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K-건축 알리고 싶은 꿈 많은 소녀

12 건축학도 쉐레에이

한국의 건축 배우기 위해 유학
부경대 경축학과 졸업 후 취업
일상 속에서 기도·수행 매진
좋은 운·자존감 비결은 ‘불교’


한국에서는 부처님께 예경을 하기 위해서는 절에 가야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절에 가는 것은 불자에게 큰 공덕이다. 하지만 집 근처에 절이 없거나 멀면 정신 없는 일상생활 속에서 부처님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시절 매일 아침, 저녁으로 부처님께 예경을 드리고 싶은데 절에 가려면 동네에서 최소 1시간은 가야했다. 그래서 늘 학교 정각원에 가서 삼배와 백팔배를 했다.

한 번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절에 꾸준히 다닌 도반에게 “집에 부처님을 모시고 싶은데 어디 가서 불상을 사야하지?”라고 물었다. 그는 “집에 불단 같은 거 모시는 거 아니야. 절에 가서 하면 되지. 집에 모시는 거 아니야”라며 절에 자주 가는 것을 권했다.

그 당시에는 ‘신성한 곳에만 부처님을 모시는구나’라며, 절에 나보다 오래 다닌 도반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정확한 이유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절에 불단을 모시는 것이 어색하고 보편화되지 않은 문화였다. 교리와 경전에 ‘불단을 가정에 모시면 안 된다’는 근거는 없지만, 조선시대의 숭유억불 정책의 흔적이 현대까지 그대로 내려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집에 부처님을 모시고 싶던 나의 꿈은 미얀마에서는 너무나도 보편화된 일상 중의 하나였다. 2012년 처음 미얀마에 방문해서 밥을 먹기 위해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계산대 위에 불단을 조성해 놓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식당의 불단에는 일반 절과 비슷하게 불상과 물, 꽃, 초 공양이 올려져 있었다. 처음 방문했던 식당 주인의 불심이 유달리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디를 가든 불단을 볼 수 있었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쉐레에이.

유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미얀마 친구들 집을 방문하는 좋은 경험을 했다. 그 때마다 공통적인 것은 집 안에 있는 불단이었다. 미얀마에서는 이 공간을 페야칸(Pha Ya Khan)이라고 한다. 각자 경제수준의 맞게 방의 크기와 불상의 크기는 달랐지만 그들이 가진 불심의 크기에는 부(副)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미얀마 모기업 가문의 집에 갔을 때 부처님을 위한 방이 따로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더우실까봐 에어컨을 24시간 내내 틀어 놓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쿠데타로 인해 미얀마에 돌아가지 못 하는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미얀마 집에서 하던 것처럼 집 안에 작은 불단을 조성했다.

미얀마에 유학 가기 전 많은 미얀마 유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부산에 있는 미얀마 절에 가야 했다. 방학마다 미얀마 절에 방문해서 미얀마 스님들과 대화도 나누고 미얀마 유학생들과 좋은 인연을 맺는 자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2015년도 가을쯤 부산에 있는 미얀마 절에서 미얀마 유학생 한 명과 과일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언니 안녕하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인 중에 부산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없을텐데..’라는 마음으로 뒤를 돌았는데 너무 귀엽게 생긴 미얀마 동생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정말 한국인과 같은 발음으로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가까워졌다. 그 인연으로 2021년 2월 미얀마 쿠데타가 터지자마자 100일이 넘게 밤새도록 잠을 아껴가며 미얀마 현지의 소식을 한국 뉴스에 제보하는 팀을 만들어 활동도 함께 했다. 

한국 지역예술제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고 공연하기도 했다.
예술제에서 공연 중인 쉐레에이.

쉐레에이는 한국의 건축을 배우고 싶은 꿈을 갖고 부경대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올해 여름에 졸업하여 부산에 있는 건축사무소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현재 열심히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을 하고 있다. ‘언니, 저는 나중에 일을 몇 년 더하고 건축학과 석사도 한국에서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언니 저 오늘 취업비자 나왔어요!!!’라며 밝게 웃는 그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거 힘들지 않아?’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그의 삶에 불교가 얼마나 깊이 스며있는지는 보여준다. 

