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육근의 공덕
그때 부처님께서 상정진(常精進) 보살마하살에게 이르셨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거나 외우며 해설하거나 쓴다면 이 사람은 마땅히 눈의 800 공덕과 귀의 1200의 공덕과 코의 800 공덕과 혀의 1200 공덕과 몸의 800 공덕과 의근(意根)의 1200의 공덕을 얻게 되리니 이러한 공덕으로 육근을 모두 장엄하여 청정하게 하리라.
이 선남자, 선여인이 부모가 낳아준 청정한 육안(肉眼)으로 삼천대천세계의 안팎에 있는 모든 산과 숲과 강과 바다를 보게 될 것이며, 아래로 아비지옥과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의 온갖 중생과 그들의 업연(業緣)과 과보로 태어나는 곳을 다 보고 알게 되리라.
또 상정진보살이여,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화경〉을 받아 지니어 읽고 외우며 해설하거나 쓴다면 귀의 1200 공덕을 얻으리라. 이 청정한 귀로 삼천대천세계의 아래로 아비지옥,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 있는 온갖 말과 소리를 들으리라.
요약해 말하건대 삼천대천세계의 안팎에 있는 모든 소리를, 천이통을 얻지 못하고도 부모가 낳아준 보통의 청정한 귀로써 모두 듣고 알 것이며, 이렇게 온갖 소리들을 분별하여도 귀가 상하지 않게 되리라.”
‘법사공걱품’에는 〈법화경〉을 수지 독송하고 서사 해설하는 인연으로 육근공덕(六根功德)이 완전하게 된다는 내용이 설해져 있다. 육근공덕은 〈능엄경〉에도 설해져 있는데 최극(最極)의 수준에서 발휘되는 각 근(根)의 기능을 말한다. 여기에 공덕의 수치를 800과 1200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눈의 800 공덕과 귀의 1200 공덕이 수치의 극점에 이르러, 천안통이나 천이통이 아닌 부모에게서 몸 받아 태어난 얼굴의 눈과 귀로도 천안통과 천이통 같은 보고 듣는 시청(視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초능력 이야기로 여겨지는 말인데 육체적 감각이 본래 특정 범위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가령 사람마다 시력이 다르다. 시력뿐만 아니라 청력, 냄새를 맡는 능력 등이 제각기 다르고 동물이 사람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다. 또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 인종(人種)과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른 수도 있다 한다. 경의 말씀은 이러한 정도의 차이가 아닌 육근의 본래 공덕 전체를 나타내는 말이다.
〈법화경〉 전체의 내용을 간단히 간추려 말하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일승묘법(一乘妙法)이다. 일승묘법이란 현대적인 개념으로 말하면 우주의 통일적인 진리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조화통일을 이룬 하나의 이치다. 〈법화경〉은 이것을 설한 경전이다. 둘째 구원실성불(久遠實成佛)이다. 인격적 생명으로서의 부처님은 언제나 인간 현실의 생활환경을 뛰어넘어 초월적 존재로 계신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오온(五蘊)으로 화합된 육체적 생명이 아닌 법신의 생명으로 이 법신이 의인화된 인격이 부처님이다. 셋째 보살행(菩薩行)이다. 〈법화경〉은 보살을 가르치는 법문이라고 경문에서 밝혔듯이 현실 속에서의 해야 하는 인간적 활동을 보살행으로 설명했다. 보살행이란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고 성숙시키기 위해 서로 이해하며 도우며 협동하여 살라는 말이다. 이 세 가지가 ‘법화사상’을 이루어 시대에 따라 연구되고 그 교설이 발전되어 왔다.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논서인 용수보살이 지은 〈대지도론〉과 견의보살(堅意菩薩)이 지은 〈입대승론〉 그리고 세친이 지은 〈법화론〉 등에 〈법화경〉을 인용 주석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이 논서들은 본래 인도에서 저술된 것들이지만 범본이 유실되고 한역본만 전해지고 있다.
법화사상은 중국에서 꽃을 피운다. 천태 지의(天台智?, 538~597)가 법화사상을 완성하고 천태종이란 종파를 세운 이후 〈법화경〉이 크게 유통되었다. 대승경전의 삼대(三大) 경전인 〈화엄경〉은 불법(佛法)의 통일성, 〈법화경〉은 영원성, 〈열반경〉은 순수성을 설해 놓은 경전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