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바라밀
5지 난승지에서는 생멸심이 일으키는 번뇌에 대해 거부하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는 것이다. 6지 현전지에서는 생멸심이 중간 반야해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이다. 7지 원행지에서는 반연 중생들을 제도해서 현전지의 상태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8지 부동지에서는 진여심을 훼손시키지 않는 불퇴전을 성취하는 것이다. 9지 선혜지에서는 암마라식을 제도해서 육근원통을 성취하는 것이다. 10지 법운지에서는 생멸문 전체를 제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이와 같이 10지의 절차를 통해서 보시 바라밀과 지계바라밀이 함께 성취된다.
다음은 인욕바라밀이다. 범부의 인욕은 참는 것이다. 의지를 통해서 의식과 감정을 절제하는 것은 범부의 인욕이다. 수행자는 의지를 내세워서 인욕을 행하지 않는다. 의식·감정·의지를 자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행자는 본성과 각성, 밝은성품에 머물러서 인욕을 행한다. 아라한과에 들어서 의식·감정·의지를 인식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을 때가 인욕바라밀이 완성된 것이다. 생멸심을 여의고 진여심을 돈독하게 지켜가는 것이 인욕바라밀이다. 생멸수행의 인욕은 사다함과에서부터 시작되고 아라한과에서 완성된다. 본성의 간극에 머물러서 의식·감정·의지를 분리시키면 인욕바라밀이 시작된 것이다. 멸진정에 들어가서 의식·감정·의지를 인식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면 인욕바라밀이 완성된 것이다. 진여 수행의 인욕은 보살도 전체 과정에서 행해진다. 보시바라밀과 지계바라밀을 투철하게 행하면서 일체의 생멸심에 물들지 않는 것이 보살도에서 행해지는 인욕바라밀이다.
다음은 정진바라밀이다. 정진은 쉼 없이 나아간다는 뜻이다. 정진바라밀이 성취되려면 먼저 두 가지 갖춤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는 인지법행이 갖추어져야 한다. 나아감의 방향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통해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쉼 없이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초선정에서부터 9선정까지, 전체 과정에 대해서 인지법행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래야 생멸수행의 정진바라밀이 행해질 수 있다. 고요함과 편안함에 대한 기쁨을 얻어야 한다. 대적정처와 대적멸처를 놓고서 그것을 기쁘게 바라볼 수 있으면 애쓰지 않아도 정진 바라밀을 성취하게 된다. 진여수행을 놓고서 정진바라밀이 성취되려면 보살도와 등각도에 대한 인지법행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면서 상락아정(常樂我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초지보살은 열반상에 머물러서 정진심이 미해진다. 5지 난승지에서도 정진심을 놓아 버릴 수 있는 한계에 부딪힌다. 선혜지를 얻었을 때도 원통식에 만족해서 9지 보살로 머물러 버리는 경우가 있다. 진여수행에 있어서 정진바라밀이 성취되려면 등각도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은 선정바라밀이다. 선정(禪定)은 정(定)의 주체를 세워서 점차로 진보시켜가는 것이다. 정(定)의 주체는 두 가지 조건을 통해서 세워진다. 첫 번째 조건은 몸을 도구로 해서 세워지는 자리이다. 두 번째 조건은 마음 상태이다. 정의 주체가 세워지는 자리를 기점이라 한다. 밀교에서는 단(壇)이라고 한다. 정의 주체로 세워지는 몸의 기점은 12개가 있다. 정의 주체로 세워지는 마음 상태는 13가지가 있다. 생멸수행의 선정바라밀은 초선정(初禪定)에서부터 시작해서 대적정(댕寂定)을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생멸수행의 선정바라밀은 9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초선정에서부터 6선정까지는 대적정 이전에 행해지는 선정바라밀이다. 대적정 이후에 행해지는 선정바라밀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사다함과 아나함과 아라한과가 그것이다.
처음 대적정에 들어간 상태를 수다원이라고 한다. 진여수행의 선정바라밀은 13단계의 절차가 있다. 보살도 10단계, 등각도 2단계, 묘각도 1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