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 딴신(U Thant Sin) 주한 미얀마대사
미얀마 정부를 대표하는 공간
서울 한남동 미얀마 대사관서
미얀마·한국교류·외교매진
아웅산 수지 의전국장 역임해
불심이 돈독한 대표적인 불자
매일 예불하며 하루를 시작해
한국의 작은 미얀마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미얀마 대사관’이다. 미얀마 대사관은 한국 국민들에게는 미얀마로 가는 문을,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국민들에게는 고국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미얀마 정부를 대표해서, 우 딴신(U Thant Sin) 주한 미얀마 대사와 미얀마 외교관들이 미얀마와 한국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미얀마 대부분 국민들이 불자(佛子)이듯이 미얀마 대사관도 예외는 아니다. ‘주한 미얀마 대사관’을 대표하여 우 딴신 주한 미얀마 대사의 삶 속에서 불교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협력 정책 분야 전문가
우 딴신 대사는 대학원에서 국제협력 정책에 관한 연구 논문을 썼다. 1990년에 미얀마 외교부에 입사하여, 필리핀 주재 미얀마 대사관, 스위스 제네바, 뉴욕 유엔 본부 미얀마 대표부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유능한 미얀마 외교관이다. 2019년 한국에 주한 미얀마 대사로 부임하기 이전에는 아웅산수찌 국가고문 겸 외교부 장관의 의전국장을 담당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해외순방을 할 때 찍힌 사진에 보면, 우 딴신 대사가 항상 최측근에서 동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1세에 출가해 신쀼의식 체험
미얀마의 남자라면 누구든 어린 시절에 한 번씩 출가한 경험이 있다. 이것을 신쀼(Shin Pyu)의식이라고 부른다. 우 딴신 대사는 11살 때, 신쀼 의식을 치뤘다. 그는 스님처럼 삭발을 하고, 절에 들어가 불교의 기초적인 교리를 배우며 수행을 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신쀼 의식을 치루는 것이 본인과 가족들을 위해 공덕을 쌓는다고 생각하여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우 딴신 대사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엔 15분, 저녁엔 45분 정도 부처님께 예불을 드린다. 예불이 끝나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처님 공덕과 자비를 전하는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도시간은 그에게 마음과 몸이 청정해지는 기운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하루를 정리하는 기도시간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그는 30분 정도 위빠사나 명상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위빠사나 명상을 지속적으로 하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고, 정견(正見)의 힘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미얀마 대사이기 전에 평범한 인간으로서 일상적인 삶 속에서 불경의 경구는 그에게 나침반 역활을 해준다. 그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마다,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또한 삶을 살아가면서 선업을 쌓으면 선업의 결과가 언젠가 나타난다는 것을 불교를 통해 배웠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부처님 말씀은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의 꿈을 꾸지 말며,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만약 우리가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꿈꾸기만 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하루를 낭비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현재에 집중하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
부처님의 “중도 사상”을 생활에 적용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극단적인 선택을 피할 수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은퇴를 하고 나면 잠깐이라도 출가를 해서 스님이 되기를 원하는데, 우 딴신 대사도 이와 같은 노년의 삶을 보내고 싶어한다.
우 딴신 대사가 들려주는 미얀마 불교
미얀마는 다양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불자이다. 불자인 국민들의 삶 속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불교 교리는 “오계(五戒, 첫 번째: 살생하지 말라, 두 번째: 도둑질 하지 마라, 세 번째: 음행을 하지 마라, 네 번째: 거짓말을 하지 마라, 다섯번째: 술에 취하지 마라” 이다.
미얀마에서 불교가 국민들 삶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바간 왕조 시기부터 이다. 미얀마 국민들은 바간 왕조에서 아노야타 왕을 굉장히 존경한다. 아노야타 왕은 신아라한 스님을 통해 바간 왕조 백성들에게 테라와다 불교를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바간에 수많은 탑과 사원이 생겨났다. 아노야타 왕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테라와다 불교는 미얀마 전역에 퍼지게 되었고, 미얀마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삼독(三毒)을 멀리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탐·진·치에서 벗어나 진실한 마음으로 웃어른을 공경하고, 동료를 존중하며, 어리고 나이 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이러한 전통적인 불교가치가 현대 사회를 조화롭고 정의롭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 딴신 대사는 한국 불자들에게 미얀마의 고승인 시따구 스님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미얀마 국민들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시따구 스님은 양곤과 사가잉에 ‘시따구 불법(佛法) 국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계시다. 매년 미얀마를 비롯하여 해외에 불교철학과 교리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미얀마어, 영어, 빨리어로 된 불교 서적을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에게 시따구 스님은 존경받는 고승이며, 선사(禪師)이자 불교학자이다.
미얀마의 현재를 이끌고 나가는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도 매일 부처님 경전을 읽고 명상을 한다. 이미 오래 전 국가고문이 저술한 책에서도 불교 수행과 관련한 부분을 밝힌 적이 있었다. 하루에 한 시간씩은 명상을 하고, 부처님의 교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마음을 수행한다.
과거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우탄트 사무총장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동일하게 매일 명상과 경전 독송으로 자신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미얀마 부처 중 하나인 종교문화부에서는 새해 안거 기간이 되면 스님들에게 가사를 보시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미얀마 대사관도 종교문화부에서 하는 것과 같이 한국에 계신 미얀마 스님들에게 가사를 보시하는 행사를 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인천과 부평에 있는 미얀마 절을 방문하여 부처님께 예불을 드린다.
주한대사 발령 후 한국 산사도 방문
우 딴신 대사는 한국에서 대사를 지내면서 한국 절을 방문한 적이 있다. 대체로 한국 절들은 산 속에 위치해 있어서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산 속에 위치한 한국 절에 방문하면 자신도 모르게 한국 산사의 고요함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명상을 하면서 느끼는 고요함은 그에게 큰 기쁨을 줬다. 그는 한국과 미얀마에서 불교는 불자들의 삶 속에서 내면의 평화를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 딴신 대사와 진행한 인터뷰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쉽사리 떠나질 않는다. 그는 미얀마의 옥스퍼드 스님이라고 불리는 담마싸미 스님의 말을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미얀마와 세계는 평화가 필요합니다. 세계평화는 우리 마음속의 평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러한 개인의 평화가 표면적이고 즉각적으로 우리 사회에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의 마음이 평온하고 건강한 감정을 갖기 위해 스스로를 돌본다면 우리는 작지만,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평화가 없다면 주위에 다른 평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속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서로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 미얀마를 대표하는 우 딴신 주한 미얀마 대사의 삶을 통해 현재 미얀마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의 불교적인 단면을 살펴보았다. 우 딴신 대사를 많이 만나 본 것은 아니지만, 각종 행사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평온해 보이고 인자해 보이던 우 딴신 대사의 모습이 하루 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꾸준한 명상과 경전 독송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매순간 불교 교리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한 순간들이 모여 우 딴신 대사를 만든 것이 아닐까?<양곤대 박사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