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캐럴로 공공선교하냐” 불교 폭발했다

불교계, 잇단 종교편향에 누적 공분 격화

문체부 ‘캐럴 캠페인’ 계기로
공공기관 편향 강경대응 확산
조계종‧불교단체 잇딴 성명
종단협, 청와대에 항의 서한
‘예산집행정지’ 가처분신청도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종교음악인 ‘캐럴’ 재생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한 캠페인이 종교편향 논란을 넘어 범불교적 분노로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 규탄성명을 발표를 시작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가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데 이어, 문체부를 상대로 ‘캠페인 예산집행 정지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조계종 중앙신도회를 비롯한 불교계 단체들도 앞다퉈 성명서를 발표하고 캠페인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어 이 같은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1월 29일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 캠페인 추진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등 종교계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은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국민들이 자주 찾는 커피전문점과 일반 음식점,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 캐럴 재생을 활성화해 연말 따뜻한 사회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지상파 라디오방송사에 광고를 송출하고 음악 서비스 사업자는 캐럴이용권 3만장을 제공키로 했다. 저작권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캐럴 무료음원 22곡도 제공된다.

그러나 국민들을 위로하겠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캠페인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적지 않았다. 문체부가 특정종교음악에 대한 공식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은 명백한 종교편향적 행정이라는 것이다. 누리집을 통해 무료음원으로 제공되는 22곡 역시 대부분 익히 알려진 캐럴이지만, ‘기쁘다 구주 오셨네’ ‘고요한 밤’ ‘천사들의 노래가’ 등 특정종교색을 강하게 띈 곡들로 이뤄져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평화위원장 도심 스님은 “국민들을 위로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특정종교음악을 국민들에게 홍보해야만 하는 지에 대해 형평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특히 불교계 입장에서는 올해 국립합창단 종교편향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폄훼 등으로 인한 불편함이 적지 않았고 결국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책위원회까지 만든 상황에서 정부가 굳이 캐럴 홍보에 나선 것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계종은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종교편향 행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캐럴 활성화 캠페인’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체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올해까지만 캠페인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사태는 점차 극단으로 치달았다. 11월 30일 종단협은 11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심각한 종교편향으로 규정하고 회장단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긴급회의에는 조계종 기획실장 삼혜 스님과 특보단장 혜일 스님(조계종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 사무처장), 종단협 사무총장 도각 스님, 사무처장 진경 스님,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과 천태종, 진각종, 총지종, 대각종 소임자가 대표참석했다.

종단협 회장단은 이날 회의에서는 ‘캐럴 활성화 캠페인’에 대한 범종단 차원의 강경대응을 결의하고 즉시 항의서한을 채택했다. 이어 연계일정으로 오후 5시 30분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비서실 김영문 사회통합비서관에 항의서한을 공식 전달했다.

종단협은 항의서한에서 “국민을 위로하고 따뜻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근시안적 행정이며 특정종교의 대표적인 선교음악으로 대변되는 캐럴을 캠페인화하는 일을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문체부에 캠페인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청했지만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확인함에 따라 청와대에 불교계의 우려와 항의의 뜻을 담아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법률적 대응을 비롯해 2000만 불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종단협은 12월 1일 법원에 문체부를 상대로 ‘캠페인 예산집행 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도 성명서를 통해 “최근 종교편향 정책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체부가 나서 선교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은 노골적인 종교편향 행위와 다름없다”며 “특히 공중파에 이를 강제하고, 예산을 들여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의 행위는 특정종교에 대한 우대이자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포교사단과 중앙신도회 등 불교계 각 기관‧단체들의 규탄 목소리도 잇따랐다.

포교사단은 11월 3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공의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정부기관에서 특정종교 찬송가를 대중화하고 전국에 송출한다는 발상이 문제”라며 “공직자 종교차별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부처에서 종교차별을 자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중앙신도회(회장 주윤식)는 12월 1일 입장문을 내고 캠페인 중단과 정부 사과를 요구했으며, 대한불교청년회(회장 장정화)도 ‘문체부 캐럴 활성화 캠페인, 청년불자 유감표명’ 성명서에서 “정부가 지상파, 음악 사업자, 저작권 단체를 통해 캐럴 홍보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청년불자들은 문체부의 종교편향성과 카톨릭과 개신교의 배타성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교평화위원회와 대학생불교연합회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12월 2일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교폄훼 발언과 문체부 '캐럴 캠페인'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고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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