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다시 차별금지법을 생각하다
서울 관악구 원각사가 설치한
연등 훼손하고 성경 목판 세워
전주에서도 가로 연등 훼손돼
예수재단, 올해도 연등회 폄훼
“우상숭배 연등회 STOP” 주장
매년 반복되는 훼손·폄훼 사고
단호한 대처·관련 법 제정 필요

부처님오신날 가로 연등 훼손과 연등회 폄훼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관악구 원각사의 사례처럼 연등을 훼손하고 성경 문구 목판까지 올려놓는 대담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 중순에는 연등 훼손행위가 전주에서 발생했다. 전주의 한 사찰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거리에 설치된 가로 연등 수 백개가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찰은 부처님오신날 4월 초 사찰 입구 간선도로 2.5km구간 양쪽에 가로 연등을 설치했지만 4월 13일 밤과 14일 새벽사이에 약 1km에 이르는 구간의 연등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모두 일률적으로 손으로 잡아당긴 듯 비닐이 심하게 찢겨 있었고 연등 내부의 철사가 모두 늘어져 있었다.
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연등회에 대한 특정종교의 폄훼와 공격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조계사에 난입해 선교활동을 하는 등 난동을 부렸던 예수재단 A목사는 최근 회원과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연등회 폐지와 이를 주장하는 예배를 독려했다.
A목사는 “연등회가 문화재라는 간판을 걸고 정부 지자체의 예산 지원과 방조 속에 진행되고 있다. 불교 연등의 사찰 바깥 출입은 절대 금지돼야 한다”며 “조계종 총본부 조계사 앞에서 우상숭배 척결과 연등회 문화재 지정 무효화를 위해 함께 기도와 행동해달라”고 회원들에게 촉구했다. 또한 5월 6일 조계사 앞에서 예배를 열 것임을 예고했다.
매년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문제는 뽀족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신고를 해도 대부분 폐쇄회로 TV(CCTV)가 없고 인적 드문 시간대에 발생한 일이라 목적자의 신고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선 사찰들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로 연등이 훼손된 전주의 사찰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꺼렸고 봉축을 앞두고 종교간 갈등이 빚어지는 것도 원치 않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증오방지법은 민족이나 인종, 종교 등에 관한 편견이나 증오를 범죄로 보고 처벌하는 법이다. 프랑스에서는 개종을 강권하는 행위를 징역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동성애 반대 설교를 한 목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했고, 캐나다에서는 동성애가 기독교 성서에 반한다는 광고를 게재한 사람에 대해 벌금형을 부과하기도 했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가로 연등 훼손은 봉축기간에 특정종교 일부 종교인이 벌이는 연례행사가 됐다”면서 “애써 무시하기보다는 단호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일부 종교인들의 훼불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증오방지법이나 포괄적인 차별금지법과 같은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