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佛緣공동체 향상일로 하길
1960년에 창립, 지난해 60년 맞아
회원·동문 재결집위해 史書 편찬
서클룸 없이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1980년대 교내 서클 중 최대 인원
교대·공대 학우 참여 높아 ‘특이’
동문 한마음회 결성해 유대 이어
후배들 장학금 등 대학 포교 노력
“종단, 어린이·청년 포교 관심을”
한 단체가 60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대학 동아리는 더욱, 종교 관련 동아리라면 더더욱.
실제, 2000년대 들어 대학 불교 동아리는 쇠퇴일로를 겪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대학 불교 동아리는 약 60여 곳. 한때 120여 곳이 활동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환갑을 맞은 경북대 불교학생회도 부침이 있었다. 2010년 이후 소규모로 유지돼다2018년부터 동문과 지역불교계 등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제는 40여 명이 활동하게 됐다.
동문 지원의 중심에는 경북대 불교학생회 동문 모임 한마음회가 있었다. 한마음회는 최근 경북대 불교학생회 역사를 정리한 〈경북대 불교학생회 60년사〉를 발간했다. 성철사상연구원에서 한마음회 대표 동문들을 만나 60년사 발간 이유와 활동에 대해 들었다. 이날 자리에는 박경희 前 한마음회 회장(76학번 전자공학·64)와 곽동달(80학번 전자공학·60) 한마음회 회장, 조병활(86학번 영어영문학·54) 성철사상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재학생·동문 법우 역량 집결
가장 먼저, 60년사 발간의 이유에 대해 물었다. 박경희 前 회장은 “대구·경북 불교 학생회 중 가장 오래된 경북대 불교학생회의 역사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면서 “10년 전 한마음회 회장으로 활동할 때 50년사를 준비하면서 재학생, 동문 법우들의 역량을 재집결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60년사를 편찬하면서 다시 회원들의 역량 결집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50년사에 이어 60년사까지 연이어 발간할 정도로 경북대 불교학생회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이는 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경북대 불교학생회의 태동은 1958년으로 올라간다. 1958년 장병화 등 10여 명의 학생들이 대안사에 모여 법륜회라는 경북 불교학생 모임을 창립한다. 이들 창립법회에는 당시 조계종 종정이었던 효봉 스님과 총무원장 청담 스님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조병활 원장은 “1950년대만 해도 대학생이라고 하면 사회 최고 엘리트였다. 그런 엘리트들이 불교학생회를 결성한다고 하니 종단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경북대, 청구대, 한국사회사업대 대학생들이 참여하며 회원들이 많아지자 경북대 내에 불교학생회를 창립하기로 했다. 창립모임에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를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면서 1960년 경북대 불교학생회의 역사는 시작된다.
소규모 모임이다보니 현재 같은 동아리실도 없었지만, 경북대 불교학생회는 팔공산, 운문사 등을 등산하며 사찰을 순례하는 등산법회를 통해 신행활동을 이어갔다. 대구 보현사에서 봉행되는 경북 지역 전체 연합회 형식의 법회와 법륜회 체육대회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970년대 회원 수가 늘어나자 교양강의실을 대여해 지도법사를 모셔서 1주일에 한번 정기 법회를 진행했다. 초기 지도법사에는 중앙승가대 前 총장 종범 스님도 있었다. 신입생 가두 모집을 시작한 것도 1970년 이후부터다. 신입생환영법회, 수련대회, 불교강연회 등의 행사를 진행하며 경북대 불교학생회는 대학 불교 동아리의 기틀을 다져갔다.
1980년대는 동아리 전성시대였다. 경북대 불교학생회도 최고 전성기를 맞는다. 새로 건립된 학생회관 내 정식 동아리실을 배정받았고, 회원수도 140여 명을 넘길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곽동달 회장은 “당시 경북대 불교학생회에 불교사상 대강연회를 매년 개최했는데, 인기가 좋아서 강의장에 사람들이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1980년대 대학생들은 불교 사상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다보니 에피소드들도 적지 않다. 80년대 활동했던 곽동달 회장의 이야기는 당시 열정과 동문간 유대를 느끼게 해줬다.
