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사바세계 없으면 불국토도 없어

38. 묘음보살의 원력

그때 정광장엄국 안에 한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이 묘음이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모든 덕(德)의 근본을 심었으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들께 공양하고 가까이하여 매우 깊은 지혜를 모두 성취하였다. 묘당상(妙幢相)삼매와 법화삼매와 정덕(淨德)삼매 등 백천만억 항하 모래알 수 같은 모든 큰 삼매들을 다 얻고 있었다.

마침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놓은 광명이 그의 몸을 비추니 곧 정화수왕지불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장차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예배하고 친근히 하여 공양하려 합니다. 또 문수사리법왕자 보살과 약왕보살, 용시보살, 수왕화보살, 상행의보살, 장엄왕보살, 약상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노이다.”

그때 정화수왕지불께서 묘음보살 향하여 이르셨다.

“그대는 저 나라를 가벼이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선남자여, 저 사바세계는 높고 낮아서 평탄하지 못하니라. 흙산과 돌산 등 여러 산이 있을 뿐만 아니라 더러운 것이 가득하니라. 부처님의 몸은 작고 보살들 또한 그 몸이 작으니라. 그런데 그대의 몸은 4만 2천 유순(由旬)이나 되고 내 몸은 6백 80만 유순이 되니라. 그대의 몸은 단정하여 백천만 가지의 복덕의 상에 광명이 더없이 눈부시니 그러므로 그대가 가더라도 저 나라를 업신여기지 말고 부처님이나 보살이나 국토에 대하여 천하고 졸렬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묘음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사바세계로 가는 것은 모두 여래의 힘이시며, 여래의 신통력으로 유희하며 여래의 공덕과 지혜로 장엄하였기 때문입니다.”

묘음보살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아니한 채 삼매에 들었다. 삼매의 힘으로 기사굴산(영축산)의 부처님이 설법하는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8만 4천의 보배연꽃을 피어나게 하였다. 염부단금으로 줄기가 되고 백은(白銀)으로 잎이 되고 금강으로 꽃술이 되고 견숙가(甄叔迦) 보배로 꽃받침이 되었다.

이때 문수사리법왕자가 이 연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먼저 이 상서(祥瑞)가 나타났습니까? 수많은 천만 송이의 연꽃이 나타났는데 염부단금 줄기가 되고 잎은 백은으로 되었으며 꽃술은 금강, 견숙가의 보배로 꽃받침이 되었습니다.”

이때 석가모니부처님이 문수사리에 이르셨다.

“이는 묘음보살마하살이 정화수왕지불의 나라에서 8만 4천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이 사바세계에 와서 나에게 공양하고 친근하여 예배하려는 것이며, 또 〈법화경〉에 공양하고 〈법화경〉을 들으려는 것이니라.”

〈묘음보살품〉은 법화경 7권에 나오는 24번째 품이다. 정광장엄국에 있던 보살로 동방의 정화수왕지불을 모시면서 〈법화경〉 유통 원력을 가진 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이 서방 극락세계의 아미타불 모시는 것과 짝을 이룬다. 법(法)을 설하는 〈법화경〉은 법 자체가 법을 유통시킬 수 없으므로 법을 유통시키는 보살들의 역할이 다양하게 묘사된다. 묘음이란 중생의 언어와 음성을 상징하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생명의 소리이고 그 생명이 가지고 있는 법의 소리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 법을 유통시킨다는 인법일치(人法一致)의 뜻을 가지고 있는 매우 미묘한 말이다. 천태의 〈법화현의〉에서는 경 제목에 들어 있는 묘법이란 말을 불법묘(佛法妙), 심법묘(心法妙), 중생법묘(衆生法妙)의 삼묘(三妙)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묘음보살이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 부처님과 문수, 약왕 등의 보살을 친견하고 싶어 하고 이어 삼매에 들어 연꽃을 피운다. 정화수왕지불이 사바세계를 가벼이 업신여기지 말라는 충고를 곁들인다. 이 대목도 중요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불보살의 활동무대가 사바세계이다. 비록 아무리 불국토가 많더라도 사바세계가 있어야 불국토가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사바세계가 없으면 불국토가 없다. 그것은 중생이 없으면 불보살이 없다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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