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푸른색 나무를 겨울에도 볼 수 있길

▲ 사찰화재를 막기 위해 건물 주변의 소나무를 제거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푸른색이 없는 산사의 겨울은 삭막하기만 하다. 경기도 ㄱ사찰
어제까지만 해도 곱게 물들었던 절 마당의 노란색 은행나무 잎이랑 빨간색 단풍나무 잎, 갈색의 느티나무 잎이 밤새 불었던 강풍에 모두 떨어져버렸다. 스님과 몇몇 불자들이 비질을 해서 떨어진 단풍잎을 치우느라 한동안 고생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져 버렸다.

봄에 연녹색 잎이 나면서부터 암녹색으로 색을 바꾸던 낙엽활엽수들은 가을이 되면 노란색, 빨간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러한 낙엽활엽수들의 화려한 변화는 날이 추워지고 찬바람이 불면서 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면서 멈추고 만다.

낙엽활엽수들이 잎을 떨어뜨리는 계절이 되면 일 년 내내 변화가 없이 푸른색만 보였던 상록수들이 귀한 몸이 된다. 특히 소나무와 같은 상록침엽수들은 겨울철에도 변함없이 푸른색을 잃지 않아 우리 민족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몇 년 전 양양의 낙산사에 불이 났을 때 절 주변의 소나무들이 불을 크게 만들었다고 해서 많은 절에서 건물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베어버렸다. 산사에서 소나무는 별개의 존재로 생각할 수 없는 친밀한 관계였지만 그 이후 건물 주변 일정거리에서는 소나무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록침엽수이지만 나무 중에서는 불에 견디는 힘이 가장 약하고 송진이 불을 크게 일으켜 피해범위를 넓게 만든다. 소나무보다는 덜하지만 편백이나 화백 또는 주목과 같은 상록침엽수 역시 활엽수에 비해서 불에 약한 편이다. 불에 견디는 힘이 가장 강한 나무는 구실잣밤나무, 가시나무, 팔손이나무, 사철나무와 같은 상록활엽수인데, 이들은 잎이 크고 두꺼워 수분을 다량 함유할 수 있기 때문에 불에 잘 견디는 것이다. 낙엽활엽수도 나무에 따라서 불에 잘 견디는 것이 있고, 약한 것이 있지만 상록침엽수에 비해서는 내화력이 강하다.

사찰의 화재를 방어하기 위해서 건물주변의 소나무들을 제거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서 겨울철 사찰의 경관은 삭막해져버렸다. 그렇다고 상록침엽수를 대신할 수 있는 상록활엽수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도 점차 온난화현상이 나타나면서 상록활엽수들의 내한성이 커져 중부지방에서도 겨울철에 푸른색을 볼 수 있는 나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나무들을 사찰에 심어 사찰에서 예전의 활기찬 겨울분위기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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