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현실 잘 관찰하면 어디서나 法 발견

31. 법화사상

“득대세보살이여, 이 상불경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고 공경, 존중, 찬탄하여 온갖 선근을 심어서, 그 뒤에도 다시 천만억의 부처님을 만났고 또 그 부처님 법 가운데서 이 경전을 설하며 공덕이 이루어져서 마침내 부처가 될 수 있었느니라.

득대세보살이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의 상불경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는가. 바로 나였느니라. 만약 내가 과거세에 이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워서 남을 위해 설하지 아니하였더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했으리라. 내 지나간 세상에 부처님 계신 곳에서 이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워서 다른 이에게 설했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었느니라.

득대세여, 그때의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는 화를 내어 나를 업신여긴 까닭으로, 2백억 겁 동안이나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법을 듣지 못하며, 스님들을 보지 못하였느니라. 1천 겁 동안 아비지옥에 떨어져서 큰 고통을 받다가 이 죄보를 다 마치고 다시 상불경보살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교화함을 만났느니라.

득대세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 사부대중으로 항상 이 보살을 업신여긴 자들이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는가. 여기 이 모임 가운데의 발타바라(跋陀婆羅) 등 5백 보살과 사자월(師子月) 등 5백 비구니, 사불(思佛) 등 5백 우바새들이었느니라.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들이었느니라.

득대세여, 마땅히 알아라. 이 〈법화경〉은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크게 이롭게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능히 이르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여래가 열반한 뒤에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쓰고 해설해야 하느니라.”

부처님의 교법이 주로 인과법과 인연법으로 설해진다. 온갖 비유의 언사로 설해지는 부처님의 말씀이 인연법을 설하고 그 속에는 인과법이 들어있다. 〈법화경〉에서는 과거 생과 금생을 인과로 연결해 설하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득대세 보살에게 한 말씀이 상불경보살이 바로 석가모니 자신의 전생 몸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대목이다. 삼세의 인과관계가 전생이 금생의 원인이고 금생이 전생의 결과라는 사실과 금생이 내생의 원인이고 내생이 금생의 결과가 된다는 것은 불교 교리의 공식적인 정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법화경〉에서는 삼세의 인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과거 어느 부처님 시대의 왕이나 왕자이야기, 또 수기를 주는 내용도 미래세의 성불을 보장하는 이야기이므로 삼세 인과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상불경보살을 업신여기던 대중들이 1천 겁 동안 아비지옥의 고통을 받다가 죄보를 마치고 상불경의 교화를 받았다는 말도 생을 바꾸어 온 이야기다. 다겁다생으로 이어지는 생사의 반복이 업감연기로 설명되면서 인과응보로 나타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법화경〉을 수지독송하는 것이 성불의 인연이라는 점을 이 대목에서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부처님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과거세에 부처님 계신 곳에서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남을 위해 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법화경〉이 성불의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된다는 말로 법화 수행의 인과가 경전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말이다.

법화사상을 체계적으로 완성한 천태 지의(天台智?, 538~597)는 그의 저술 〈법화현의〉에서 ‘즉사이진(卽事而眞)’이란 말을 자주 썼다. 이 말은 ‘즉사현리(卽事顯理)’라는 말과 같은 뜻인데 현실 안에서 이상을 실현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현실의 구체적 상황으로 나타나는 사실에서 진리를 발견하여 이상적인 세계를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법화사상의 골자가 되는 말이다. 〈법화경〉의 사유체계나 그 세계관은 현실과 이상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

법화의 일승사상이 바로 이런 것이다. 현실의 상황을 잘 관찰하면 어디서나 참된 이치가 발견된다는 것으로, 현실과 이상은 괴리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달관할 수 있는 수행을 통해 이상이 현실 속에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현실은 수행의 무대이고 이상이 실현된 것이 부처의 세계가 되며, 법화경이 수행의 무대이고 동시에 부처의 세계가 열린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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