“기금 모연을 위해 대구경북 지역 사찰들을 많이 다녔는데 학생이 무슨 돈이 있나요. 가는 차비만 달랑 들고 가서 현지에서 경비를 조달했죠. 모연 받은 보조금 중 10%로는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었어요. 한번은 해인사 지족암에 일타 스님을 친견하려고 갔는데 스님이 안 계시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인근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는데, 돈이 없어서 합천에 사는 동문을 수소문해서 하루 신세를 졌죠. 차비도 두둑하게 받았습니다. 동문과의 유대가 경북대 불교학생회를 이끈 힘입니다.”
조병활 원장 역시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올라가면, 동문 선배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학생이었던 우리에게 항상 차비와 용돈을 두둑하게 챙겨주시곤 했다. 지금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술회했다.
동문, 경북대 불교학생회의 힘
경북대 불교학생회의 특이점은 공대와 사범대 법우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공대 출신 동문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금성사(현 LG전자) 등 대기업에 취업했고, 사범대 출신 동문들은 교사가 되거나 교수로 활동했다. 동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동문 모임도 결성됐다.
경북대 불교학생회 동문 모임인 한마음회는 1973년 69학번 오상룡, 김윤래 법우 등이 주축이 돼 창립됐다. 서울로 상경해 활동하는 법우들이 많아지면서 1990년에는 재경(在京) 한마음회가 결성되고 2005년에는 전국 한마음회가 만들어져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마음회는 현재 1000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으며,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는 매년 정기총회와 상하반기 순례 등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줌으로 총회를 하고 있다.
현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지급하고 활동을 후원하는 것도 한마음회의 주요사업이다.
박경희 前 회장은 “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에게 한 학기에 100만 원씩 총 매년 4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행사 등 지원도 이뤄진다. 한 해에 600~800만 원 정도를 학생들 지원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60년사 발간 이후에는 회장과 부회장 이외에도 활동이 활발한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이 돌아갈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경북대 불교학생회는 신입회원이 줄어 2010년부터 소규모로 운영되다가 2018년부터 동문들의 노력과 활동으로 현재는 40여 명이 활동하는 동아리가 됐다. 현재 회장인 배수연 학생은 언니도 경북대 불교학생회장을 맡았었던 만큼 세대 전승도 잘 이뤄지고 있다.
“지원·관심, 대학 포교를 살린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학 포교의 중심에 있는 한마음회에게 대학 포교 활성화 방안에 대해 물었다. 모두들 지원과 관심을 가장 먼저 꼽았다.
박경희 前 회장은 “현재 지도교수인 성희자 교수가 경북대 불교학생회 출신”이라며 “지도교수부터 지역불교계, 동문들이 뛰니 학생들의 가입이 이어졌다. 결국 지원과 관심만이 대학생 포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곽동달 회장은 “어렵고 딱딱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친목모임 같이 느슨하게 갈 때 학생들이 조직으로 잘 흡수될 수 있다”면서 “명상이나 영어 불교 스터디 등 현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병활 원장은 “어린이-청소년-대학생-청년으로 이어지는 계층 포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종단의 관심이 중요하다. 또한 모여진 종단의 관심을 어떻게 실수요 대상자들에게 표출·전달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환갑을 넘어서 경북대 불교학생회가 앞으로도 지속·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동문이다. 동문사회의 중심에 있는 한마음회는 학생 지원을 위한 기금 모연에 향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곽동달 회장은 “현재 장학기금으로 7000만 원 정기 적금이 있는데, 앞으로 장학금 재원을 더 확충하고자 새로 계좌를 개설했다. 1인 1후원구좌 사업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