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병상포교일기] 나무묘법연화경

얼마 전 72시간 탑돌이를 하는 도량에 다녀왔다. 꼬박 3일 동안 탑돌이를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부처님께 참회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힘든 기도의 시간은 ‘정화’라는 선물을 주는 것 같다. 

‘나무묘법연화경’을 정근할 때 내 곁을 스쳐간 많은 환우들이 생각났다. 그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며 특히 한 환자를 떠올렸다. 호스피스 병동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일반병동에서 투병을 하던 중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급하게 1인실로 옮겨 그곳에서 임종을 맞게 된 환자였다.

아직 나이가 50대였고 늦게 암을 발견하여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의 아내를 비롯해 가족들은 아직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환자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 

“스님, 저희 남편이 왜 이런 병이 왔을까요? 저희 남편은 〈법화경〉을 두 번이나 사경 할 정도로 신심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 남편에게 왜 이런 병을 주셨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가족들도 그렇고 거사님도 얼마나 놀라셨나요”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도 미안할 지경이었다. 아직 병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가장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사 분에게 “거사님 기도를 좀 해드릴까요”라고 물어도 그저 무표정이었다. 아내가 “그렇게 하자”고 남편을 다독였다. 우선 열 번 “나무묘법연화경”을 정근하였다. 그 순간 거사님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아내는 비 오듯 쏟아지는 남편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병실을 찾았을 때 간호사로부터 상태가 심각해져 1인실로 옮기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새로 옮긴 1인실 병실을 찾아 들어가려는 찰나, 환자가 이불로 꽁꽁 싸맨 이동용 침대가 병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임종을 한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장례식장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에 함께 몸을 실었다. 나는 영가의 시신을 향해 ‘나무묘법연화경’ 정근을 시작했고 아내도 흐느끼며 합장하였다. 지하로 연결된 주차장에는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장례식장도 자리가 없어 다른 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려고 대기 중인 구급차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나무묘법연화경’을 정근하며 그의 극락왕생을 기도했다. 극락왕생을 향해 가는 자리에는 ‘나무묘법연화경’ 좌석이 준비되어 있기를 발원하며….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그래도 이 사람이 〈법화경〉을 사경한 공덕으로 마지막 가는 길에는 스님의 기도를 받고 가네요”라고 말하며 합장하였다. 

단 두 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환자를 위해 탑을 돌며 ‘나무묘법연화경’을 걸음걸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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