“언니, 인생에 힘들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매일 부처님께 새로운 물을 떠서 올리고(Thout Taw Yay, 따웃더이에) 출근길과 퇴근길마다 딴버데이(Than Bote Day)를 하면서 가요. 딴버데이를 일주일에 1000번이상 독송하면 자신을 방해는 것이 없어지고 수호신들의 가피를 입을 수 있어요. 저는 1000번이상 하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기록 스위치를 갖고 다니면서 해요. 언니도 한 번 해보세요!”  

그에게 ‘건축학도 관점에서 본 미얀마 불교문화는 무엇이 있을까?’라고 물어보자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대답을 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얀마의 대부분의 문화들이 불교와의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불교의 나라이기 때문에 보름달이 뜨는 날이 공휴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건축전공자로서 미얀마에는 대부분의 집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부처님을 모시는 공간 및 기도드리는 공간 (페야칸,Pha Ya Khan)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미얀마에서는 큰집이든 작은집이든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미얀마의 일상생활에 흔히 볼 수 있는 불교문화입니다. 또한 아침에 사람이 밥을 먹기 전에 집에 있는 페야칸의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고 나서야 밥을 먹는 습관도 있습니다. 우리에겐 삶의 시작이자, 아침의 시작이고 삶의 마무리이자 하루의 마무리입니다.”

“그리고 언니 칼럼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의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신쀼의식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제 경험을 토대로 언니에게 더 말씀 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저희 집안에서는 아버지 빼고 남자아이가 없었었기 때문에 신쀼의식을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사촌동생이나 친척들 집의 신쀼의식을 치르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는 신쀼의식을 해야지만 좋은 남자 혹은 완전한 남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20 살 넘기 전에 보통 신쀼의식을 치르는데 신쀼의식을 20살전에 형편이 어려워 못 치르는 사람은 성인되고 나서 치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들도 아들이 태어나서 신쀼의식을 치뤄야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믿음도 있습니다. 미얀마에는 가난해서 신쀼의식을 못 치르는 아이들을 위해 단체로 마을에서 신쀼행사를 치뤄주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미얀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
미얀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

종종 우리는 미얀마, 한국, 불교라는 큰 틀을 벗어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서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 때 사람에 의해 힘들었을 때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일반적인 범주를 이야기하다 가도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부처님 가르침으로 회귀한다. 

“저희 부모님이 저에게 자주 해 주신 이야기가 있어요. 살다 보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그래도 미워하지 말래요.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로 이겨라, 자비는 모든 것이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리고 상대방이 너를 싫어하는 사람도 너는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보고 자비를 주라. 화는 뜨겁지만 자비는 마음에 평화를 준다. 그럼 너는 이기는 것이다’라고 늘 이야기 해 주셨어요. 언니도 지금은 그 분 때문에 마음이 너무 괴롭겠지만, 자비를 보내는 게 어때요?” 머리로는 자비가 중요한 걸 알지만, 실상 삶에서 실천하지 못하고 감정에 휩쓸리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언니 꼭 기도랑 수행 많이 하세요. 저는 수행이나 기도를 꾸준히 드리면 좋은일이 생긴다고 믿어요. 제가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한 부분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수행이나 기도를 드리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좋은 생각을 하게 되면 몸도 건강해집니다. 그리고 저는 주변에 저를 싫다고 하거나 저에게 나쁘게 얘기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자비경(Myitt Ta Thote)을 독송하면서 자비를 보냅니다.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싫어하더라도 결국에 저의 자비가 이길 거라고 믿습니다.” 

기도와 수행을 삶에서 자주해서 그럴까? 다른 미얀마 친구들에게 특별히 그 친구는 운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는 그것도 부처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자신이 운이 좋은 이유를 설명해줬다.

“우리나라에는 깡깡익아쪼(Kan Kan Ei Akyo)라고 해요. 운도 사실은 내가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라는 의미예요. 아무리 운이 좋더라도 노력이 없으면 좋은 일이 있을 수 없고 반면에 운이 안 좋아도 노력하면 운이 따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이 말씀을 다시 생각하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더 노력하게 됩니다. 저는 사실 제가 하는 일이면 순조롭게 끝나고 잘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 부처님 가르침 덕분에 더 열심히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그의 목소리에서 높은 자존감이 느껴졌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이라는 용어가 화두였다. 우리 모두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존재를 사랑해보는 것이 어떨까? 어려운 한국 살이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천천히 한 단계씩 성공하는 쉐레에이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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