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수 봉사단장(김안과병원), 김용란 부원장 (김안과병원)

손경수, 봉사위해 50세부터 수술법 익혀
김용란, 캄보디아 의료봉사 물심양면 후원
2007년부터 총 16회 캄보디아 무료진료
백내장 수술 8백여건 등 총 1300여건 성공
“맹인들 시력 되찾아 좋아할 때 큰 보람”
내년 KOICA와 프놈펜에 병원 공동 건립
“부처님 법을 공부해오면서 항상 아름다운 회향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능력으로 세상에 도움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몸담던 개인병원을 그만두고 지인 소개로 2000년 김안과로 옮겨 개인병원서 별필요가 없어 하지 않았던 수술을 다시 배우며 봉사단을 조직했습니다.” (손경수 봉사단장)
“손 단장을 통해 불교와 봉사의 참 뜻을 배웠습니다. 제가 손 단장님께 깊은 감동을 받은 것은 50세 초반부터 순전히 봉사를 위해서 20대 초반의 자식같은 레지던트 수련 의사들과 똑같이 수술법을 배우고 치열하게 공부했다는 것입니다. 단장님은 사람이 복을 먼저 지어야 복을 받는다고 평소 강조하셨어요. 제가 불교 공부를 해보니까 부처님 법을 실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봉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용란 부원장)
2007년부터 펼치고 있는 김안과병원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의 두 주역인 손경수 봉사단장(61)과 김용란 부원장(52)은 봉사 즉 보시행이 곧 부처님 가르침의 총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은다.
손 단장의 봉사활동은 1998년 이주노동자 주말 진료부터 시작된다. 캄보디아 해외봉사전까지 10년간 계속됐다. 틈틈이 해외봉사도 2005년부터 다녔다. 몽골을 시작으로 필리핀, 스리랑카, 라오스 등지서 의료봉사를 했다.
손 단장은 “김안과병원 해외봉사팀이 주로 가는 곳이 캄보디아인데 이는 우연히 인연을 맺게됐습니다. 원래는 2007년 스리랑카로 봉사를 떠날 계획이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그곳서 폭탄테러가 일어났어요. 만반의 준비를 다해놓아 행선지를 바꿔서라도 갈 수 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 됐지요. 제가 여러 해외봉사단체에 전화를 돌렸는데 로터스월드쪽에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봤더니 그쪽 해외팀장이 김안과병원 환자였더라구요.(웃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산하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스님)가 마침 2006년에 캄보디아 시엠립 지역에 ‘BWC(Beautiful World of Cambodia)센터’를 완공했고, 그 안에 김안과병원 진료소를 마련해 줬다. 김안과병원 역시 그 진료소안에 2억원 상당의 의료장비를 기증해 수술까지 가능하게 했다.
김용란 부원장은 “캄보디아는 의사, 약사 면허가 돈만 있으면 누구나 획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처방을 잘못 받고 병을 더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래서 외국기관의 무료 의료시설이 생기면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지요. 그래서 응급환자부터 치료를 선별해서 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어 손 단장이 말을 받는다. “처음에는 시설이 열악해 책상을 이어붙여 수술대를 만들고 스탠드를 수술조명으로 썼을 정도였어요. 그 다음해부터 기계가 도입되기 시작해 간신히 진료실은 갖춰졌지만 평상시에는 운영을 못합니다. 이유는 캄보디아를 통틀어 안과의사가 200명 밖에 안 되는데 그 중 절반은 수도인 프놈펜에 있어 이 곳 시엠립에서는 의사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고용 한다해도 의료수준이 낮아 진료가 어렵습니다.”
손 단장이 이끄는 김안과병원봉사팀은 2007년부터 시작해 올 3월까지 16회째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1회에 의료진 5명을 포함해 15명의 직원이 참여한다.

김안과병원 봉사팀이 현지서 호응도가 높은 이유는 단순히 환자들에게 약 처방만 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수술실과 수술 장비를 갖춰 백내장과 익상편 수술도 하는 것이다. 또한 돋보기 및 의안도 제공한다. 이미 이곳 사람들에게 김안과병원 의료봉사는 보이지 않는 눈을 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혹 다른 곳에서 수술 받은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찾아온다. 김용란 부원장은 그들을 볼 때 매우 안타깝다고 한다.
