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병상포교일기] 부처님오신날 법당 풍경

그림=최주현
그림=최주현

코로나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처님오신날 강당 행사를 중단하고 직원들을 위한 떡과 음료수 나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를 앞두고 준비를 위한 회의를 위해 몇몇 병원 봉사자들을 사찰에서 만나게 되었다. 봉사자들은 서로 반가워하며 지난 부처님오신날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진 후 처음 몇 달은 마스크 품절로 인해, 병원 의료진들도 마스크 부족의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 불자들과 힘을 모아 마스크를 모아 병원에 기부했던 일을 얘기하며 봉사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아휴 그때 마스크 몇 개 가지고 스님을 만났잖아! 그때는 마스크가 너무 귀했지.” 그 얘기를 들으니 정말 먼 옛날 얘기처럼 느껴져 감회가 새로웠다. 한마음으로 조금이라도 병원에 힘이 되고자 하던 불자들의 마음이 병원관계자들에게 전달되면서 2018년 연등설치 불허로 빚어졌던 갈등의 골이 조금씩 메워지기 시작했었다. 위기가 기회였던 순간이었다.

“우리 법당에서 마스크 기부하고 부처님오신날 떡나눔 할 때 말이야. 생각나? 그 의사들하고 간호사들하고 직원들이 좋아하던 모습 말이야.” “스님 이번에도 꼭 계셔야 해요.” 노보살님들은 몇 번을 스님이 계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병원직원들의 점심시간인 11시부터 2시까지 병원 식당 앞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직원들에게 노보살들은 떡과 음료를 정성스레 나누며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하고 허리숙여 인사하며 용기를 주었다. 직원들은 봉사자들의 인사에 당황하면서도 자신들의 할머니를 만나는 듯 환한 미소로 떡과 음료를 받아갔다. 노보살님들은 거의 서너 시간을 힘든 줄도 모르고 떡나눔을 하였고, 행사가 끝난 뒤 다리를 절며 허리를 두드리며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었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팀장은 메모지와 볼펜을 들고 팔을 걷어 부친다. “작년에는 떡이 모자랐어.” “떡을 받아가지 못하는 직원이 나하고 눈을 마주쳤는데 아휴 너무 미안하더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이번에는 5말을 더해서 30말을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에는 플래카드를 좀 부쳐요.” 한 봉사자의 말에 모두 맞다고 고개를 끄떡인다.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떡나눔행사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며 우리 병원 고생하시는 
의료진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일산병원불교법당 스님과 봉사자들 마음모음-

뚝딱 플래카드 하나 만들고 봉사자들은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우리 병원법당 봉사자들의 마음은 벌써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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