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법화경 있는 곳이 깨달음의 도량

32. 여래신력품

그때 천신들이 허공 속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세계를 지나 국토가 있으니 이름이 사바세계요, 그곳에 부처님 계시니 이름이 석가모니시니라. 지금 여러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대승경전 설하고 계시니 그 경전 이름이 〈묘법연화경〉이니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들께서 보호하고 아끼는 경이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정성스런 마음으로 기뻐할 것이며 또한 의당 석가모니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양해야 하느니라.”

허공에서 나는 이 소리를 들은 중생들이 합장을 하고 사바세계를 향하여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그리고 갖가지 꽃과 향과 영락과 번개와 일산과 온갖 장신구와 진기한 보배와 미묘한 물건들을 모두 함께 사바세계를 향하여 멀리 흩었다. 시방(十方)에서 그 흩은 물건들이 오는 것이 마치 구름이 몰려오듯 하며, 변하여 보배 휘장이 되어 여러 부처님의 위를 두루 덮었다. 이때 시방세계가 탁 트여 막힘이 없어 하나로 되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상행 등 보살들에게 이르셨다.

“부처님들의 신통력은 이렇게 한량이 없고 가없어 불가사의하니라. 만약 내가 이러한 신통력으로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만억아승지겁 동안을 뒷사람들에게 부촉하고자 이 경의 공덕을 말하려 해도 능히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요약해 말하자면 여래의 온갖 법과, 여래의 온갖 자재한 신통력과 여래의 온갖 비밀스러운 법장(法藏) 그리고 여래의 매우 심오한 온갖 일들을 모두 이 경에서 펼쳐 보이고 드러내 설했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여래의 멸도 후에 응당 일심으로 이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쓰고 말한 그대로 수행하여야 하느니라.

어느 국토에서나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써서 말한 그대로 수행하는 이가 있거나, 혹 경전이 있는 곳이라면 거기가 동산이든 숲속이든 나무 밑이든 승방이든 집이든 전당이든 산골짜기이든 들판이든 거기에 모두 탑을 쌓아 공양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마땅히 알아 둘 것이니 이 경전이 있는 곳은 바로 깨달음의 도량이라. 모든 부처님께서 여기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시며, 모든 부처님께서 여기서 법륜을 굴리시며, 모든 부처님께서 여기서 열반에 드시기 때문이니니라.”

〈여래신력품〉에 나오는 위의 내용은 〈법화경〉에서 가장 환희로운 장면이다. “〈법화경〉이 있는 곳이 깨달음의 도량이다”라는 말이 깊고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 〈법화경〉이 불국토의 근원지라는 말이다. 천신들이 석가모니 부처님과 사바세계를 소개하면서 〈묘법연화경〉을 설하고 계시니 예배하고 공양 올리라고 외치는 장면이 매우 드라마틱하다. ‘나무석가모니불!’하는 말은 요즈음의 불교의례 가운데 기도 정근의 관용구가 된 말이다. 축원 끝에 으레 세 번을 대중이 합창해 읊는다. 한국불교의 기도 풍습은 특정 불보살의 명호를 반복해 부르는 칭명(稱名)기도가 있고 칭명염불이 있다. 그 칭명하는 의식이 생긴 것이 〈법화경〉의 ‘석가모니불’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법화경〉이 여래의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인 경전이며, 부처님이 〈법화경〉이 있는 곳에서 무상정각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법화성불’이라는 뜻이다.

세친(世親)이 지은 〈법화경론〉에는 〈법화경〉의 이름을 17가지로 말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일체제불지도량’이라는 이름이 나오고 또 ‘일체제불견고사리‘라는 이름도 있다. 〈법화경〉이 제불이 수행하여 성불하는 곳이란 말이고, 〈법화경〉 부처님의 진여법신이 견고한 사리(舍利)와 같아서 만고를 초월하여 그 본체가 부서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흔히 경전에 설해진 부처님 말씀을 ‘법신사리’라고 말해 오기도 했다. 부처님 법신이 〈법화경〉에 머문다 하여 ‘제일의주(第一義住)’라는 이름도 있고 근기가 성숙한 보살들을 위해 설한 경이라 하여 ‘교보살법(敎菩薩法)’이라는 이름도 나온다. 세친의 설명에 의하면 〈법화경〉의 이명(異名)이 가장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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