(衆生顚倒)

〈원문〉

“아난아, 어떤 것을 중생이 뒤바뀐 것이라 하는가? 아난아, 본성이 밝은 마음이 성이 밝고 원만하기 때문에 밝음을 원인으로 하여 성품이 펼쳐져 성에서 허망하게 보는 것이 생기느니라.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마침내 있는 것이 이루어졌느니라. 이 있고, 있게 되는 것이 원인이나 원인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머물고 머무는 바의 상태가 마침내 근본이 없는데 이 머무름이 없는 것을 근본으로 하여 세계와 중생이 건립되었느니라. 본래의 원만하고 밝은 것을 미혹하여 허망이 생기었나니 허망의 성이 실체가 없어서 의지하는 바가 있지도 않느니라. 장차 참된 것에 복귀하려면 참되고자 함이 참된 진여의 성품이 아니니라. 진이 아님에 돌아가기를 구할진대 완연히 잘못된 상태가 되어 버리느니라. 잘못된 것이 생기고 잘못된 것에 머물러 잘못된 마음과 잘못된 법이 점점 발생하여, 생기게 하는 힘이 나와 훈습이 되어 업이 이루어지나니 같은 업으로 서로 감득하며, 감득하는 업이 있는 것을 원인으로 하여 서로 소멸되고 서로 생기게 하나니 이런 까닭으로 중생의 뒤바뀜이 있게 되었느니라.”

〈강설〉
〈능엄경〉 
7권의 신주(神呪)를 설한 다음에 나오는 중생이 뒤바뀌게 된 원인(顚倒因)을 밝히는 대목이 나온다. 이른바 중생전도(衆生顚倒)를 설명하는 내용인데 중생전도란 깨닫지 못한 불각중생(不覺衆生), 다시 말해 무명중생(無明衆生)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성이 밝은 마음(性明心)’은 진여 자체 곧 불성을 말하는 것으로 불변(不變)을 표현한 말이다. ‘성품이 밝고 원만하다(性明圓)’는 진여가 인연을 따라 온갖 것에 펼쳐져 있다는 말로 수연(隨緣)의 입장에서 한 말로 본다. 이 두 말을 법성게의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의 뜻으로 이해해 왔다. 4권의 경문에 나온 ‘성품 자체인 각이 밝아 망령되이 밝혀야 할 각이 되었다.(性覺必明 妄爲明覺)’ 는 뜻을 다시 부연한 말로 본다. 이 말은 결국 여래장묘진여성인 그 성(性)에서 망견(妄見)이 생겼다는 말로 번뇌 없는 데서 번뇌가 생겼다는 뜻이다. 성품이 밝음 그대로인 마음에는 업상(業相)이나 전상(轉相), 현상(現相) 이른바 삼세(三細) 따위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 없는 상태가 필경무(畢竟無)이다. 아무것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연(緣)을 따르는 작용이 내재해 있다가 동요를 일으켜 본성을 이탈해 혹(惑)이 되어 업이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혹은 능유(能有)가 되고 업은 소유(所有)가 되어 능소(能所) 관계가 벌어짐으로써 주관과 객관의 상대가 따라 벌어진다. 이 틈새에서 번뇌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업과 번뇌가 같이하여 머물게 하고 머무는 바가 되지만 머무는 근본이 없다 하였다. 이 머무름이 없는 것을 근본으로 하여 세계와 중생이 건립되었다고 경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뒤바뀐 전도(轉倒)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혹이 생기고 업이 생겼으므로 본래의 상태가 아닌 뒤바뀐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하모(天下母)’라는 말처럼 천지만물의 근원이 무(無)에서 나왔다는 말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본래의 성품 불성(佛性)은 결격이 없이 원만하고 밝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미혹하여 허망이 생겼다. 허망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혹(惑)과 업(業)이다. 그래서 중생은 혹(惑)·업(業)·고(苦)가 악순환하여 생사에 유전(流轉)하게 된다. 수행이란 진여의 성품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래는 회복할 것이 없는데 미(迷)했기 때문에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회복하려는 그 마음은 본래의 진여는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본래의 진여는 회복할 게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순금을 가지고 반지나 귀걸이를 만들었을 때 똑같은 금으로 만들어져 금의 성품은 변화가 일어날 수 없지만 모양과 용처는 달라진다. 반지나 귀걸이가 본래의 순금 상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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