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이근원통
〈원문〉
여래가 문수사리법왕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지금 여기 25무학인, 대보살들과 아라한들을 보라. 각각 처음에 도를 이룬 방편을 말하여 다 진실한 원통을 닦아 익혔다고 말하니 저들의 수행에 실로 우열과 전후의 차별이 없겠으나 내가 지금 아난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려면 25행에서 어느 것이 아난의 근성에 적당하겠는가? 겸하여 내가 멸도한 뒤 이 세계 중생들이 보살승에 들어가 무상도를 구하려면 어느 방편으로 쉽게 성취할 수 있겠는가?”
문수가 부처님의 뜻을 받들고 발에 절을 하고 게송을 설해 부처님께 아뢰었다.
“깨달음의 바다 그 성품이 맑고 둥글어, 둥글고 밝은 깨달음이 원래 미묘합니다. 미망하여 허공이 있고 허공을 의지해 세계가 성립하며, 망상이 맑아져 국토가 이뤄지고 지각하는 것이 중생입니다. 허공이 대각 가운데서 생기는 것이 바다에 한 거품이 일어남과 같으며 유루(有漏)의 미진 국토가 모두 허공으로부터 생기는 바입니다. 거품이 멸하면 허공도 본래 없거니 하물며 다시 삼유(三有)가 있겠습니까? 근원으로 돌아가는 성품이 둘이 아니지만, 방편으로는 여러 문이 있습니다. 열반의 마음을 성취하려면 관세음이 으뜸이 되며 그 나머지 방편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일에 맞춰 진로를 버리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강설〉
부처님이 문수보살에게 25원통 중 어느 것이 아난의 근기와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말세 중생들에게 알맞는지 하나를 추천해 보라고 하니 문수보살이 게송을 읊고 관세음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을 선택하는 장면이다. 문수가 읊은 게송은 매우 심오하여 ‘능엄철학’이 들어 있다는 말까지 하였다. 깨달음의 바다 각해(覺海)의 성품이 맑고 둥글어 미묘하기 짝이 없는데, 이 각해에 대한 미망(迷妄)으로 허공이 있게 되었고 허공을 의지해 세계가 성립되었다는 세계 성립의 원초적인 근원을 밝히고 있다. 이른바 세계기시(世界起始)의 설명이다. 이 대목에서 엄청난 비유가 설해지는데 “허공이 대각(大覺) 가운데서 생기는 것이 바다에 한 물거품이 일어난 것과 같다.”는 말이다. 허공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공간개념으로 이해하는 말이다. 우주공간이 모두 허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허공 자체는 무한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정된 범위가 없으므로 초공간이라 할까. 아무튼 무한인 것을 하나의 단위로 보고 바다에 일어난 한 물거품에 비유한 것이다. 바다에 한 물거품이 생기듯이 각해에서 허공이 생겼다는 것이다. 각해는 〈능엄경〉의 핵심 용어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각체(覺體)요, 심체(心體)다. 이를 대각(大覺)이라 하여 이것이 허공의 아버지(父)란 말이다. 여래장묘진여성은 인연도 아니고 자연도 아니라는 것을 앞에서 누누이 밝혔다.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은 어떤 개념을 만들어 시간적 의식과 공간적 의식이 곧잘 되어버린다. 의식화되는 것은 시공을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시공을 벗어나 의식화될 수 없는 것이 각체다. “유루(有漏) 미진국이 허공으로부터 생겼다”고 하는 것은 허공 속에 있는 만유의 생멸 현상 아웃라인(out-line)을 말한다. 허공이 물거품이라면 물거품이 없어지면 허공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생의 세계인 삼유(三有=三界)마저 있을 수 없다. 근원으로 돌아가면 각해의 성(性)뿐이다. 이 성에 돌아가면 통하지 못할 게 없다. 그래서 성인의 “성품(聖性)으로는 통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25원통이 성품 자리에서는 공통이지만 공부를 할 때는 차별이 있어 더디고 빠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근원통을 제외한 24원통의 단점을 하나하나 열거하다가 마지막에 이근원통을 추천한다. 이근원통은 반문문성(反問聞性)하는 공부다. 미래의 닦아 배울 사람(修學人)이 이를 의지해 공부할 것을 권하며, 관세음보살뿐만 아니라, 문수보살 자신도 이를 통해 깨달음을 증득했다고 부처님께 말씀드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