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효민의 서도로 새기는 경구] 13.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시간

13. 시역과의(是亦過矣)

현재가 영원할 것처럼 생각될 때가 있죠. 아마도 자신이 원하는 일이 잘 풀릴 때가 그럴 때일 것 같습니다. 또 반대로 현재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겠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괴롭고 힘겨울 때가 그럴 때일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떠올리는 문장이 있습니다. 시역과의(是亦過矣),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둠에 갇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되뇌면 그 짐이 가벼워질 수 있을까? 시간이 멈추지 않는 이상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모든 것이 지나가겠지요.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간, 우리에겐 여러 가지 일들이 우리를 스쳐지나 갔습니다. 지난 5월의 어느 날 저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무척 사랑하고 아끼던 동생이자 친구인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그 친구가 떠나기 전날 어딘지 모르게 내 자신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고 해서 그 다음날 새벽 부처님 전을 찾았습니다. 108배를 올리며 혼자만의 명상도 가졌습니다. 주지스님과 차도 한 잔도 나누고, 산사를 내려오는데 “부고(訃告)”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문자를 확인하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내려오는 그 시간 동안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한 나는 며칠 후에 그 친구의 유골이 안치된 곳을 따로 찾아 친구를 만나고 왔습니다. 생전의 많은 모습들을 추억하고 돌아왔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 친구의 시간만큼은 ‘이 또한 지나가리’가 아니라 늘 기억하고 싶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