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병상포교일기]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년 만에 걸려온 반가운 목소리에 나의 목소리 톤도 올라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근황을 물었다. “매일 똑같죠. 목요일은 아내에게 갑니다.”

거사는 아내를 보낸 지 어느새 3년이 되었다. 집 가까이 있는 납골당에 아내를 안치했다고 한다. 목요일마다 아내를 만나러 간다고 하니 그 정성에 가슴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4년 전에는 아내와 함께 몇 번 만났었다. 아름다운 아내였고,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다정한 남편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내는 30년 째 투석중이어서 물 한모금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스님, 저는 이제 살만큼 살았어요. 투석을 30년을 했으니 말해 뭣하겠어요. 이제 그만 가고 싶어요.” 그리고 남편을 향해서 말했다. “나 한 번 더 실려 가면 그냥 보내줘요. 나 정말 힘들어.” 그때는 아내도 울고 남편도 울고, 나도 같이 울었다.

며칠 후, 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스님, 집사람이 병원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목소리에 나는 한달음에 병원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보살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여러 의료기를 주렁주렁 달고 간신히 숨을 헐떡이고 있는 힘든 모습을 보는데 ‘보내달라’했던 말이 떠올랐다. 병문안을 마치고 거사와 병원 로비에 마주 앉아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스님 이제 보내줘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거사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 아내는 병고로 힘들었던 한 생을 마감했다. 

아내의 장례를 치른 뒤 거사를 만났을 때 많이 힘들어 보였다. “요즘은 마음이 좀 어떠세요”하고 물으니 고개를 떨군다. “스님, 제가 아내를 가게 한 것 같아 너무 힘이 듭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지금까지 30년 동안 수없이 중환자실을 오갔지만, 한 번도 아내를 보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아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내면서 정말 아내가 떠나가 버렸고, 그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괴롭다고 하였다. 

“거사님, 그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만, 아내분 입장에서 지금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사님을 보면 마음이 어떨까요”하고 물으니, 다시 고개를 떨군다. “뭐라고 위로해 드려야 할지 막막했다. “제가 느끼기에 거사님께서 많이 외롭고 허전하신 것 같아요”하니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랬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다. 거사는 이제 아내 없는 시간 속에서 아내와의 추억을 기억하며 산단다. 미뤄두었던 다리 관절 수술도 했고, 이제 건강한 마음의 다리도 생긴 것 같다. 다음 생에 꼭 만날 거라며. 다음 생에 만나면 더 잘해주기 위해 열심히 기도한다는 ‘아내를 위한 사모곡’에 코끝이 찡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