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동서고금의 진리 ‘오늘을 살아라’

Buddha in Comic & Ani - ⑮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고교생 소녀 ‘타임리프’ 소동기
이시·동시적 시간관, 연기 맞닿아
당신은 누구에게 기억되고 있는가

▲ 주인공 마코토가 시간을 돌리기 위해 달리는 장면. 감독은 타임리프를 통해 시간의 상호연관성을 알린다.
우리들은 한 번쯤은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같은 과거나 미래로의 여행을 꿈꾸는 것은 희망과 회한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타임머신’과 ‘타임리프’ 등을 상상했고 무수한 영화, 소설, 만화의 소재로 사용됐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데뷔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도 이 같은 상상력의 발로에서 비롯됐다. ‘타임리프’,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호소다 마모루는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밝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본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가 1965년에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이후 1983년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동명 실사영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방출된 ‘비운의 인물’ 호소다 마모루가 감독 맡아 특유의 유머 코드로 풀어내 원작과 실사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지게 됐다.

우연치 않게 ‘타임 리프’의 능력을 가지게 된 한 여고생의 좌충우돌 성장기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주인공 곤노 마코토는 쾌활한 17살 소녀다. 평온한 일상의 나날이었지만 사건의 발단이 되는 7월 13일은 왠지 다르다. 아침부터는 난데없는 쪽지 시험에, 가사 시간에는 실수로 불까지 냈다. 친구와 한탄하며 걷는 도중에는 왠 덩치가 날아와 자신을 뭉겠다. 그리고 방과 후 과학실 구석에서 호두처럼 생긴 괴상한 물체 위로 넘어졌다. 그 괴상한 물체가 바로 ‘타임머신’이었다.

그러나 진짜 사고는 철길 건널목에서 일어난다. 갑자기 자전거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버리고 전차는 다가온다.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마코토는 기차와 부딪치게 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마코토는 자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살아 있음을 발견한다. 달리면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신바람이 난 소녀는 13일의 실수들을 바로잡고 노래방 시간을 늘리고 저녁식사 시간에는 철판구이를 먹은 날짜로 돌아간다.

처음 마코토의 상의를 받고 “네 또래 여자아이들에게는 가끔 있는 일이야”라고 안심시켰던 독신녀 이모는, 이즈음 “그런데 네가 이득 본 것만큼 손해 본 사람이 있지 않겠니”라는 준엄한 교훈을 깨우쳐준다.

시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 마코토는 자신의 실수들을 만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인과의 시작이었다. 이모의 말대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더욱 꼬여 돌아온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시간’이다. 제목 그대로 달려서 시간을 뛰어 넘는 소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녀가 시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막 가졌을 때에는 실수를 만회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기도 했다. 하지만 곧 다가오는 재앙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돌아가거나 아예 다른 요소가 돼 돌아온다.

불교의 연기사상은 시간에 대해 이시적(異時的)·동시적(同時的) 상호의존성을 두루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자는 원인에 의해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고, 후자는 동시에 서로의 원인과 결과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연기사상은 시간이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시간이란 상호관계 속에서 존재하므로 절대적 실체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불교적 시간관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 화엄사상의 ‘일념즉시무량겁’으로 확장된다. 친구 치아키가 미래에서 온 사람인 것을 알게 되면서, 마코토는 치아키가 미래에서 온 이유가 문화재 수복사인 이모가 복원하고 있던 그림 때문이라는 듣게 된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린, 자신이 치아키의 ‘타임 머신(호두 같이 생긴 무엇)’을 가지기 전으로 돌아간 마코토는 치아키를 다시 미래로 되돌린다. 그리고 약속한다. 그 그림을 미래에서도 볼 수 있게 하겠다고.

그 둘 사이에는 서로의 원인과 결과가 있게 해줄 매개체가 생겼다. 마코토에게는 앞으로 나갈 꿈을, 치아키에게는 추억이라는 연결고리가 생긴 것이다. 몇 겁을 뛰어넘을지 모르는 시간을 한숨에 이어주는 것이다.
노을지는 강변에서 서로에게 “미래에서 기다릴게”, “응 갈게. 달려갈게”라는 말을 전하는 장면은 영겁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마코토는 다시는 ‘타임 리프’를 할 수없다. 다만 흐르는 시간 속에 자신의 성장·미래·사랑을 향해 천천히 달려가며, 여여(如如)히 살아가는 하루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무 의미 없었던 시공간의 초월보다 몇 배 더 가치를 따질 수없는, 시간이 마코토에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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