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보현보살이 기사굴산에 오다
그때 보현보살이 큰보살들과 함께 동방으로부터 왔다. 오면서 거치는 국토마다 진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연꽃의 비가 내리고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음악 소리가 들렸다. 무수한 천신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이들에 에워싸여 무리와 함께 각기 위덕과 신통의 힘을 나타내어 사바세계의 기사굴산에 이르러서 석가모니여래께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를 돌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위덕상왕불의 세계에 있다가 멀리 여기 사바세계 가운데서 〈법화경〉을 설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만억 보살과 함께 이를 듣고자 왔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어서 저희를 위해 설해주소서.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 멸도하신 후, 어떻게 이 〈묘법연화경〉을 능히 얻어 지니오리까?” 부처님이 보현보살 향하여 이르셨다.
“선남자, 선여인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해야 여래 멸도한 후 이 〈법화경〉을 얻게 되리니, 첫째는 모든 부처님에 의해 호념하는 바가 되어야 하는 것이오, 둘째는 미덕의 뿌리를 심는 것이요, 셋째는 정정취에 들어가는 것이요, 넷째는 온갖 중생을 구제하려는 뜻을 내는 것이니라. 선남자, 선여인이 이러한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래의 멸도 후에도 반드시 이 경을 얻게 되리라.” 그때 보현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후오백세의 혼탁하고 험악한 세상에서 이 경전을 받아 지니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응당 수호하여 그의 재앙을 없애고 편안케 하여, 마군이 틈을 엿보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악마거나, 악마의 아들ㆍ딸, 백성이거나, 악마에 붙들린 자거나, 야차건 나찰이건 구반다, 비사사나, 길자, 부단나, 위타라 따위, 사람을 괴롭히는 온갖 무리들이 모두 기회를 얻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람이 걷거나 서 있으면서 〈법화경〉을 독송하면 제가 그때 여섯 개의 이빨을 갖춘 흰 코끼리를 타고 큰보살들과 함께 그곳에 이르러 몸을 나타내어 공양하고 수호해서 위안해 주겠으니 이 또한 〈법화경〉을 공양하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이 사람이 만약 앉아서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다시 흰 코끼리를 타고 와 그 사람 앞에 몸을 나타내어 그 사람이 혹 〈법화경〉의 한 구절이나 한 게송이라도 잊은 것이 있을 적에는 가르쳐 주고 함께 독송해 다시 통달하도록 해주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때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는 사람이 저의 몸을 보고 나서 크게 기뻐서 더욱 정진하게 될 것이며, 저를 본 까닭으로 곧 삼매 다라니를 얻으리니, 선다라니, 백천만억 선다라니, 법음방편다라니 등 이와 같은 다라니를 얻게 될 것입니다.”
〈법화경〉에는 부처님 세계를 내왕하는 보살들의 활동이 묘사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마지막 품인 ‘보현보살권발품’에도 보현보살이 보위덕상왕불 세계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을 찾아 사바세계 기사굴산(영축산)으로 온다. 보현보살이 부처님 열반 후의 〈법화경〉 수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 여기에 네 가지 법이 갖춰져야 〈법화경〉을 만날 수 있다 하였다. 이것은 〈법화경〉을 만날 수 있는 인연을 말하는 것으로 △부처님의 호념과 △선근을 심은 공덕, △사법(邪法)을 벗으나 정법에 들어와 성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 정정취(正定聚)에 들어가는 것과 △중생을 구제하려는 서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밝혀 놓았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법화경〉을 통해서 부처님의 호념을 얻을 수 있고 선근(善根)을 심을 수 있으며 정법에 머물러 중생을 구원할 수 있는 서원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말세에 〈법화경〉이 중생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해 놓은 것이다. 이어 보현보살도 〈법화경〉을 수지하는 사람을 수호하고 재앙을 막아주며 마군의 침입을 봉쇄 다라니를 얻도록 해주겠다고 부처님 앞에서 다짐을 한다. 다분히 희곡(戱曲)적인 요소로 전개되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부처님의 법이 법화의 법문이라는 것을 강조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