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원통(圓通)
〈원문〉
그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의 대보살들과 그리고 번뇌가 다한 대아라한들에게 고하셨다.
“그대들 보살과 그리고 아라한들이 내 법 가운데 태어나서 무학을 이루었으니 내가 지금 그대들에게 묻노니 최초에 발심하여 십팔계(十八界)를 깨달았으니 어느 것이 원통((圓通)이었으며, 무슨 방편으로부터 삼마지(三摩地)에 들었는가?”
교진나와 다섯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절을 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제가 녹원과 계원에 있을 적에 여래께서 최초로 성도(成道)하시는 것을 보고 부처님 음성에서 사제(四諦)를 깨달아 밝혔사오며, 부처님이 비구에게 물으매 제가 처음으로 알았다고 하였습니다. 여래께서 저를 인가하사 아야다(阿若多)라 하셨는데 미묘한 음성이 은밀하고 원만하여, 저는 음성에서 아라한을 얻었습니다. 부처님이 원통을 물으시니 제가 증득한 바로는 음성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강설〉
〈능엄경〉 5권 마지막 부분과 6권에 걸쳐 나오는 대용을 25원통장(二十五圓通章)이라 한다. 부처님이 보살들과 아라한들에게 무엇을 통하여 원통을 얻었으며 삼마지에 들었느냐고 묻자 차례로 자기가 얻는 원통에 대하여 대답하고 있다. 맨 먼저 교진나와 5비구가 대답을 하는 장면이다. 이들은 녹원과 계원에 있을 적에 부처님의 최초 성도를 보고 사성제(四聖諦)를 설할 때 부처님 음성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사뢴다. 녹원은 초전법륜지로 알려진 녹야원(鹿野園)이고 계원은 마가다국에 있었던 계원정사(鷄園精舍)를 말한다. 음성은 성진(聲塵)인데 육진 가운데 먼저인 색진(色塵)이 아닌 성진을 먼저 말하는 것은 25원통 가운데 관세음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을 가장 수승한 것으로 나중에 추천하므로 이근(耳根)과 상대되는 성진(聲塵)을 먼저 말했다고 보기도 한다. 25원통은 육근(六根), 육진(六塵), 육식(六識)을 합한 십팔계(十八界)에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공(空), 견(見), 식(識)의 칠대(七大)를 합한 수치다.
교진나가 사제법문을 듣고 부처님으로부터 아야다란 이름을 얻고 깨달음을 인가받았다는 것은 묘음이 밀원(密圓)한 것을 듣고 성진(聲塵)을 통하여 본성인 여래장묘진여성에서 음성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그 성품 자리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설법을 하고 그 설법을 듣는 것이 모두 진여의 성(性)에서 나오고 또 그 성이 있기 때문에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십팔계 가운데서 성진(聲塵)이 가장 원통하다고 대답한 것이다. 원통이란 원통무애(圓通無킟), 원통자재(圓通自在)를 줄인 말로 깨달음의 경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깨달음 자체 성품이 일체에 두루 미치지 않는 데가 없기 때문에 원(圓)이라 하고 묘용(妙用)이 자재하여 장애가 없기 때문에 통(通)이라 한다. 이는 또한 지혜에 의해 진여의 성품을 깨닫는 실천 수행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원통을 닦는다고 말한다. 25원통 중에 관세음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이 제일이라 하여 으뜸으로 치며 또 관세음보살을 원통교주라 하고 때로는 원통대사라 부르기도 한다. 또 원통은 육근의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근의 작용을 겸하여 일체에 두루 미치는 원융한 과보를 말하기도 한다. 일체중생이 모두 갖추고 있는 마음의 근원이며, 불보살이 증득한 성인의 경계가 모두 원통이다. 〈능엄경〉 6권에는 문수보살이 읊는 게송이 나오는데 이를 원통게(圓通偈)라고 부른다. “소리가 있다고 생기는 것고 아니고/ 소리가 없다고 사라지지도 않네/ 이것이 변함없는 진실이라네/ 듣는 성품은 생멸이 없는 것/(聲有亦非生 聲無亦非滅 此則常眞實 聞性不生滅)”
이는 성진이 있건 없건 듣는 문성(聞性)은 항상 그대로라는 말이다. 라후라에게 종을 치게 하고 듣느냐 못 듣느냐 아난에게 물었을 때의 이야기와 같은 뜻이다. 이 ‘생멸이 없는 성품’을 두고 ‘생사를 따르지 않는 한 물건’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생겨나도 본래 생겨난 바가 없고 사라져도 본래 사라진 바가 없다(生本無生 滅本無滅)하여 영가(靈駕) 법문에도 이 말을 설해 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