김 부원장은 “차라리 수술을 하지 않고 찾아 왔으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줄 텐데 이미 수술을 한 눈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수술 받은 환자들이 부작용을 호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어 손 단장은 “주로 하는 수술이 백내장인데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보통 1주일 정도 머무는데 수술기구가 한 대 밖에 없어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계속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봉사 현장에 가면 팀원들을 절대 쉬지도 놀지도 못하게 엄격히 관리합니다. 왜냐하면 한 번 봉사 갈때마다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단한 명의 환자라도 더 치료를 해야한다는 마음에서죠. 이렇듯 봉사는 자기희생이 있어야만 온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봉사자가 더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최대의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봉사 떠날때마다 비용과 시간을 모두 완벽하게 후원해준 김안과병원에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용란 부원장도 한마디 거든다. “손 단장님이 우리 병원에 오시기 전에는 국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료검진 봉사는 있었지만 해외의료봉사는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손 단장님의 원력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었지요.”라며 손 단장을 칭찬한다. 이어 김 부원장은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김안과병원의 창립이념은 우리 사회에서 우리병원 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의미와 역할을 찾는 것입니다. 우수한 의료진이 많은 우리 병원은 해외봉사활동시 최상의 의료진들을 파견할 수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 의료봉사 역시 김안과병원만이 할 수 있는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단순히 약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술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줘 환자들의 삶의 질을 바꿔놓는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두 사람은 독실한 불교 신자다. 아마도 두 의사가 펼치는 봉사도 불제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평생의 업(業)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불교와의 인연을 묻자 김 부원장은 “외할머니가 100일기도를 해서 저를 낳았습니다. 불교집안에서 자라 정서는 있었지만 특별히 신행활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2년전 우연한 기회에 접한 법륜 스님의 수요법문을 듣고 정토회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 나가 공부 하게 됐지요. 지난해에는 법륜 스님과 함께 인도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손 단장님 권유로 매일 아침 21배를 하다가 요즘에는 아침 저녁으로 나눠서 108배를 합니다. 절 수행을 한다고 심적 변화가 금방 오진 않지만 가족들과 환자를 때할 때 이해심이 많아진 것은 분명하게 느낍니다. 사실 의사 생활을 계속하면 냉정해지는 면이 많은데 환자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지요.” 이어 김 부원장은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마음프로그램인 ‘깨달음의 장’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모든걸 내려놓는다는게 바로 이런거구나 체험하게 됐지요. 그리고 일과 수행을 병행하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손 단장도 불교와의 인연을 얘기했다. “저는 사찰에 나가기보다는 주로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기도하며 신행생활을 하는 편입니다. 20년 동안 매일 아침마다 108배 수행을 하고 있지요. 불교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은 불자라면 보시행을 펼치는 것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들여다보니 내 자체가 한낱 망상덩어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빛이 돼기로 서원을 세웠지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어요. 그동안 동네 안과서 간단한 치료만 했거든요. 결심이 서자 김안과로 자리를 옮겨 백내장 수술법을 열심히 배웠지요. 50대 초반이었지만 20대 젊은 친구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출근도 남들보다 일찍하면서 어시스턴트도 마다 않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익혔습니다. 해외의료봉사에 꼭 필요한 백내장 수술법을 배워야 봉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를 회고하던 손 단장은 다시 말을 잇는다.
“저는 수술 할 때 움직이는 환자의 눈을 보면서 제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죠. 의료사고를 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술을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부처님법을 알았기 때문이죠. 수술실에서 제 내면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던게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수술실에 들어가면 오히려 일체망상과 잡념이 없어져서 편안해집니다. 수술과 수행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불교 공부를 하면서 삶의 습관도 생겼어요.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과연 이럴땐 부처님은 어떻게 하셨을까하고 생각하면 저절로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는 계속 할 것이라는 두 의사 보살은 마지막으로 계획을 밝혔다. “내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프놈펜에 병원을 건립할 예정인데 여기서 현지의료진들을 교육시켜 병원을 운영할 것입니다. 외국인 설립자가 세운 세브란스병원이 우리나라에서 꽃피웠듯이 체계적인 병원시스템을 구축해 미니 김안과병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 말씀처럼 우리 김안과병원이 캄보디아의 세브란스병원 처럼 맹활약을 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