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등회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두 개나 추가됐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처음 열렸고, 역대 처음으로 온라인 연등회로 진행됐다. 각각의 의미가 적지 않다.
우선 유네스코 등재 이후 첫 연등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은 사실 불교계로서는 대단히 아쉬운 지점임을 짚을 필요가 있다. 올해 연등회는 부처님오심을 축하하고 경탄하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진정한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나는, 화룡점정의 순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계는 이를 포기하고 연등회 본연의 의미를 살려 비대면 개최를 택했다.
그렇기에 올해 연등회의 의미 역시 찬찬히 되새겨 볼 만하다. 불교계가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연등회를 온라인으로 전환키로 결단한 것은 대자비심의 발로다. 역사적인 순간, 불교계의 이익을 도모하기 보다는 전 국민의 안녕과 안전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등회를 통해 유네스코 지정을 축하하고 규모를 키우기보다 부처님오신날의 참 뜻을 기리는 행위, 즉 중생의 고통을 보듬는 가르침에 무게중심을 뒀다.
불교계는 지난해에도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위해 산문폐쇄 등을 강행하며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선제적 대응을 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연기하고 연등회까지도 취소한 전력이 있다.
불자들은 아쉬운 만큼 큰 자긍심을 가져야 할 터다. 10만 연등의 물결은 없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함께하는 가운데 모두의 마음 속에 연등이 장엄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마음 속 연등은 각기 서로가 자리한 곳에서 유의미하게 이어져, 결국엔 부처님 오신 진정한 의미를 더 넓게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설] 국민과 함께 한 온라인 연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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